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SPOTV NEWS=박현철 기자] “당연히 김태균을 기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도 지바 롯데에서 2년 있으면서 공백을 남겼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기둥은 누구인가”.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주축 선수들이 각 위치마다 포진한 팀. 베테랑 감독은 새로운 팀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며 ‘기둥이 많아져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반문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간의 시간을 반추하게 했다.

김 감독은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개인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를 함께 비췄다. 기대라면 당연히 선수들이 대견하기 때문이고 우려는 “한화는 어느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기보다 전체적으로 가다듬고 만들어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야기 도중 김 감독은 “한화의 기둥이 누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바로 팀의 대표타자 김태균(32). 김태균은 올 시즌 118경기 3할6푼5리(2위) 18홈런 84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팀의 최하위 성적으로 공헌도가 가려진 감도 있으나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김태균이 기둥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진출로 2년 간 공백이 있었지 않은가”라며 냉정히 답했다.

‘잣대가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김 감독은 “어느 위치, 어느 보직에서 어떤 선수가 기둥인지, 팀을 지킨 스타인지 떠올랐을 때 진정한 기둥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김 감독은 “지난 몇 년 간 한화는 팀 구성 상 그 부분을 제대로 구축하기 힘들었던 팀”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두 번째 답에 왜 기둥이 누구인지 반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한화는 서산에 퓨처스팀 훈련장을 대대적으로 개장하고 유망주를 발굴, 육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한화는 그 부분에서 굉장히 취약했다. 기둥으로 언급된 김태균은 2001년 1차지명 선수이자 팀의 주포로 오랫동안 활약한 만큼 기둥 선수로 말할 수 있겠으나 좌완 에이스로 리그를 장악했던 류현진(LA 다저스)은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태세고 3루수이자 중심타자였던 이범호(KIA)는 소프트뱅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후 복귀 여부를 타진했으나 한화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KIA에 하이재킹 당했다.

팀의 레전드들이 2000년대 중후반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러운 바통터치가 되지 않은 것은 더욱 안타까웠다. 대전-충청을 연고로 한 한화의 팜이 비옥하지는 않아도 좋은 유망주는 있었다. 그러나 2000년 1차 지명자 조규수는 첫 해 10승 이후 어깨 부상과 병역으로 인해 결국 2009년 11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2004년 1차 지명자 좌완 김창훈은 고교 시절 혹사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팔꿈치를 모두 다치며 기량을 꽃 피우지 못했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한화가 유망주의 병역에 굉장히 취약했다는 점. 안영명, 윤규진, 양훈은 2000년대 중후반 팀의 계투로도 맹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병역을 일찌감치 해결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왔던 병역 특례 기회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잡지 못한 채 뒤늦게 병역을 해결해야 했다. 2010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입영 영장을 받았던 송광민의 경우는 한화가 유망주의 병역 해결에 얼마나 취약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010시즌 외야수 정현석도 당시 한대화 감독이 주전으로 키우고자 했으나 병역으로 인해 시즌 후 경찰청 입대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유망주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팜 자체가 빈약했다는 핑계는 차치하고 2000년대 한화의 신인 스카우트 자체가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다른 팀이 2차 지명 7~8라운드 그 이후까지 지명권을 행사한 반면 한화는 5라운드 근처, 아니면 그 이전에서 지명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후반 한화가 다른 팀처럼 신인지명을 10라운드까지 꽉 채우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미 대학 진학을 결정한 선수를 지명하는 케이스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를 아는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들은 “한화가 그저 지명을 위한 지명을 했을 뿐”이라며 냉소를 보였다.

결국 유망주를 선발하고 키우고 미래를 위한 적절한 병역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던 것이 3년 연속 최하위,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주홍글씨로 이어진 셈이다. 또한 김 감독은 “한 해 잘했다고 만족하는 선수를 기둥이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기둥 선수라면 몇 년 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리고 팀 성적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주축이 되었을 때 비로소 기둥 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이라고 자신의 지론을 밝혔다.

실제로도 최근에는 일부 유망주가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쉽게 부화뇌동하며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야구를 안일하게 생각하다 더 큰 재목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화가 아닌 다른 구단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몇 년 간 꾸준히'라는 김 감독의 이야기는 한화 선수들이 부화뇌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선수 개인의 성적 상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지더라도 꾸준히 기량을 닦고 가다듬는 정신력을 잃지 않으면서 확고부동한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길 바란다는 뜻이다. “기둥이 누가 있는가”라는 김 감독의 일침은 한화 선수들에게 바람직한 동기 부여 수단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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