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리본 경기를 펼치고 있는 에브게니아 카나예바
▲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리본 경기를 펼치고 있는 에브게니아 카나예바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을 뒤흔든 '발리예바 사태'의 내막에는 러시아 엘리트 체육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피겨 스케이팅뿐만이 아닌 리듬체조에서도 있었다. '리듬체조 여제'로 불린 예브게니아 카나예바(32, 러시아)도 선수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러시아식' 훈련 방법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매체 'The Digest'는 13일 "러시아 스포츠계의 그늘은 뿌리 깊다. 러시아의 지나친 승리 지상주의는 피겨 스케이팅뿐만이 아닌 리듬체조에서도 있었다"며 "전 리듬체조 여왕이었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는 현역 시절에 받은 엄격한 지도 내막을 고백했다"고 전했다.

카나예바는 지난 10일 러시아의 유튜브 스포츠 채널 'More Sports'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선수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모두에게 괴롭힘당하는 개와 비슷했다"며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감독이나 코치에게 항상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늘 들었다. 지금은 잘 버텼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어서 일부러 다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 2012년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2연패를 달성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 2012년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2연패를 달성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카나예바는 18살의 나이에 출전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2연패는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카나예바는 늘 1위를 독식했다. 개인종합과 후프, 볼, 곤봉, 리본 등 종목과 단체전에서 그는 무려 17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카나예바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이 아닌 다른 색깔의 메달을 딴 것은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 대회에서 기록한 줄 종목(은메달)이 유일하다.

그는 오로지 1등만을 위해 혹독한 훈련과 차가운 지적 등을 버텨왔다고 고백했다.

피겨 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리듬체조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러시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5연패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이스라엘의 리노이 아시람(23)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디나 아벨리나(23,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꺾고 러시아의 6연패를 막았다.

세계 정상을 지키기 위한 러시아의 '스파르타식' 훈련은 유명하다. 이러한 러시아식 훈련을 경험해 본 몇몇 국내 전 대표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또한 장기 집권 중인 이리나 비너르 러시아 리듬체조연맹(VFHG) 회장의 권력도 막대하다. 한 리듬체조 관계자는 "러시아 내에서 큰 선수가 되려면 반드시 비너르 회장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오른쪽)와 지도자인 베라 슈테르바움 코치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오른쪽)와 지도자인 베라 슈테르바움 코치

카나예바 역시 비너르 회장이 메인 코치였지만 곁에서 지도해 준이는 베라 슈테르바움 코치였다. 카나예바는 "첫 번째 올림픽(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슈테르바움 코치에게 '넌 어려서 우연하게 이겼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조금이라도 무엇을 할 수 없으면 공황에 빠질 때도 있었다. 스스로를 다치게 하거나 코치들에게 늘어놓을 변명을 만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에테리 투트베리제(48,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코치의 팀과 비슷한 점이 많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배출하며 명망있는 지도자로 부각됐다. 

그러나 카밀라 발리예바(16, 러시아)의 금지 약물 도핑 파문이 세상에 알려지며 그의 지도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카나예바는 선수 시절 다른 선수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기술로 리듬체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이 종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만큼 뛰어난 표현력도 갖췄다.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왼쪽)가 은퇴 이후 어린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인스타그램 캡처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왼쪽)가 은퇴 이후 어린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인스타그램 캡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카나에바는 이듬해 러시아 아이스하키 선수 이고르 무사토프(35)와 결혼했다. 2014년 아들 블라디미르를 출산했지만 4년 뒤 무사토프의 알콜 중독으로 합의 이혼했고 현재는 홀로 아들을 양육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리듬체조 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지도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