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 영상 한희재 기자] 올 시즌 혜성 같이 등장한 신인 두 명이 KBO 리그를 달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선발투수로서, LG 트윈스 정우영은 필승조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현재 정우영은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지만, 그의 지난 활약상은 그를 신인왕 후보로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두 투수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앞서 친한 친구 사이다. 학교를 함께 다니지는 않았지만, 상대 선수로 운동장에서 만나 실력을 겨루며 함께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삼성이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던 지난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원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절친 정우영과 추억이 있는지 묻자 원태인은 재미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저에게 진 기억밖에 없을 겁니다."

원태인은 중학교 시절 맞대결 이야기를 꺼내며 '필드박스 인터뷰'를 진행한 취재진을 웃게 했다. '필드박스 인터뷰'에서 그날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관중석에 앉아본 소감

두세 번 정도 앉아봤다. 고등학교 때다. 여기 앉아본 것은 처음이다. 늘 테이블석에 앉았다.

-선수가 된 다음 앉아본 느낌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여기서 치킨, 떡볶이 먹으면서 야구를 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 앉으면서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먼 미래에 관중석에 앉아서 볼 날이 온다면, 본인은 어떤 모습일까?

이승엽 선배님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을 것 같다. 홍보대사가 아니더라도, 삼성의 레전드? 존경받는 선수가 돼서 중앙 테이블에 앉아서 야구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마추어 시절과 비교했을 때 프로에서 잘 안 되는 점은?

구속이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 점이 아쉽다. 왜 나오지 않는지 코치님, 전략분석팀과 상의를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쉽게 확 올라오지는 않았다. 길게는 시즌 끝나고 캠프까지 바라보면서 구속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잘 되고 있는데, 구속까지 신경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음 시즌은 올해와 다르게 구속으로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대로, 프로에 와서 더 잘 되는 것이 있다면?

변화구. 변화구 제구가 안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프로에 와서 제구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잘 되는 것 같다. 체인지업도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많이 좋아졌다. 만족스럽다.

-1년 동안 이렇게 많이 던진 경우는 없을 텐데, 힘들지는 않은지?

크게 힘들지 않다. 전반기 마지막 두 경기(LG, 키움 전) 때 조금 힘들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권오원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후반기 시작 때 체력을 찾았다. 평균 구속도 상승했다. 잘 돼가고 있다.

-신인이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 매 경기 5, 6이닝씩 꼭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설 때만큼은 그런 것보다는 1이닝씩 막는다는 생각이 있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계속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후반기 시작하고 난 뒤 팀 분위기는?

전반기 때랑은 180도 다르다. 더그아웃에 계속 있어 보면, 형들도 자신감이 붙어가는 것 같다. 여름 DNA도 나오는 것 같다. 후반기 좋은 분위기 가지고 갈 것 같다.

-신인왕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제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신인왕 욕심을 내면서 던졌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경기에 나설 때는 신인왕 같은 욕심을 버리고 경기만 잘하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과가 좋은 것 같다.

-개막 이전에 생각했던 목표가 있을 텐데.

개막 전에 생각했던 목표랑 지금 목표는 180도 달라졌다. 불펜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목표가 달랐다. 이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달라졌다. 개막 엔트리 들어가자는 목표는 이뤘다. 시즌 전에는 필승조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선발 로테이션 돌다 보니 퀄리티스타트는 매 경기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시즌 끝까지 치르면서 큰 부상 없이 한 시즌 완주하고 싶다.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부담 없이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뷔하자마자 뛸 수 있다고 예상은 했는지?

예상하지 못했다. 1, 2년 정도 경험 쌓고 성장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잘하고 있은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더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우영과 경쟁 구도. 정우영에게서 빼앗아오고 싶은 장점이 있다면?

변화하는 투심. 투심이 좋아 보였다. 투심을 던져보긴 했는데, 포심과 똑같이 가거나 크게 변화가 없었다. (정)우영이 투심이 좋다. TV로 봤을 때 놀랄 정도로 좋았다. 경력이 쌓이면 그런 투심을 갖고 싶다. 

-정우영 선수와 친분이 있다.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중학교 때 4강 전에서 경복중이 우영이 강남중과 붙었다. 그때 우영이가 0-4? 0-6?으로 뒤져있는데 저희 팀에 난타를 당했다. 제가 투수고 우영이가 타자였는데, 제 공을 치지 못했다. 우영이는 저에게 진 기억밖에 없다. 그때 경기가 가장 떠오른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정우영에게…

있을 땐 자극제가 됐는데, 없어서 재미가 없다. 빨리 나아서 좋은 몸 상태로 복귀해서 선의의 경쟁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은 시즌 본인 개인의 목표가 있다면?

나갈 때마다 퀄리티스타트만 생각하고 등판하고 있다.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올 때는 아쉬움이 크다. 남은 경기에서 다 하자면 큰 욕심이겠지만, 마음은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싶다.

-평균자책점 2점대 목표는?

2점대는 지금까지 유지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끝날 때까지 3점대를 유지하고 싶다. 퀄리티스타트를 해도 올라가는 게 2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너무 어려운 것 같다. 3점대로만 끝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더운 날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덕분에 힘내서 선배님들과 제가 좋은 흐름 타고 있습니다. 시즌 끝까지 야구장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가을야구 갈 수 있도록, 제가 더 잘 던지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스포티비뉴스 박성윤 / 영상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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