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팀의 시범경기 일정에 합류하는 전 kt 출신 좌완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 ⓒ곽혜미 기자
▲ 26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팀의 시범경기 일정에 합류하는 전 kt 출신 좌완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 ⓒ곽혜미 기자
▲ KBO리그에서 더 좋은 투수가 됐다고 자신하는 벤자민은 이제 메이저리그 진입을 향한 도전에 들어간다. ⓒ곽혜미 기자
▲ KBO리그에서 더 좋은 투수가 됐다고 자신하는 벤자민은 이제 메이저리그 진입을 향한 도전에 들어간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웨스 벤자민(32)은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2020년 텍사스에서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다. 8경기(선발 1경기)에 나가 2승1패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21년 13경기에 나갔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74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잔류를 보장할 수 없는 성적이었고 실제 2022년 그는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했다. 시즌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렸지만, 선발진이 약하다는 화이트삭스에서도 그를 위한 자리가 쉽지 나지 않았다. 그때 먼 한국의 리그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벤자민의 투구를 눈여겨 본 kt가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kt는 에이스로 활약하던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상으로 새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벤자민은 한국행을 택했다. 벤자민은 2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3년 전 ‘화이트삭스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선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해외에서 실력을 향상시킬 것인가’를 놓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떠올렸다. 벤자민은 이때 kt의 손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비교적 옳았다.

벤자민은 2022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시즌 막판 17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힘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도 중요한 경기에서는 끝까지 던지겠다며 투지를 보이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다 쏟아내지 못한 에너지를 한국에서 풀어냈다. 그 결과 재계약에 이른 벤자민은 2023년 29경기에서 160이닝을 던지며 15승6패 평균자책점 3.54의 호성적을 거두고 다시 재계약에 골인했다. 리그 정상급 좌완 자원이었다.

비록 2024년은 28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4.63에 머물렀고, 부상도 잦아 재계약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kt에서의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출전 기회 속에 자신의 무기를 다듬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에 있던 시절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됐다고 믿는다. 벤자민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 결정 때문에 더 나은 사람과 더 나은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 벤자민은 계속해서 메이저리그 도전의 기회를 찾고 있었고, 스프링트레이닝 시작 후인 2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새 도전의 무대를 찾았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등 현지 매체들은 “샌디에이고와 벤자민이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면서 “팀의 스프링트레이닝 초청 선수 명단에 올랐다”고 26일 보도했다. 벤자민은 곧바로 팀의 시범경기 일정에 합류해 가능성을 타진한다.

벤자민은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해외에서 돌아온 나를 잘 알지 못할 테지만, 나는 내가 달라진 투수라고 느낀다. 패스트볼 구속도 늘어났고 스플리터와 스위퍼도 추가했다. 더 강한 커브도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2년의 자신과 2025년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투수라는 자신감이다. KBO리그에서 그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 샌디에이고는 우완에 비해 좌완 전력이 부족한 편이고, KBO리그에서 뛰던 카일 하트에 이어 벤자민까지 영입하며 KBO리그와 인연을 이어 갔다. ⓒ곽혜미 기자
▲ 샌디에이고는 우완에 비해 좌완 전력이 부족한 편이고, KBO리그에서 뛰던 카일 하트에 이어 벤자민까지 영입하며 KBO리그와 인연을 이어 갔다. ⓒ곽혜미 기자

샌디에이고는 현재 좌완 선발감이나 롱릴리프 자원이 부족하다. 선발이 모두 우완 일색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하기 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꼭 좌우 구색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그래도 좌완 선발이 하나 있으면 좋다. 이는 샌디에이고가 지난해 KBO리그 최고 투수인 카일 하트와 1+1년 최대 850만 달러에 영입한 하나의 이유였다.

벤자민도 그런 점에서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니지만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며 예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샌디에이고는 팀 연봉을 줄이기 위해 마이클 킹, 딜런 시즈라는 핵심 선발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나가면 즉시 전력감보다는 유망주를 받아올 것이고, 이 경우 벤자민과 같은 예비 전력들이 중요할 수 있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벤자민에 대해 “벤자민이 우리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뎁스 차원에서 벤자민이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만약 좌완 불펜 자원이 부상이나 다른 사유로 이탈한다면 벤자민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와 KBO리그의 인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KBO리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는 구단 중 하나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과 4년 총액 2800만 달러, 2024년 시즌을 앞두고는 고우석과 2년 보장 450만 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한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윌머 폰트가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적이 있고, 근래 들어서도 계속해서 KBO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당장 올 시즌을 앞두고도 니코 구드럼(전 롯데), 요나단 페라자(전 한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것에 이어 카일 하트(전 NC)와 보장 계약을 했고 이번에는 벤자민까지 영입했다.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전직 KBO리거들의 성과가 썩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데, 벤자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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