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불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남자가 있다. 에어컨은 피할 수 없지만 이불로 꽁꽁 싸매며 최대한 바람을 피하는 것이 이 남자가 밤을 보내는 방식이다.
현역 최고령 타자 박용택의 밤이 그렇다.
박용택은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뒤 매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부상 복귀 후 7월 타율은 0.417나 된다. 8월 첫 경기였던 1일 잠실 키움전에서도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즐거운 야구는 지금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부상 복귀 후 시즌 첫 홈런도 때려 냈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꼭 필요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남은 것은 두 번째 목표다. 아프지 않고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것이다.
때문에 여름 승부는 그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컨디션이 저하된다면 즐거운 야구도 그저 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여름 승부를 이겨 내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잘 먹고 잘 뛰고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는 그 중 가장 피해야 할 복병이다. 감기로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몇 경기를 쉽게 날릴 수 있고 그렇게 흘러간 경기는 후회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박용택이 에어컨의 세찬 바람 앞에서 더 이불을 꽁꽁 싸매며 잠이 드는 이유다.
때론 땀이 날 정도로 이불이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박용택은 이불을 걷어차지 않는다. 차가움 바람 속에 행여나 감기가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건 여름 승부다.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상대 투수들과 부딪히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감기라도 걸린다면 그 흐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체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관리 포인트다. 가끔씩 이불을 걷어차고 싶을 때도 있지만 꾹 참는 이유다. 건강하고 힘 있게 여름 승부를 하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빅용택은 부상 복귀 이후 충분히 즐거운 야구를 하고 있다. 이젠 여름에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당당하게 버텨 내는 일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꽁꽁 싸맨 이불도 그 중 하나다.
박용택의 여름은 그 누구보다 뜨겁지만 그 어떤 선수보다 냉철하고 단단하다. 현역 최고령 타이틀을 달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여름을 이겨 낼 수 있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