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은 ⓒ 두산 베어스
[SPOTV NEWS=박현철 기자] 구단 창단 이래 가장 거창한 외부 영입과 외국인 투수 재계약을 통해 선발진 구색이 화려하게 갖춰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또 남았다. 2012시즌 선발진이 강한 팀으로서 미래를 기대하게 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선발진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던 두산 베어스. 그들은 다시 강력한 선발의 팀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2014시즌 송일수 전 감독의 전략 부재에 이은 팀 침체로 인해 6위에 그친 두산은 팀에서 선수이자 코치로 잔뼈가 굵었던 김태형 신임 감독을 임명하며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이미 김 감독 선임과 함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지원해주겠다’라는 프런트진의 언질이 있었고 이는 롯데 좌완 에이스였던 장원준(29)의 4년 총액 84억원 영입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기보다 일단 반 시즌 동안 한국을 경험한 쿠바 출신 우완 유네스키 마야(33)를 붙잡은 두산은 이제 프랜차이즈 에이스가 된 더스틴 니퍼트(33)와 29일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4850만원) 계약을 맺었다. 공식 발표로는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액인 동시에 단년 연봉 15억원인 김태균(한화)을 제치고 가장 비싼 선수가 되었다. 지난 4년 간 에이스로 활약했고 팀워크 측면에서도 좋은 융화력을 보여준 데 대한 상징성을 부여한 것과 같다.

장원준의 가세와 니퍼트와의 재계약으로 두산은 니퍼트-장원준-마야에 이은 좌완 유희관(28)까지 4선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올해 시즌 최다패(15패) 불명예를 안았으나 송 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정신적인 부분을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너졌던 우완 노경은(30)의 부활도 중요하고 시즌 막판 선발로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좌완 이현승(31)은 물론 시즌 개막서부터 송 전 감독의 냉대로 인해 출장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던 베테랑 이재우(34)도 부활을 노린다.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모두 선발 후보로서 경쟁을 준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선발 머릿수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 후보들 중 낙마하는 이가 나오더라도 이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다. 2년 전 김진욱 전 감독은 승부처에서의 전략과 야수 용병술에 있어서는 현장으로부터 안 좋은 점수를 얻었으나 니퍼트-노경은-이용찬(상무)-김선우(은퇴)-김승회(롯데)로 이어진 5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며 선발 강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김진욱 감독은 2012시즌을 준비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 이현승 ⓒ 두산 베어스


 

“선발로 훈련하는 이들이 일단 많은 것이 팀을 위해서나 선수를 위해서나 모두 좋다. 경기 한계 투구수 등을 늘려 훈련하면 선발진에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계투로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반면 전지훈련 전 불펜, 마무리로 보직을 한정한 채 그대로 훈련하면 만약 전략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그를 선발로 쓰기는 굉장히 힘들다. 경기 한계 투구수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시즌 22홀드를 올렸던 셋업맨 홍상삼(경찰청)은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까지 선발 후보로 경쟁하던 투수다. 시즌을 앞두고 계획해 둔 한계 투구수가 계투 보직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기 때문에 셋업맨 이동에도 무리가 없었다. 

아직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우완 유망주 조승수, 2008년 1차지명 출신 좌완 진야곱, 상무 제대병 좌완 이현호 등도 입단 당시 선발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다. 191cm의 장신에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지만 70kg대 가냘픈 체구로 인해 한 시즌을 잘 보낼 수 있는 체력과 구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조승수는 공익근무 동안 체중을 많이 불리면서 힘을 키웠다는 후문이다.

2007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서 최고 154km의 직구를 던졌고 데뷔 첫 해에도 150km대 공을 연달아 던졌으나 허리 부상에 이은 제구난조로 제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좌완 진야곱은 경찰청에서 복무하며 타자와 적극적으로 상대하는 요령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성실한 선수인 만큼 타자와 상대하는 데 있어 적극성을 띈다면 1군 전력으로도 뛸 만 하다. 2011년 2라운드 출신 좌완 이현호는 제물포고 시절 “류현진(LA 다저스)의 동산고 시절과도 흡사하다”라며 드래프트 전 최대어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물론 ‘유망주가 잘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긍정은 금물이다. ‘만약’이라는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팀치고 시즌 들어서 잘 되는 팀은 없었다. 다만 만에 있을지 모르는 부상이나 기존 선발들의 부진을 틈 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배후세력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 2012년 선발진을 철썩같이 믿었던 두산은 2013년 이용찬의 팔꿈치 부상과 켈빈 히메네스 합류 불발 후 대체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의 부진과 부상, 김선우의 슬럼프, 김승회의 FA 보상 이적 등으로 선발진이 사실상 펑크난 채 한 시즌을 치렀다. 선발진 배후 투수들을 시즌 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선발 후보에서 탈락한 투수를 공석 중인 셋업맨-마무리 보직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현재 두산은 마무리 이용찬의 군입대와 셋업맨 정재훈(롯데)의 FA 보상 이적으로 계투진이 헐거워진 상태다. 따라서 선발 강화를 기조로 한 배후 투수진 강화는 전체적인 투수진 보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배터리코치 시절부터 ‘영리하고 강단있는 지도자’라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SK 재직 시절에도 타 팀의 전력을 지켜보며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 등 포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던 코치였다. 다시 두산으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게 된 김 신임감독은 제대로 된 선발 야구로 2015시즌 팀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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