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일방적으로 홈경기 개최를 거부한 북한 축구에 몰수패 철퇴를 안겼다. 

FIFA는 24일(한국시간) "북한과 일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를 취소한다"며 "이 경기는 추후 재조정되거나 다시 치러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북한과 일본의 이번 예선 경기는 일본의 3-0 몰수승으로 확정했다. 

더불어 FIFA는 북한축구협회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몰수패에 더해 추가 징계도 내려질 수 있다. 

북한은 오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일본과 2차예선 B조 4차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평양 실사를 마쳐 북한의 홈경기 개최를 승인하기도 했는데 경기를 닷새 앞두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막무가내로 홈경기 개최를 거절한 북한은 일본내 전염병을 이유로 들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은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을 경계한 방역상 조치로 평양 개최 불가 입장을 전했다"며 "STSS 치사율이 최대 30%에 달해 평양에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AFC는 북한에 대안 개최지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제3국 개최 장소는 물론 새로운 경기 날짜도 제안하지 못하면서 FIFA가 나서 북한에 몰수패를 선언했다.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연합뉴스/EPA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연합뉴스/EPA

북한은 남녀축구 상관없이 홈경기를 포기하고 있다. 지난달 여자축구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때도 일본 대표팀의 평양 원정이 무산됐다. 그때도 경기 3일 전 북한의 일방적인 선포가 있었고, 다행히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대체지로 삼아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에도 북한은 일본 원정 경기를 잘 마친 뒤 갑작스레 평양 개최 불가를 밝혔다. 하루 전만 해도 AFC는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예기치 못한 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취소되지 않고 추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으나 연이은 횡포에 뿔난 FIFA가 나서 철퇴를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일본은 평양 원정 없이 승리를 챙기면서 4연승으로 잔여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틀 전 도쿄에서 펼친 홈경기에서 북한에 1-0으로 신승을 거뒀던 일본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평양 원정을 피해 연승을 이어갔다. 

일본은 평양에서 경기하는 걸 꺼려했다. 13년 전인 2011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 당시 김일성경기장에서 원정 경기를 펼쳤던 일본은 강압적인 분위기에 밀리면서 0-1로 패한 기억이 또렷하다.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당시 일본은 북한 원정에 대해 공포감을 호소했다. 평양에 들어갈 때부터 순안공항에서 4시간 동안 억류됐다. 수화물 검사가 길게 진행됐고, 반입하려던 음식물을 압수당했다. 일본 선수들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소지하지 못했다. 

지금도 평양은 미지의 땅이다. 북한전을 준비하며 원정길 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38세 베테랑인  나가토모 유토(FC도쿄)는 "북한에 가봤던 경험이 없다. 코칭스태프가 많은 정보를 모으고 있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면 팀에 영향을 끼치고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싶다"라며 집중력 향상을 강조했다.   

수비수 마이쿠마 아키야(세레소 오사카)도 2011년 평양 원정 경험이 있는 팀 동료 기요타케 히로시로부터 "호텔에서도 계속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안심할 환경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걱정했었다. 압박감이 큰 원정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만에 하나 부전승으로 이어지면 일본에 더할나위 없는 결과인 셈이다.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연합뉴스/REUTERS
▲ 북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홈경기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표명했다. ⓒ연합뉴스/REUTERS

평양 원정이 무산된 소식을 들은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도 "평양에서 뛰는 게 우리에게 가장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선수들보다 스태프들이 더 당황한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잘 준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양 원정이 무산되면서 일본 대표팀은 즉시 해산했다. 

몰수패로 전 세계 망신살을 당한 북한은 1승 3패(승점 3점)로 조 3위에 머물렀다. 26일 예정된 시리아(승점 4점)와 미얀마(승점 1점)의 경기 결과에 따라 최하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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