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당시 복수 구단 단장들은 “KIA가 활발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트레이드 시장의 주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올 시즌 한때 최하위까지 처지며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까지 하는 풍파를 겪은 KIA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이었다. 특히 야수진에 새 얼굴이 필요했다. KIA는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이 대명제를 가지고 움직였다. 당장 올해가 아닌, 2~3년 뒤를 내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7월 초 NC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명기를 내주고 이우성을 받는 트레이드였다. KIA의 한 관계자는 “이우성은 NC도 키우려고 하던 선수였다. 처음에는 ‘과연 줄까’라고 생각했는데, NC도 사정이 급하다보니 트레이드가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당장만 놓고 보면 이명기가 더 즉시전력감이었다. 3할을 치던 타자였다. 하지만 이우성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팀에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KIA가 추가 트레이드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다. 이우성은 신호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KIA는 이우성 트레이드를 기점으로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한 구단 단장은 “KIA가 성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여기에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을’에 몰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확고했다는 후문이다. 상당한 대가를 요구했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는 “KIA가 현명하게 출구 전략을 찾은 것 같다”고 개인적 감상을 전했다.
트레이드는 프런트가 주도권을 쥐고 추진했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대행’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박 감독대행 또한 “대행으로서 이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만 KIA는 현재 전력으로도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각 구단 2군 관계자들은 “KIA 투수들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지만 야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박 감독대행 또한 지난달 31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지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찬호나 이창진 외에도 황대인 최원준 류승현 오선우 등 좋은 선수들이 있다. 김호령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면서 “세대교체가 한 번에 이뤄지지는 않지만, 자원이 없는 게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우리는 선수들을 군에 일찍 보냈다. 이는 상당히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성은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박 감독대행은 “지금 2군에 14명 정도가 우투좌타다”고 했다. 이우성과 같이 우타 중장거리포 자원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부족한 자원은 외부에서 수혈을 했지만, 나머지는 굳이 무리하게 충원하려 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내부적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타 팀이 KIA의 젊은 선수들을 원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KIA로서는 솔깃한 제안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지금의 틀에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박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이 하나하나씩 올라오면 지금의 타격 일변도 팀에서 작전수행과 기동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