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잠정챔피언 파브리시우 베우둠(37·브라질)이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32·미국)를 꺾고 UFC 헤비급 통합챔피언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14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아레나 시우다드 데 멕시코'에서 열린 'UFC 188' 메인이벤트에서 베우둠은 벨라스케즈의 초반 압박을 견디며 타격전에서 조금씩 우위를 점하더니 태클을 치는 벨라스케즈의 목을 잡고 길로틴초크를 잡아 3라운드 2분 13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2010년, 당시 최강 헤비급 파이터 표도르 에밀리아넨코에게 트라이앵글-암바로 승리를 거둔 바 있는 베우둠은 또 다시 현 최강자로 평가받던 벨라스케즈를 무너뜨리며 '레전드 킬러'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젠 자신이 '레전드 파이터' 반열에 오를 만한 전기를 마련했다.


베우둠, 벨라스케즈에 3라운드 길로틴초크 '대이변'

벨라스케즈는 경기 전 "다른 작전은 없다. 압박할 뿐"이라고 예고했다. 1라운드 시작부터 그 말대로 베우둠에게 향했다. 펀치를 휘둘렀고 베우둠을 케이지로 몰았다. 정타를 맞은 베우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벨라스케즈의 승리 공식대로 베우둠이 무너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베우둠은 맷집이 강할 뿐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했다. 슈트복스 아카데미 전사들을 키워낸 하파엘 코데이로 코치의 지도를 받은 그는 무에타이 빰클린치라는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그라운드에 자신이 있으니 케이지 레슬링에서 굳이 하체를 방어하려고 하지 않았고, 빰클린치를 잡고 무릎을 차올려 벨라스케즈의 압박을 풀었다.

벨라스케즈가 그의 스타일대로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자, 베우둠의 원거리 타격이 하나둘씩 먹히기 시작했다. 긴 리치를 활용한 잽과 스트레이트로 오히려 벨라스케즈를 뒷걸음치게 했다.

붙으면 빰클린치를 잡고, 떨어지면 펀치가 날아오니 벨라스케즈는 답답했다. 3라운드 거칠게 숨을 내쉬던 벨라스케즈는 태클을 섞으며 타격전의 열세를 만회하려고 했다. 그러나 베우둠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운드 중반 벨라스케즈가 테이크다운을 노리며 붙자, 곧바로 단두대를 채웠다. 깊이 목이 잡힌 벨라스케즈는 탭을 칠 수밖에 없었다. 굴욕적인 생애 첫 서브미션 패배였다.

베우둠은 절대강자라고 평가받던 벨라스케즈를 무너뜨리고 정상에 등극했다. 200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프라이드, 스트라이크포스, UFC를 거친 그는 서브미션만 노리던 주짓수 파이터에서 무에타이 타격을 장착한 올라운드 파이터로 진화해 '70억분의 1'의 자리를 차지했다. 통산 전적은 20승 1무 5패가 됐다.

1년 8개월 만에 옥타곤에 오른 벨라스케즈는 베우둠의 빰클린치 대응과 원거리 타격에 활로가 막혀 승리를 내줬다. 3라운드 태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베우둠의 파놓은 함정에 들어가는 꼴이었다. 전략 상 완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통산 전적에서 2패째(13승)를 기록했다.

알바레즈 회심의 역전 판정승…멜렌데즈 생애 첫 연패

길버트 멜렌데즈(33·미국)는 2006년부터 스트라이크포스(Strikeforce)의 정상에서 활동해왔다. 에디 알바레즈(31·미국)는 2008년부터 드림(Dream)과 벨라토르(Bellator)의 최강 파이터 중 하나였다.

UFC 라이트급 고수들의 맞대결, 기본 왼손 잽에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했다. 긴 리치의 멜렌데즈는 날카로운 창과 같은 왼손 잽으로 알바레즈의 안면을 수차례 두들겼다. 알바레즈가 붙으면 어김없이 오른쪽 훅과 팔꿈치가 따라나왔다. 1라운드 거리를 뚫지 못한 알바레즈의 왼쪽 눈이 크게 부었다. 압도적인 멜렌데즈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거쳐온 알바레즈는 쉽게 승리를 내주지 않았다. 타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자 2라운드부터 클린치 레슬링 작전으로 나왔다. 멜렌데즈를 펜스로 몰아넣고 테이크다운을 걸었다. 오래 눌러놓지는 못했지만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변화였다.

3라운드에도 알바레즈는 레슬링 싸움을 걸었고, 두 차례 멜렌데즈를 엉덩방아 찧게 했다. 기습적인 백스핀엘보로 멜렌데즈의 안면에 출혈을 일으키기도 했다. 완전히 기운 경기를 체력과 경기운영으로 팽팽하게 끌어올린 알바레즈의 투지가 돋보였다.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박빙의 흐름, 저지들의 채점에서도 고심의 흔적이 묻어나왔다. 결국 판정은 1라운드 열세를 뒤집은 알바레즈의 2대 1 판정승(29-28,28-29,29-28).

알바레즈는 지난해 9월 옥타곤 데뷔전에서 도널드 세로니에 판정패했지만, 강적 멜렌데즈를 꺾고 UFC 첫 승을 따냈다. 통산 전적은 26승 4패가 됐다. 랭킹 4위를 꺾어 9위에서 순위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타이틀 전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멜렌데즈는 1라운드 우위를 지키지 못해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2월 앤서니 페티스에 길로틴초크 서브미션 패배를 당하고 절치부심했지만, 생애 첫 연패를 끊는 데 실패했다. 통산 전적은 22승 5패. UFC에서 치른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켈빈 개스텔럼 미들급 승리했지만…"나 돌아갈래"

켈빈 개스텔럼(23·미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들급으로 올라왔다. 지난 1월 타이론 우들리와 웰터급 경기를 앞두고 감량 도중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개스텔럼의 건강을 위해 웰터급 경기를 뛰게 할 수 없다며 체급 전향을 지시했다.

개스텔럼은 2013년 TUF 시즌17 미들급 우승 후, 톱클래스 파이터들과 경쟁하기 위해 웰터급 활동을 시작했다. 신장 175cm의 개스텔럼은 감량 중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고 우들리에 패하기 전까지 릭 스토리, 제이크 엘렌버거 등 랭커들을 격침시키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다.

돌아온 미들급에서 개스텔럼은 50번째 경기에 나서는 백전노장 네이트 마쿼트(36·미국)를 상대로 1라운드부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타격전에서 전진 압박으로 마쿼트를 몰아넣었고 테이크다운도 한 차례 성공시켰다.

1라운드 막판 펀치 연타로 마쿼트를 그로기로 몰아넣은 개스텔럼은 2라운드에도 어퍼컷 연타, 보디블로 연타로 우세를 이어갔다. 마쿼트는 파운딩 폭우를 버티며 니바로 일발 역전을 노리기도 했지만 이미 깊은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경기를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2라운드를 겨우 마치고 코너로 돌아온 마쿼트와 그의 세컨드는 경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알렸다. 최근 6경기에서 5번째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1999년 프로로 데뷔한 17년차 마쿼트의 통산 전적은 33승 2무 15패가 됐다.

개스텔럼은 미들급에서 승리를 차지해 11승 1패의 전적을 쌓았지만, 여전히 웰터급 복귀를 바랐다. 옥타곤 인터뷰에서 "지난 감량 실패로 큰 교훈을 얻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슬기롭게 체중을 맞추겠다"고 외쳤다.

그는 이번 경기 전 "미들급에서 크리스 와이드먼과 루크 락홀드 등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말로 웰터급이 자신의 적정 체급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데이나 화이트와 조 실바가 그의 바람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페더급의 앤서니 페티스 등장?! 로드리게즈 2대 1 판정승

야이르 로드리게즈(22·멕시코)는 지난해 'TUF 라틴 아메리카' 페더급 우승자다. 통산 전적은 4승 1패로 경험이 많진 않지만, 멕시코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로드리게즈는 태권도를 배운 파이터답게 뒤돌려차기, 나래차기, 플라잉니킥 등 화려한 발차기로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찰스 로사(28·미국)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하면서도 가드에서 트라이앵글초크를 걸어 피니시 기회를 잡기도 했다.

로사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상위에서 로드리게즈를 누르며 경동맥 압박을 느슨하게 했고, 결국 초크 그립을 풀어낸 뒤 상위에서 파운딩으로 반격했다. 엎치락뒤치락 우열을 가리기 힘든 1라운드였다. 스피드를 앞세운 스트라이커와 우직한 그래플러의 대결 양상이었다.

2라운드, 타격에서 절대 열세를 느낀 로사는 전진하며 테이크다운을 노렸지만 스텝을 살린 로드리게즈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로킥과 뒤차기, 팔꿈치에 데미지를 입었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2240m의 고산지대. 상대적으로 로사의 체력이 더 소진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로사는 저력있는 그래플러였다. 3라운드에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고 상위에서 로드리게즈의 트라이앵글초크를 방어하며 포인트를 쌓아갔다. 로사의 끈질길 그래플링 압박에 로드리게즈는 좀처럼 스탠딩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2라운드는 로드리게즈, 3라운드는 로사의 우위. 치열했던 1라운드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관건이었다. 여기서 두 명의 저지가 로드리게즈의 손을 들어줬다. 홈그라운드에서 따낸 로드리게즈의 2대 1 판정승(29-28,28-29,29-28).

앤서니 페티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의 로드리게즈는 통산 4승 1패의 전적을 쌓았다. 테이크다운 방어를 보완한다면 멕시코의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줬다.

9승 무패 전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한 로사는 션 소리아노에 승리했지만, 데니스 시버와 야이르 로드리게즈에 판정패하면서 통산 10승 2패의 전적을 갖게 됐다.

티샤 토레스, 안젤라 힐에 판정승…6승 무패 행진

지난해 TUF 시즌20에서 한솥밥을 먹은 티샤 토레스(25·미국)와 안젤라 힐(27·미국)은 UFC 여성 스트로급에서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스트라이커로 꼽힌다. 토레스는 태권도와 가라데 검은 띠, 힐은 무에타이 전승(아마추어 14승 무패·프로 2승 무패) 전적의 소유자다.

무에타이 파이터답게 클린치에서 니킥이 좋은 힐은 케이지 중앙을 차지하고 토레스를 압박했다. 토레스의 첫 번째 태클을 방어하고 엉킨 상태에서 무릎을 차올렸다.

토레스는 타격에서 무리하게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다. 사이드스텝을 활발하게 밟고 펀치를 교환하다가 기습적인 태클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도 상위포지션을 차지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3라운드 힐은 태클을 막으며 타격 압박을 걸었지만, 토레스는 클린치를 걸고 여섯 번이나 테이크다운을 노리며 역전 찬스를 주지 않았다. 3라운드를 내주더라도 1, 2라운드 우위를 지키겠다는 계산이 엿보였다.

결국 토레스의 3대 0 판정승(30-27,30-27,29-28). 두 번의 테이크다운 성공(1·2라운드 한 번씩)으로 그라운드에서 톱포지션을 유지한 토레스의 전략적인 승리였다.

토레스는 통산 6승 무패가, 힐은 2승 1패가 됐다. 랭킹 5위 토레스는 경기 전 "2승을 추가하면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는다. 내년 타이틀전을 치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는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은 제시카 페니를 상대로 1차 타이틀 방어전을 갖는다. 토레스는 이번 승리로 차기 도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 UFC 188 결과

-메인카드

[헤비급] 케인 벨라스케즈 vs 파브리시우 베우둠
파브리시우 베우둠 3라운드 2분13초 길로틴초크 서브미션승

[라이트급] 길버트 멜렌데즈 vs 에디 알바레즈
에디 알바레즈 3라운드 종료 판정승(29-28,28-29,29-28)

[미들급] 켈빈 개스텔럼 vs 네이트 마쿼트
켈빈 개스텔럼 2라운드 종료 TKO승

[페더급] 야이르 로드리게즈 vs 찰스 로사
야이르 로드리게즈 3라운드 종료 2대1 판정승(29-28,28-29,29-28)

[여성스트로급] 티샤 토레스 vs 안젤라 힐
티샤 토레스 3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30-27,30-27,29-28)

-언더카드

[플라이급] 헨리 세후도 vs 치코 카무스
헨리 세후도 3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29-28,30-27,30-27)

[라이트급] 에프레인 에스큐데로 vs 드류 도버
에프레인 에스큐데로 1라운드 54초 길로틴초크 서브미션승

[밴텀급] 알레한드로 페레즈 vs 패트릭 윌리암스
패트릭 윌리암스 1라운드 23초 길로틴초크 서브미션승

[라이트급] 프란시스코 트레비뇨 vs 조니 케이스
조니 케이스 3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30-27,30-27,30-27)

[웰터급] 아거스토 몬타뇨 vs 카달 펜드레드
카달 펜드레드 3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29-28,29-28,29-28)

[페더급] 가브리엘 베니테즈 vs 클레이 콜러드
가브리엘 베니테즈 3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30-27,30-27,30-27)

[영상·그래픽] 편집 송경택/ 그래픽 김종래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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