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의 오뚝이 근성은 링네임 '코리안 좀비'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정찬성(34, 코리안좀비MMA)은 2013년 8월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예상보다 경기가 팽팽했다. 초반엔 밀렸지만 3라운드부터 알도를 몰아붙였다. 4라운드 들어선 승기까지 거머쥐었다. '폭군' 알도가 당황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불의의 오른 어깨 탈구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 흐름을 내줬고 결국 펀치 TKO로 분루를 삼켰다.

정찬성은 알도 전 이후 병역 의무를 치르기 위해 옥타곤을 떠났다. 첫 위기였다. 20대 중반으로 한국인 파이터 최초로 UFC 타이틀 샷을 받을 만큼 촉망받던 유망주가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맞닥뜨렸다.

2017년 2월 포효했다. "링러스트는 허구"라고 외친 정찬성은 3년 6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TKO로 꺾고 제 말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정찬성은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UFC 125주년 대회 메인이벤터로 나섰다. 날카로운 킥을 장착한 복병 야이르 로드리게스(29, 멕시코)와 오픈핑거글로브를 맞댔다.

24분 59초 내내 로드리게스를 압도한 정찬성. 그러나 경기 종료 1초를 남겨 두고 충격적인 엘보 KO 패를 당했다. 여러 격투 전문지가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KO'로 평가하는 경기의 조연이 됐다.

여기서부터 정찬성의 '오뚝이 근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야이르 전 패배는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찬성은 사비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파이트레디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에디 차 타격 코치와 에릭 알바라신 레슬링 코치를 만났다. 정찬성 스스로가 "왜 진작 미국에 오지 않았을까" 아쉬워할 만큼 훈련 체계가 선진적이었다.

미국에서 훈련한 정찬성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2019년에만 2경기를 쓸어 담았다. 랭킹 5위 헤나투 모이카노와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를 잇달아 1라운드 TKO로 잡고 '다시' 타이틀 도전권에 다가섰다.

하나 또 한 번 목전에서 삐끗했다. 2020년 10월 '난적' 브라이언 오르테가(30, 미국)에게 패하면서 세 번째 위기를 경험했다. 화이트 대표는 "이 경기 승자가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3, 호주)와 붙는다"며 타이틀 샷을 공언했는데 그 기회를 낚는 데 실패했다.

정찬성은 재차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톱 독으로 평가받은 경기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물러난 점과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 격투기 커리어 14년간 누적된 대미지 등을 고려할 때 오르테가 전 결과는 더 뼈아팠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다. 정찬성은 다음 스텝을 준비했고 지난해 댄 이게에게 완승을 거두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톱 5 바깥 파이터와는 현저한 실력차가 있음을 알렸다.

세 차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정찬성에게 기회가 왔다. 오는 4월 10일(이하 한국 시간) UFC 273에서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와 맞붙는다.

12일 전문기자 아리엘 헬와니가 두 파이터 대결이 확정됐다고 처음 알렸다. MMA 정키와 MMA 파이팅 등 여러 전문지도 관계자 확인을 거쳐 매치업 성사를 보도했다.

정찬성은 두 번째 타이틀전을 기다리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9일 인스타그램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 한계라고 말하는 사람은 11년 전 UFC에서 (레너드) 가르시아와 처음 싸운 날부터 존재했다"고 적었다.

12일 인스타그램에선 "축하는 이기고 받겠습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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