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MBC, SBS 로고. 제공lKBS, MBC, SBS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그간 평일 오후 10시는 지상파 드라마 황금 시간대로 안방극장을 달궈왔다. 그러나 향후 해당 시간대에 지상파 드라마를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KBS가 MBC, SBS에 이어 드라마 사업을 축소하기 때문. 실제로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시청률 가뭄을 겪어온 터. 

2일 KBS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월화극의 휴식 가능성은 검토 사항 중 하나다. 확정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드라마 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다. 시청자에게 효율적으로 어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KBS 전경. 제공|KBS

그러나 가능성은 농후한 상황. 실제로 KBS는 오는 5일 방송하는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 이은 '조선로코 녹두전'이 11월 종영한 이후 검토 중인 작품이 없다. 또한 KBS는 올해 상반기 396억 원의 적자를 기록, 위기 상황을 느낀 KBS는 '비상경영계획 2019'를 발표했다. 광고수입 급락 등 경영난과 비용 증가로 인해 올해 사업손실이 1019억원으로 예상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로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상파 3사 중 MBC와 SBS는 일찍이 월화극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MBC는 오는 5일 방영되는 '웰컴2라이프' 이후 편성을 잡지 않았고, SBS는 오는 12일 첫 방송되는 '리틀 포레스트'를 시작으로 '월화 예능'을 시도한다. 

MBC는 월화극 시간을 이동, 변화를 줬다. 당시 MBC는 "기존 10시 시간대에 주요 방송사가 일괄적으로 드라마를 편성함에 따라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이자,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 SBS에서 '월화 예능'으로 첫 선보이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제공lSBS

SBS는 '월화 예능'을 시도하면서 "선진 방송시장인 미국에서도 여름 시즌엔 새로운 드라마를 런칭하기 보다 다양한 장르를 편성하는 추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국들이 드라마 사업에 주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저조한 드라마 시청률에 지상파 방송국들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지상파의 틀을 깬다",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따랐다"는 이유 등을 앞세웠지만, 늘어나는 제작비에 비례해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월화드라마가 먼저 '정리' 대상이 된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청률 저조 결과를 반영하듯 MBC는 지난해 1000억원대 적자를, KBS도 583억원 적자를 보이며 방송사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렸다.

▲ 오후 9시로 시간대를 옮겨 방송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포스터. 제공lMBC

특히 MBC의 경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물론 오후 9시로 시간대를 옮겨 첫 방송한 '검법남녀2' 등 월화드라마들이 연달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음에도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 비교적 높은 시청률도 광고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능희 MBC기획조정본부장은 1일 비상경영 돌입에 앞서 "드라마 같은 경우 시청률 1등을 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최대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상파 자본이 케이블이나 종편에 못미친다는 것도 '지상파 드라마 축소'에 설득력 있게 통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들은 JTBC와 tvN에서 '막강한 힘'을 보였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상파보다 JTBC, tvN '신흥강자'들이 편성의 우선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왼쪽), '미스터션샤인' 포스터. 제공lJTBC, tvN

두 방송사는 최근 몇 년간 화제작들을 배출함과 동시에 시청률 면에서도 선전하면서 채널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채널이 지상파에 비해 제작사의 자율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출연 배우들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배우뿐만 아니라, 유능한 지상파 드라마 PD들도 해당 방송사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 이에 주목받는 드라마 제작 제안이나 편성은 지상파가 아닌 tvN과 JTBC 쪽으로 먼저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 온라인 플랫폼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제공l넷플릭스, 왓챠플레이

경쟁 방송사는 물론, 최근에는 넷플릭스 필두로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공세'도 무시할 수 없다. 더이상 드라마는 '브라운관'으로 한정되지 않는 것. 온라인 동영상 IT 기업들의 드라마 편성과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분분하다.

그간 지상파 방송국들은 수많은 명작들을 만들었다. 지상파들이 대대적인 변화로 칼을 빼든 가운데, 다시 지상파 드라마 시대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press@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