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0탁 질주’ 곧 대기록 나올까… 선수는 기록조차 몰랐지만, 이범호는 “여기까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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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1군에 데뷔해 KIA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성영탁(21)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를 앞두고 출근을 하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하나의 이상한 주문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다른 이야기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운드에 올라가면 한 타자, 선두 타자만 막아라”고 간절하게 말했다.
1이닝도 아니고, 첫 타자만 막으라는 이상한 주문에 의아함을 느낀 성영탁은 그 이유를 물었고, 겨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구단 역사상 데뷔 후 최장 기간 무실점 기록 때문이었다. 올해 5월 20일 KT전에서 1군에 데뷔한 성영탁은 이후 6월 17일 KT전까지 13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는 이 부문 구단 기록인 1988년 조계현의 기록과 타이였다. 한 타자만 잘 막으면 14이닝으로 구단 기록을 쓸 수 있었다.
성영탁은 이 기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언론 보도라도 알려졌으면 의식을 했을 텐데, 별다른 기사도 없었다. KIA 구단은 내부적으로 이미 이를 조사한 상황이었지만, 선수가 괜히 부담을 느낄까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결국 성영탁은 19일 KT전에서 첫 타자는 물론,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를 이뤘다.
성영탁은 기록 후 “이왕이면 리그 기록도 깨라”는 덕담에 실감이 안 난다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21일 인천 SSG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을 추가 적립하며 자신의 기록을 17⅓이닝까지 연장했다. 리그 역대 3위 기록이다. 이제 남은 건 2위 기록인 조용준(18이닝), 1위 기록인 김인범(19⅔이닝)이다. 이제 1위 기록까지 2⅓이닝이 남았다. 실점 없이 간다고 가정할 때, 빠르면 이번 주에 리그 역사가 바뀔 수 있다.
이범호 KIA 감독도 괜히 고민에 빠졌다. 사실 마운드에 올라가면 그 기록을 이어 갈 수 있을지는 선수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투입하느냐는 감독의 결정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할 때, 혹은 상대 타순을 고려해 확률이 높을 때 투입하면 무실점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감독도 “나는 신경이 안 쓰이는데 영탁이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하면서도 역대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하위 타선에 올려야 겠다”는 말로 되도록 밀어줄 뜻을 시사했다.
물론 성영탁이 최소 준필승조로 승격한 만큼, 하위 타선에 맞게 쓸 상황이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기 사정이 급박하면 그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감독은 되도록 이 영예스러운 기록을 ‘타이거즈’로 가져오고 싶은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등판한 뒤로는) 영탁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지만 1이닝씩 잘라서 던지게 할까”라며 “여기까지 온 거, 세울 수 있으면 우리 팀이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은 것”이라고 웃었다.
이 감독은 성영탁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 과감하게 승부하고 2S 이후에도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멘탈도 좋다. 멀티이닝도 된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다만 이 기록이 백년, 천년 이어질 수는 없다. 언젠가는, 어쩌면 전반기가 끝나기 전 깨질 수도 있다. 이 감독은 그 다음까지 생각한다. 기록 중단의 후유증이 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까지 모두 머리에 넣고 성영탁을 전략적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선수는 지금을 던지지만, 감독은 그 다음을 봐야 한다.
이 감독은 “지금은 무실점으로 계속 가고 있지만 실점을 하면 또 연달아 실점을 할 수도 있다. 몇 경기 연속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영탁이가 기 안 죽고 1군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챙겨야 한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발전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벌어질 일도 머릿속에 생각을 해놓고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영탁의 멘탈을 고려했을 때 그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구단) 신기록도 깨고 했으니 여기서 빨리 점수를 주는 게 본인한테 스트레스가 덜 할 것 같은데 성격을 보니까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은 아니더라”고 기대를 걸었다. 리그 신기록도 깨고, 언젠가 그 행진이 멈춘 다음에도 툭툭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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