

두산 베어스는 2000년 이후 꾸준히 강팀이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14차례 3위 이상 성적을 거뒀다. 최종 순위 3위권 밖으로 벗어난 해는 2002년(5위), 2003년(7위), 2006년(5위), 2011년(5위), 2014년(6위)까지 5차례에 불과하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구단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5년과 2016년은 우승, 2017년과 지난해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어느새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를 하는 게 익숙해졌고, 이겨야 '두산다운 야구'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더그아웃 분위기는 2~3년 전과 달라졌다. 한 선수는 "7연승을 하다가 한 번 져도 분위기가 엄청 안 좋아졌다. 우리는 잘해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두산은 전반기를 57승40패 3위로 마감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공격력 약화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다. 리그 전반적으로 3할 타자가 줄어들었는데,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할 타자가 김재환(0.334), 최주환(0.333), 박건우(0.326), 허경민(0.324), 오재원(0.313), 김재호(0.311), 양의지(현 NC, 0.358)까지 7명이었는데, 올해는 현재 박건우(0.309)와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39) 둘 뿐이다. 나머지 주축 타자들의 타율은 2할 후반대에 몰려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기록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타석에서 부진한 원인을 고민할수록 선수 개개인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다운 야구가 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우리는 전통적으로 스타가 없는 팀이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귀찮게 하고, 이기든 지든 상대 팀이 꺼리는 야구를 하는 팀이었다. 그게 두산다운 야구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좋았을 때 타격 폼을 영상으로 다시 보면서 왜 지금은 좋은 타구가 안 나오는지 답을 찾아 나갔다. 후반기 첫 일정이었던 2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이 우천 노게임 선언되자 실내 훈련장에서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옆에서 타격 훈련을 도운 코치들도 밤 10시가 돼서야 귀가할 정도였다.
두산은 27일 잠실 KIA전에서 12-1로 크게 이기며 후반기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장단 17안타를 터트린 것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이타적인 플레이였다.
김재호는 "틀에 박힌 야구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자가 나갔다고 치는 그런 단순한 야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제(27일) (정)수빈이가 히팅 사인에도 스스로 기습 번트를 댔다"고 설명했다.

김재호는 "1점을 먼저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팀에 찾아온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료들이 타석에서 희생하는 플레이를 하려는 게 조금씩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두산이 해온 야구, 초심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한 경기로 화력이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섣부르지만, 타석에서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후반기에 선수들이 치고 나갈 힘이 분명히 있다"고 힘줘 말했고, 선수들도 후반기 반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7일 쐐기 3점포를 포함해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른 3루수 허경민의 다짐이 후반기를 맞이하는 두산 타자들의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허경민은 "영원한 1등, 영원한 강팀은 없다. 전반기에도 다 같이 이기고 싶었는데 지면 슬펐다. 후반기에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1승이라도 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