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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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이 시범경기에서 대포를 쏘아 올렸다. 중심타자로도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지난해까지 김하성은 리드오프로 기용이 됐는데, 중심 타선에서도 맹타를 휘두른다. 시즌 개막때까지 마이크 쉴트 감독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샌디에이고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서 12-4로 크게 이겼다. 샌디에이고의 시범경기 전적은 6승 6패가 됐다. 5회 빅이닝을 달성해내며 빠르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김하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하성은 3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1홈런 3타점 5득점 타율 0.417(12타수 5안타) 출루율 0.563 장타율 0.750 OPS(출루율+장타율) 1.313이다.

첫 타석에서는 출루하지 못했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상대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를 상대했다. 카스티요는 지난해 14승 9패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한 수준급 선발 자원이다. 김하성은 카스티요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존 한 복판에 몰리자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타구는 3루수 조쉬 로하스에게 잡혀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김하성은 내야 땅볼로 잡혔다. 바뀐 투수 카를로스 바가스를 상대한 김하성은 이번에도 초구를 공략했다. 이번에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공이 들어왔다. 김하성은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 정면으로 날아갔다.

앞선 타석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하성은 홈런을 터뜨렸다. 5회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가 출루한 가운데, 김하성이 타석에 섰다. 침착하게 볼 세 개를 연속해서 골라낸 김하성. 그리고 4구째 공을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첫 홈런이다.

김하성의 홈런을 시작으로 샌디에이고는 5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하성은 6회 수비 때 메이슨 맥코이와 교체돼 이날 일정을 마쳤다.

경기를 마치고 김하성은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서 “지금 컨디션은 매우 좋다. 첫해였던 2021년보다 4년째 스프링캠프인 올해가 더 편한 느낌이 든다. (정규시즌) 준비도 잘 되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몸 상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하성은 이번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다. 장타를 더 많이 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풀시즌을 치르기 위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한 눈에 보더라도 김하성의 몸집은 더 커졌다. 김하성은 “홈런을 많이 치려고 근육량을 높인 건 아니다. 한 시즌을 치르면 살도 많이 빠진다. 작년에도 마지막 달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유격수 자리에서도 김하성은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2루수로 주로 뛰었던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런데 올해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하성을 유격수로,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가츠도 메이저리그 상위 레벨의 유격수다. 보가츠는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쉴트 감독은 거액을 들여 영입한 보가츠 대신 김하성에게 유격수를 맡기기로 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수비에 투자를 많이 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보가츠 대신 유격수를 맡게 돼 기분이 좋다기 보단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 팀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나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보가츠 등 유격수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대단한 선수들이 있지만 내가 유격수를 보게 됐다. 영광이고 책임감도 든다”고 했다.

보가츠에게 존중의 뜻도 내비쳤다. 김하성은 “보가츠는 수비 센수가 정말 좋다. 커리어 내내 유격수만 해왔다. 2루수로 뛴다는 게 생소하기도 할 것 같다. 나와 크로넨워스에게 2루 수비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한다. 이미 커리어 내내 대단한 업적을 쌓아온 선수가 더 잘하기 위해, 또 팀을 위해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 수비와 관련한 질문을 동료들에게 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보가츠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지난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리드오프였다. 밥 멜빈 전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의 선구안에 주목했다. 김하성은 타율은 2할에 머물고 있지만, 3할을 훌쩍 넘는 출루율을 기록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을 1번 타자로 기용했고, 김하성은 매 경기마다 출루본능을 뽐내며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 마이크 실트 감독.ⓒ 신원철 기자
▲ 마이크 실트 감독.ⓒ 신원철 기자
▲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쉴트 감독 체제로 치러지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김하성은 5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시범경기 타순이 정규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하성은 중심 타자로도 활약하며 쉴트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김하성도 시범경기 전부터 “라인업, 타순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히 타순은 어디라도 상관없다”며 주어진 역할을 해내겠다고 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하성. 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맞붙는 개막전에서도 활약을 기대해볼만 하다. 샌디에이고는 17일 오후 7시 팀 코리아를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18일 오후 12시 KBO리그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를 상대로 실전 감각을 조율한다. 그리고 20일부터 21일까지 다저스와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김하성이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을 갖지 않는다. 키움은 17일 오후 12시에 다저스와 경기를 치른다. 김하성이 키움과 맞붙었다면, 더 큰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더구나 김하성이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고척돔에서 옛 동료들을 상대한다면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김하성은 오히려 히어로즈와 경기를 피해 다행이다는 입장이다. 그는 ‘키움과 연습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아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키움과 경기를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너무 친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장난이 섞일 것 같다. 키움 선수들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진지하게 하고 싶다. LG랑 맞붙는 걸로 알고 있다.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후배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차이를 느끼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서울시리즈가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하성은 “후배 선수들도 분명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두 경기를 치르는 것이지만,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게 있었으면 한다. 경기를 하면서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 고척스카이돔  ⓒ곽혜미 기자
▲ 고척스카이돔  ⓒ곽혜미 기자

고척스카이돔에서 뛰는 것도 김하성에게 남다를 수 있다. 가장 익숙했던 홈구장에 히어로즈의 버건디 유니폼이 아닌 샌디에이고의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뛰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고척돔 그라운드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직접 가서 봐야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뜬공에 시야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모두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라 빨리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국 팬들 앞에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것 자체로 설레고 기대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약간의 부담도 있다. 잘 준비해서 한국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빅리그 진출 3년 만에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김하성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배들을 챙기는 일도 도맡았다. 지난 3일 샌디에이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범경기를 가졌다. 김하성과 고우석, 이정후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 세 명이 뛸 수 있는 경기라 관심이 집중됐다.

▲ 고우석과 이정후는 3일 시범경기 퇴근 후 김하성의 집에 초대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고우석 인스타그램 캡처
▲ 고우석과 이정후는 3일 시범경기 퇴근 후 김하성의 집에 초대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고우석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모두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이들은 김하성의 집에 모여 저녁 만찬을 함께 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하성, 고우석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김하성은 바비큐를 굽고 있었고, 고우석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이정후는 “하성이형 집에서 바비큐~”라는 문구를 적으며 김하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한솥밥을 먹는 고우석에게 김하성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낯선 미국 문화와 샌디에이고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김하성은 고우석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하성도 “내가 야수이기 때문에 투수인 고우석에게 경기와 관련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생활하는 거나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고우석도 한국에서 좋은 커리어를 가지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만큼 잘할 것 같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승리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 고우석 ⓒ 신원철 기자
▲ 고우석 ⓒ 신원철 기자

한편 4일 시애틀전에서 고우석은 고전했다. 12-3으로 크게 앞선 7회 마운드를 넘겨받은 고우석이다. 이날 고우석은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애틀전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첫 타자 조니 파멜로에게 우선상을 타고 빠져나가는 안타를 맞았다.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간 사이 타자 주자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3루에 섰다. 고우석은 3루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제구까지 말썽이었다. 고우석은 후속타자 맷 셰플러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헌납했다.

무사 1,3루 위기에 몰린 고우석. 콜 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 사이 3루에 잇던 파멜로가 홈플레이트를 밟았고, 고우석의 실점이 올라갔다. 그렇지만 고우석은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타일러 로클레어를 삼진, 마이클 아로요는 우익수 플라이, 라자로 몬테스까지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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