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오고간다. 좌타자를 잡을 수 있는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있느냐 없느냐는 불펜 운영에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인다.
팬들은 이런 기용을 '좌우놀이'라고 부른다. 그다지 좋은 의미가 담긴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야구가 변해 가도 같은 팔을 쓰는 타자와 투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논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 논리 속에서 매우 흥미로운 팀을 하나 찾아볼 수 있다. KBO 리그 막내 구단 kt가 그렇다. 좌타자에겐 우투수가, 우타자에겐 좌투수가 더 많이 기용된다.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이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kt는 상식을 뛰어넘는 마운드 운용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상식 그 이상으로 좋게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kt 불펜에는 주권과 정성곤이라는 우완 좌완 불펜이 있다. 주권은 우완 투수고 정성곤은 좌완투수다.
하지만 둘의 기용 방식을 보면 상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권은 우타자(90타자)보다 좌타자(129타자)를 더 많이 상대했다. 리그에 우타자가 좌타자보다 더 많다는 점, 주권이 우투수인 점을 고려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수치다.
성적도 반대로다.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이 0.244에 불과하지만 우타자에겐 0.272로 올라간다. 우투수인데 좌타자에게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팀에서는 당연히 그를 좌타자 상대로 더 많이 활용한다.
정성곤은 반대다.
좌타자는 64타자만 상대했지만 우타자는 127타자나 상대했다. 보통의 좌완 불펜 투수들과는 정반대의 수치다.
성적도 반대다.
좌타자에게 0.309로 약했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0.274로 수치가 떨어진다. 좌타자보다 우타자 상대가 더 나았다는 의미다.
답은 체인지업에 있다. 주권과 정성곤은 모두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한다. 반대로 슬라이더에는 약하다. 같은 위치의 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반대로 반대 위치 타자의 바깥쪽은 체인지업으로 공략이 수월해진다. 그래서 주권은 우투수이지만 좌타자에게 강하고 정성곤은 좌투수이지만 우타자에게 강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처음엔 우리 투수 운용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팀들이 많았다. 우타자에게 좌투수를 쓰고 좌타자에겐 우투수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종을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단 기본이 되는 건 타자의 바깥쪽을 어떻게 공략하느냐다. 주권은 좌타자에게, 정성곤은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잡아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 단순히 좌우 타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투수의 특성에 따라 기용해야 한다. 겉만 봐선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조건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강하거나 우투수가 우타자에게 강한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kt가 보유하고 있는 불펜 투수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따라 맞춤 기용을 하고 있다. 무작정 좌우놀이(?)를 하고 있는 감독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