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주 동안 고도 적응 훈련을 한 것이 부족했다…아니, 변명 같다. 오늘 밤 베우둠은 나보다 뛰어났고 기술도 훌륭했다."

- 케인 벨라스케즈

이변을 넘어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 누구도 케인 벨라스케즈(32, 미국)가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옥타곤이라 불리는 정글 속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꾸준하게 '최강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준 벨라스케즈도 파브리시우 베우둠(37, 브라질)에 완패를 당했다.

벨라스케즈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열린 'UFC 188' 메인이벤트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베우둠에 3라운드 길로틴초크 서브미션 패를 당했다. 전술적 체력적 그리고 정신력에서 모두 완패한 경기였다.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내준 벨라스케즈는 미국의 종합격투기 전문매체인 'MMA Fighting'을 통해 "어쩌면 고도 적응 훈련을 2주 동안 한 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니, 변명 같다. 오늘 밤 베우둠은 나보다 뛰어났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베우둠, 2주 적응 훈련을 가진 벨라스케즈

승자가 된 베우둠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를 2~3개월 준비한 것이 아니다. 타이틀매치를 마음속으로 약 2년 동안 준비했다. 나 자신을 믿었다. 우리 팀도 나를 믿어줬다"며 소감을 전했다. 베우둠의 답변 속에는 그가 이번 타이틀매치를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가 나타난다. 또한 승리에 대한 염원도 매우 간절했다.

이와 비교해 벨라스케즈가 여유를 부린 것은 아니다. 그 역시 고산지대인 멕시코시티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벨라스케즈가 흘린 땀은 베우둠과 비교해 적은 것은 확실했다. 대회가 열리기 4주 전부터 현지에 도착한 베우둠은 평균 해발고도가 약 2,240M인 멕시코시티 적응 훈련에 들어갔다. 특히 멕시코에서도 해발고도가 높기로 소문난 네바도 데 똘루까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벨라스케즈는 현지 적응 훈련을 2주 밖에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벨라스케즈는 최고 수준의 레슬링 실력과 뛰어난 타격 여기에 철인 같은 체력을 지닌 올라운드 파이터다. 그러나 베우둠과의 경기서 그는 일찍 체력이 소진되는 모습을 노출했다. 1라운드에서 베우둠의 절묘한 타격을 허용한 뒤 벨라스케즈는 둔해졌다. 강한 압박으로 베우둠을 밀어붙이는 전략은 너무 뻔히 보였다.

이러한 벨라스케즈의 특징을 베우둠은 철저히 준비했다. 베우둠은 벨라스케즈가 밀고 들어오면 양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잡은 뒤 클린치에 들어갔다. 벨라스케즈의 압박과 그라운드를 피해낸 베우둠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펀치를 날렸다. 이러한 전략에 벨라스케즈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왕년의 복싱 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미국)도 엄청난 스피드와 파워를 이용해 상대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이런 특징을 제대로 간파한 에반더 홀리필드(미국)는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클린치하고 적당한 거리를 만든 뒤 선제공격으로 펀치를 차단하는 전력을 세웠다. 결국 전술에서 우위를 보인 홀리필드는 타이슨을 쓰러뜨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벨라스케즈와 타이슨은 패배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20개월의 공백, '천하의 케인'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벨라스케즈는 지난 2013년 10월 주니어 도스 산토스(31, 브라질)와의 3차전을 치른 뒤 긴 공백에 들어갔다. 어깨와 무릎 부상 회복이 더딘 벨라스케즈는 산토스와의 경기 후 20개월 만에 옥타곤에 올라왔다.

긴 공백이 파이터의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벨라스케즈 같은 '1류 파이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옥 끝을 경험한 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베우둠과 벨라스케즈는 분명 차이점이 있었다.

승리에 대한 염원이 높은 쪽은 도전자일 때가 많다. 벨라스케즈는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만 옥타곤에 오를 수 있다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트레비스 브라운(미국)과 마크 헌트(뉴질랜드)를 연파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베우둠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살아있는 베우둠은 위기에 몰릴 때도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생각한 전략을 실전에 옮기는 임기응변도 뛰어났다. 반면 벨라스케즈는 그동안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비록 뼈아픈 패배였지만 벨라스케즈는 다시 한번 타이틀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도스 산토스와의 경기 때처럼 확실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산토스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뒤 재대결을 펼쳐 챔피언벨트를 탈환한 경험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벨라스케즈는 "우리의 계획은 발전을 위해 다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재대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1] 케인 벨라스케즈 ⓒ Gettyimages

[사진2] 그래픽 ⓒ 스포티비뉴스 김종래

[영상편집] 케인 벨라스케즈 VS 파브리시우 베우둠 ⓒ 스포티비뉴스 송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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