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영상] '차준환 기적의 대역전극' 가능했던 이유는?

작성일: 2018.01.08 05:30 조영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스포티비뉴스=목동,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스포츠의 세계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영화보다 짜릿한 역전극은 보는 이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승부의 세계는 이처럼 드라마틱하지만 때론 잔인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결과 때문에 환호를 내뱉는 승자도 있지만 눈물을 삼키는 패자도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자는 차준환(17, 휘문고)으로 결정됐다. 그는 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2018(전국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올림픽 3차 선발전) 남자 싱글 1그룹에서 차준환은 총점 252.65점으로 우승했다. 2위는 227.23점을 기록한 김진서(22, 한체대)에게 돌아갔다. 1, 2차 선발전에서 1위를 달리던 '맏형' 이준형(22, 단국대)은 222.98점으로 3위에 그쳤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올림픽 출전권 한 장이 걸려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올림픽 선발전에서 이준형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7일 열린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이 열리기 전까지 이준형은 2위 차준환에게 총점 20.29점 차로 앞섰다.

20점 차는 적은 점수 차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점수는 불안했다. 순식간에 변수가 일어나는 남자 싱글의 특징을 생각할 때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점수였다. 무엇보다 제 기량을 회복한 차준환의 상승세는 심상치 않았다.

▲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는 차준환 ⓒ 연합뉴스 제공

3차 선발전 전부터 일어난 '대역전의 조짐'

차준환은 자신의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해 12월 말 귀국했다. 캐나다에서 마지막 선발전을 준비한 차준환은 1, 2차 대회와 비교해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12월 초 열린 2차 선발전이 끝날 때 이준형은 총점 459.12점, 차준환은 431.58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점수 차는 27.54점이었다. 한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3차 대회에서 차준환이 자신의 최고 점수인 242점을 넘어 25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 일은 현실로 나타났다. 차준환과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3차 선발전을 앞두고 전략을 세웠다. 올 시즌 차준환은 발에 맞지 않은 부츠 문제와 부상으로 고생했다. 특히 차준환은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를 시도하면서 몸에 무리가 따랐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차준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프로그램 난이도를 높였다. 그러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고 지난 시즌과 비교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차준환은 오서가 선택한 방법은 '지난 시즌'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차준환은 코치진에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 곡을 영화 '일 포스티노'를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차준환은 이 프로그램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번 우승했고 파이널에 진출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지난해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 최고 점수인 242.45점을 받으며 5위를 차지했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 좋은 추억이 많이 담긴 프로그램이기에 제가 이 프로그램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ISU가 인정한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는 2016년 일본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받은 160.13점이다. 차준환은 이 점수를 훌쩍 뛰어넘는 168.6점을 받으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펼치고 있는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차준환, '일 포스티노' 프로그램 클린으로 20점 점수 뒤집어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두 번을 모두 성공시켰다. 3 + 3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트리플 점프를 모두 인정 받았고 세 가지 스핀(플라잉 카멜 스핀 체인지 시트 스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은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받았다. 쿼드러플 살코는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지적된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6일 열린 쇼트프로그램부터 차준환은 지난 시즌 발휘했던 기량을 회복했다. 차준환 측 관계자는 "선수들은 모두 부상이 있고 차준환도 마찬가지지만 1, 2차 때와 비교하면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에 컨디션이 최악의 상태였던 차준환은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이를 이겨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그가 보여준 집중력은 놀라웠다. 쿼드러플 살코를 제외한 7가지 점프 요소는 흔들리지 않았고 장기인 표현력도 살아있었다. 지난 시즌 자신이 자신 있게 해냈던 '일 포스티노'의 좋은 추억은 그에게 자신감을 안겨줬다. 3차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완벽하게 할 경우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이준형의 개인 최고 점수는 지난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던 네벨혼 트로피에서 기록한 222.89점이다. 두 선수의 개인 최고 점수 차는 19.56점이다. 두 선수 모두 프로그램을 클린해도 차준환이 20점 가까이 벌어진 점수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증거가 여기서 나온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먼저 빙판에 등장한 이는 이준형이었다. 그는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졌고 후반부에 배치된 트리플 살코에서도 빙판에 쓰러졌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러츠는 더블로 처리했다. 점수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부담감으로 나타났다. 이준형은 큰 부담이 따랐던 네벨혼 트로피에서 값진 결과를 얻었지만 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준형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차준환의 영광

믿기지 않은 현실을 직면한 이준형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태연하게 갈라쇼에 출연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관중이 경기장에서 나간 뒤 그가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준형은 척박한 국내 남자 피겨스케이팅 환경에서 꾸준하게 활약한 '대기만성형 스케이터'다. 차준환이 두각을 나타내기 전,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이준형과 김진서가 이끌었다. 피겨스케이팅 지도자인 오지연 코치의 아들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 타는 것을 즐겼다. 어린 시절부터 탄탄하게 익힌 기본기와 스케이팅은 그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던 이준형은 올 시즌 최고의 상승세를 탔다. 누구도 그가 차준환을 상대로 이 정도로 선전할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준형의 노력이 없었다면 차준환의 영광도 없었다. 이준형은 큰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네벨혼 트로피에 출전했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는 개인 최고 점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 이준형 ⓒ 곽혜미 기자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그는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제가 땄다고 해서 반드시 제가 (올림픽에) 가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추가로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이준형은 프로그램 클린에 실패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하다. 눈앞에 다가온 평창행을 놓친 점은 아쉽지만 올 시즌 그가 펼친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차준환의 상승세는 다른 남자 선수와는 수준이 달랐다. 부활한 차준환은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대역전극을 현실로 만들었다. 경기를 마친 그는 "이준형 선수가 따낸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평창 올림픽이다. 오서는 "차준환은 올림픽에서 12위 혹은 10위권 진입도 바라볼 수 있다"며 낙관했다. 차준환은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번 '일 포스티노'를 그대로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