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왕좌에 앉은 통합챔피언은 "재대결도 좋다"며 자신만만했고, 정상에서 내려온 전 챔피언은 "더 나아지겠다"를 되풀이했다.
2010년 '60억분의 1'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에 트라이앵글-암바로 탭을 받은 '킹슬레이어' 파브리시우 베우둠(37·브라질)은 지난 14일(한국시간) 'UFC 188' 메인이벤트에서 '70억분의 1' 케인 벨라스케즈(32·미국)에게도 길로틴초크로 탭을 받아 진짜 '킹'이 됐다.
200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13년 만에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베우둠은 경기 후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믿었다. 지금이 내가 꿈꿔오던 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베우둠은 벨라스케즈의 목에 단두대를 채웠을 때부터 이미 웃고 있었다. '대물을 낚았다'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그가 테이크다운을 치고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것이 내 전략이었다"는 베우둠은 "길로틴초크를 걸었을 때, 벨라스케즈가 '컥컥'거리는 것을 느꼈다. 승리를 직감했다"고 밝혔다.
베우둠은 벨라스케즈를 잡은 것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음 상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고민도 하지 않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치는 재대결은 괜찮은 생각이다.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벨라스케즈는 다른 핑계를 대지 않았다. 완패를 인정할 뿐이었다.
베우둠이 35일 동안 멕시코에 머물며 고산지대를 적응해온 반면, 벨라스케즈는 2주 전에 들어와 이번 대결을 준비했다. 벨라스케즈는 이것이 체력저하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시각에 "아마 적응기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다. 어떠한 변명도 없다. 베우둠이 오늘밤 더 나은 파이터였다. 그는 뛰어난 기술로 싸웠다. 매우 여유로웠다"고 밝혔다.
1년 8개월 만에 옥타곤에 오르는 바람에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도 그는 "변명은 없다. 베우둠이 더 나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벨라스케즈는 길로틴초크를 잡힌 상황에 대해 "처음엔 그라운드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방위에서 싸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었다. 그라운드로 갈 준비를 했다"며 "더블렉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을 때, 베우둠이 내 목을 잡았다"고 설명하면서 "머리가 바깥쪽으로 빠져있었는데, 그것이 내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2011년 11월 주니어 도스 산토스에 첫 번째 패배를 당한 뒤 3년 7개월 만에 고배를 마신 벨라스케즈는 "도스 산토스에 패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다시 훈련을 시작해 더 나은 파이터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챔피언을 향한)갈망을 놓지 않겠다. 그것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집에 챔피언 벨트(잠정)가 하나 있고, 여기 또 하나(통합)를 받았다"는 베우둠의 표정과 180도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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