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주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LG 오지환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주장이라는 부담을 선배 김현수에게 넘긴 것이 미안하고, 또 시즌 초반 부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 죄송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장에서 내려오는 것이 자신과 팀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13일 경기를 앞두고 김현수가 오지환 대신 주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2022년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동안 LG 주장을 맡았다. 올해로 3년 연속 주장으로 시잔을 맞이했는데 개막 후 18경기 만에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오지환 스스로 판단한 일이다.
LG 구단 측은 12일 "오지환이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고 계속 생각했었고,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감독님께 요청을 드렸고, 감독님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11일까지 타율 0.250에 그치고 있었다. 12일에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13일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13일 경기를 앞두고 "전적으로 그냥 지환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주장의 부담감은)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작년에 정말 잘 해냈는데 작년에 하면서도 엄청 힘들어 했다. 지환이는 엄청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잘 해내려고 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야구도 잘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잘하고 싶은데 작년에도 엄청 어려워 했다. 힘들어하면서도 잘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해내다 올해는 (부담감이) 이제 세게 온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동안 열심히 주장으로 정말 100% 자기 임무를 해 준 것을 생각해서 '그래 좀 편하게 해라'하고 바꾼 것이다. 수고했고 고맙다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14일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던 오지환이 주장을 내려놓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현수 형한테 먼저 말씀 드렸다. 사실 선배들께는 감독님께 가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렸다. 현수 선배는 얘기하면서 좀 이겨내 보라고 하셨다. 선수들도 다들 그렇게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일단 현수 형이 우리 선수들을 잘 안다"며 김현수에게 주장을 부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그래서 현수형에게 진짜 죄송하고, 또 모든 선배들한테도 죄송한 마음이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죄송하고, 또 현수 형이 맡아서 해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많이 미안하다. 나도 선수로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니까 그렇게 판단했다"고 얘기했다.

오지환은 14일 선발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올해만 3번째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차례 결장 때와 달리 이번에는 슬럼프가 이유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오지환의 결장에 대해 "지금 전체적으로 무너진 상태다. 쉬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며 "급하다 보니까 머리가 쫓아나간다. 그래서 콘택트가 안 된다. 마음이 급하니까 스윙이 안 된다. 궤적에 맞는 게 아니라 점으로 맞힌다. 그러니까 광주(9~11일 KIA 3연전)에서부터 맞아야 할 공들이 다 헛스윙이 된다. 멘탈에서 오는 슬럼프다. 멘탈에서 시작해서 메커니즘이 무너지는 경우다. 그럴 때는 쉬고 재정비하는 게 좋다. 폼이 아니라 멘탈을 재정비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라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그냥 이겨내야 한다. 이런 순간이 많았으니까, 야구를 잘해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14일 두산전에서 5-9로 완패했다. 오지환 대신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구본혁이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실책이 4개나 쏟아진 탓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날 9실점 가운데 4점이 비자책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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