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가 SPOTV의 스포츠타임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이재국 기자] "우리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덕아웃 분위기가 굉장히 활기찼다. 난 젊은 선수들과 세대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날 거다. 내가 거기에 스며들고 싶어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홈런'하면 떠오르는 남자, '국가대표 4번타자' 히어로즈 박병호(33)가 기해년(己亥年) 새해에 SPOTV 스포츠타임과 신년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인사를 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하위권 후보로 지목된 데에다 시즌 내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며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겨나갔다. 그리고는 당당히 4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각종 사건사고가 하나씩 터질 때마다 "분위기가 갔어"라는 평가가 나오고, 주력 선수들이 하나둘씩 이탈할 때마다 "이번에야말로 무너지겠지"라는 예상이 뒤따랐지만, 그들은 보란 듯이 일어서며 반란을 일으켰다. 자칫 흔들릴 법한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준 선수가 바로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종아리 부상 여파로 아쉽게 31경기에 결장했지만 43홈런을 때려내 홈런 부분 2위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최고타율인 0.345를 기록했고, 5년 연속 30홈런-100타점, KBO리그 최초 3년 연속 40홈런 등의 기록들을 작성하며 제몫을 다해냈다. 1개 차이로 홈런왕을 놓쳤지만 박병호는 아쉬움 대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개인 성적에 대해 "4번타자는 팀의 상징적인 자리다. 누구나 인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 [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리그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3루, 넥센 박병호가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휴식기 근황

박병호는 지난해 KBO리그 복귀 첫해에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생애 4번째(2012~14년, 2018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한국에 복귀하면서 많은 기대도 받았고 나 스스로도 '어떤 성적이 나올까' 그런 걱정도 앞섰는데 시상식에서 골든글러브를 탈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쁜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박병호는 가장 큰 무기는 성실함이다. 지난해 12월 각종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2019시즌에 대비해 고척스카이돔에 출근하면서 개인훈련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히어로즈의 어린 후배들도 슈퍼스타가 그렇게 움직이자 고척돔에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 개인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박병호가 어떻게 몸 관리를 하고, 어떻게 몸을 만드는지 눈앞에서 보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고 있다.

박병호는 "한 2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지난해 부상 부위 치료도 하고, 보강 운동도 하면서 계속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는 몸에 이상이 없는 상태로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얘기했다.

그는 지난해 시즌 개막 후 4월 중순 무렵(13일 두산전) 종아리 부상이 발생하면서 고생했다. 5월 20일(삼성전)이나 돼서야 1군에 복귀했다. 그러면서 113경기에만 출장할 수 있었다. 홈런왕 두산 김재환에게 1개 차이로 뒤져 2위를 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 부상만 없었다면 홈런왕은 물론이고 50홈런 고지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산술적으로는 홈런 55개까지 칠 수 있는 페이스였다.

박병호는 "작년에 히어로즈로 복귀하면서 전경기 출장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시즌을 임했는데, 처음 당해보는 종아리 부상이었다. 당시엔 너무나 화가 났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빠져있었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종아리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쳤던 것이다"고 말했다.

2년간(2016~2017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사이 적응해야할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홈구장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 구장 크기가 작은 목동구장(펜스거리 좌우 98m, 중앙 118m, 펜스높이 2m)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시절엔 홈런을 쳐도 "구장 덕분"이라며 가치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고척돔은 좌우 99m, 중앙 122m, 높이 3.8m다. 과거보다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 환경이다.

고척스카이돔에 대해 박병호는 "날씨적인 면에서 너무나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야구장이었다"며 "'목동구장은 작다. 고척은 크다' 이런 얘기도 있었고 '과연 고척에서 박병호가 몇 개나 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얘기도 있었다. 결론은 넘어갈 건 넘어가고, 안 넘어갈 건 안 넘어가고,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펜스 거리가 홈런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얘기였다.

▲ [스포티비뉴스=대구, 한희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경기가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4안타를 기록하며 10연승을 이끈 넥센 이정후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세대교체, 젊은 선수들과 만들어가는 기적

2년간 미국으로 가 있는 사이 히어로즈의 선수 구성은 많이 달라졌다. 20대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대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야수만 하더라도 포수 주효상(1997년생), 내야수 김하성(1995년생) 송성문(1996년생) 김혜성(1999년생), 외야수 임병욱(1995년생) 이정후(1998년생) 등이 팀의 주력 선수로 발돋움했다. 선발 라인업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의 젊은 야수들로 구성될 때가 많았다.

박병호는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히어로즈에 대해 “덕아웃 분위기가 굉장히 활기찼다. 내가 생각하기엔 세대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날 거다”면서 “젊은 선수들과 뛰기 위해선 내가 빨리 적응해야했다. 내가 거기에 스며들고 싶어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겁 없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무서웠다.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고,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다 표출했다. 다른 팀이나 팬들이 부러워할 때도 많았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장정석) 감독님께서 나이가 많든 적든 경기장에서 100% 컨디션을 낼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들도 한마음이 될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모두가 어린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낼 수 있게 도와주려 하기 때문에 우리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가을야구에 나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지난해 우승팀 KIA를 격파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팀 한화의 기세를 꺾었다. 그리고는 2위팀 SK를 맞아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비록 연장 10회말 한동민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10-11로 패했지만 후회 없는 싸움을 했다. 4-9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후 대거 5득점을 올리며 동점을 만드는 기적을 만들었다. 특히 7-9로 따라붙은 뒤 박병호는 만화 같은 동점 투런포를 날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것은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 [스포티비뉴스=인천,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넥센 박병호가 동점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박병호는 그 얘기가 나오자 마치 어제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 것처럼 상황을 기억해냈다.

“5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맞이했고 당연히 나까지 타순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한 명씩 살아나가고 타순이 이어지다보니까 내가 마지막 대기 타석까지 서게 되더라. (타석에 있는) 서건창 선수를 바라봤는데 내야안타로 출루를 하게 되고…,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하면 내가 가을야구에서 성적이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에. ‘올 한 해의 야구도 내가 마지막 타석에서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임했다. 공을 지켜보면서 파울이 나오고 헛스윙이 나오면서 조금씩 타이밍이 맞아 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히어로즈가 패해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야구가 주는 드라마틱한 모습들을 팬분들한테 보여주면서 끝낸 것 같다.”

●생일마다 패하는 묘한 징크스, 올해는 분발할 터

박병호의 생일은 7월 10일이다. 2012년 7월 31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뒤 야구인생의 꽃을 피웠지만, 이상하게 생일만 되면 패하는 묘한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 가 있던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생일에 팀이 졌다.

2013년 롯데전 2-6 패배

2014년 한화전 2-4 패배

2015년 NC전 1-4 패배

2018년 한화전 1-4 패배

박병호는 “매년 생일날 나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팀은 져도 생일이니까 기쁘게 넘기겠다”며 웃었다. 그는 “기록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일날 매번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하더니 “올해는 분발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연패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다짐을 곁들였다.

▲ 히어로즈 박병호(오른쪽)가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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