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름이 19일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를 앞두고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 김보름이 19일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를 앞두고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사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김보름(29)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를 마친 뒤 밝게 웃지는 못했다. 단순히 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힘들게 보낸 4년이라는 시간이 불현듯 머릿속을 지나가서였다.

이날 김보름은 준결선에서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순조롭게 결선행 티켓을 끊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결선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하고 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의 기쁨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김보름이란 이름은 지난 4년간 빙상계의 ‘뜨거운 감자’와도 같았다. 논란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김보름 그리고 박지우(24)는 노선영(33)보다 한참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팀추월은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우열을 가리는 만큼 뒤처진 동료를 최대한 이끌어주는 전략이 상식으로 통하지만, 당시 경기에서 그러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 사건은 대표팀 불화설을 제기한 노선영의 폭로와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 문제와 엮여 큰 파장을 낳았다. 그리고 김보름은 오히려 4년 후배인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2020년 10월 노소영을 고소했다.

법적 다툼으로까지 전개된 당시 논란, 일단 최근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또,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결론도 함께 내렸다.

재판에서 일부 승소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낸 김보름. 그러나 모든 생채기를 지워내지는 못한 눈치였다. 이날 경기 후 만난 김보름의 얼굴이 이를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김보름. ⓒ연합뉴스
▲ 김보름. ⓒ연합뉴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메달을 다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제대로 경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고, 또 SNS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내셨다.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이후 김보름은 많은 질타를 받았다. 여론전에서 불리한 위치로 놓이면서 공격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다음 올림픽을 위해 묵묵히 참아냈고, 마침내 다시 국가대표가 돼 이곳 베이징으로 향했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까 걱정했다. 내가 베이징올림픽으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다 보니 정말 이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말 힘들었지만, 오늘 4년 동안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아무는 느낌이다.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라는 사실을 느꼈다”고 잠시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향한 고마움도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던 김보름은 “올림픽마다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눈물이 났다”면서 “사실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다. 혼자 무너질 때도 많았는데 잘 버텨줘서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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