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웨일스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승을 신고했다. 선수들이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REUTERS
▲ 이란이 웨일스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승을 신고했다. 선수들이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REUTERS

 

 

[스포티비뉴스=알 라얀(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늙은 여우'였지만, 팀 특성에 맞는 정확한 전략으로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이란은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루즈베 체시미, 라민 레자이안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6으로 완패하며 아시아 최강팀이라는 자존심에 먹칠을 했던 이란이다.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 전반 7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공중볼 처리 과정에서 동료와 충돌하며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더 뛰려고 했지만, 결국 20분에 교체됐다. 

베이란반드는 이란 빌드업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수비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베이란반드의 이탈과 함께 수비진도 틀이 흔들렸고 35분 주드 벨링엄을 시작으로 43분 부카요 사카, 추가시간 라힘 스털링에게 실점하며 주도권을 잃었고 후반에 세 골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아시안컵이나 최종 예선과 달리 본선에서는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해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재미를 보는 이란이라는 점에서 베이란반드의 이탈은 치명타였다. 첫 실점 전까지 이란은 버스 두 대로 대표되는 촘촘한 수비 그물을 치며 잉글랜드의 답답함을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박자 빠른 크로스와 중앙 공간 침투라는 잉글랜드의 선택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란의 수비를 만든 것은 모두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집권을 통해 이란의 피지컬에 진흙탕 수비를 장착했다. 한국만 만나면 성난 여우로 돌변해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승리를 허락지 않았다. 싸움닭으로 상대 수장과의 기싸움에서도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이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전파됐고 이란 특유의 끈적하면서도 터프한 경기력이 만들어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케이로스를 호출한 것도 이런 과거와 무관치 않다. 

잉글랜드에 패하고 만난 웨일스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졌다. 충분히 이란의 속도와 수비로 제어 가능했다. 가레스 베일(LAFC)이나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절친인 벤 데이비스(토트넘 홋스퍼)가 공수의 중심으로 버텼지만,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16분 알리 골리자데의 골이 오프사이드였지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되는 속도는 웨일스보다 훨씬 빨랐다. 

케이로스는 수비로 끝까지 버티다 한 방으로 정리하는 것이 장점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의 골은 90분이 지나서야 터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모로코전 1-0 승리 당시 터진 상대 자책골도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날 시점이었다. 어떻게든 버티면 어느 시점에는 골이 터진다는 것을 케일스 감독은 알고 있었다. 

웨일스에도 팽팽함이 유지되자 후반 32분 교체 카드로 던진 것이 체시미였다. 공격 시도에서 44분 웨인 헤네시 골키퍼의 퇴장이 나온 뒤 더 더 거세게 압박했고 결국 두 골을 만들어냈다. 수적 우위를 떠나서 이란 축구의 일관성이 분명하게 나온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모두 케이로스 감독을 헹가래쳤다. 감독의 전략에 성공에 대한 대답이었다. 스타일이 분명한 케이로스 덕분에 이란은 16강 진출 희망을 되살렸다. 머리는 많이 빠졌지만, 지략은 여전히 넘치는 케이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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