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즈 박병호가 SPOTV 스포츠타임과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이재국 기자] 히어로즈 박병호는 사상 최초 2년 연속(2014~2015년) 50홈런 시대를 열면서 동시에 4년 연속 홈런왕(2012~2015년)에도 올랐다. 올 시즌엔 사상 최초 3년 연속(2014~2018) 40홈런을 기록했다. 2차례(2012년, 2013년) 정규시즌 MVP도 경험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박병호는 만족을 모른다. 늘 도전자의 자세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 2군에서 은퇴까지 생각하며 힘들어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스스로 나태해질 수가 없다.

▲ [스포티비뉴스=서울, 한희재 기자]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넥센 박병호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새로운 타법, 변화 준비

박병호는 2019시즌에 자신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타격폼만으로 충분히 40홈런과 50홈런을 때릴 수 있지만, 그는 타격폼을 손보고 있다.

박병호는 "시즌을 치르다보면 '내가 어떤 부분들이 조금 부족하구나', '어떤 점을 좀 보완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타격을 하면서 몸 쪽 공에 대한 대처를 그동안 나름대로 해왔지만, '이것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그는 "다리가 착지하는 순간 살짝 오픈이 돼서 배트가 좀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게 하려고 연습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몸 쪽 공에 독특한 타격폼으로 홈런을 생산해낸다. 오른팔을 몸에 붙인 채 왼쪽 팔로 배트를 돌리면서 홈런을 만들어내는 타법을 개발해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혹자는 '티라노 타법'이라고 하고, 누구는 '파리채 타법'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신기의 타법'으로 보지만 이 타격폼에 대해 박병호는 "나의 장점을 살리면서 몸 쪽 공에 대처를 하고 싶다 보니까 그런 타격을 연습하게 됐다"면서도 "짧게 팔을 뻗지 않는 스윙을 할 때도 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조금 더 보완을 하고 싶어서 (새로운 타격폼을)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호의 전매특허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타격폼. 그런데 지난해 이정후가 실전에서 흉내를 내면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를 보고 타격 훈련을 할 때 장난삼아 몇 번 해봤는데, 실제 경기에서 나도 모르게 몸쪽 공에 그런 타격폼이 나오더라"며 신기해했다. 이정후 스스로도 놀랐던 순간 대응력이었다.

박병호는 "깜짝 놀랐다. 그 어린 선수가 그걸(티라노 타법)을 생각만 하고 있다가 경기 때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능력이다. 어린 선수지만 부러운 모습인 것 같다"며 "타격코치와 얘기했다. 정후가 연습을 했었냐고. 하루 이틀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경기 때 바로 나오는 걸 보고 '확실히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맞구나'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 [스포티비뉴스=인천,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넥센 박병호가 동점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올해는 팀의 메인 스폰서가 키움증권으로 바뀌고 팀명도 달라진다. 키움 히어로즈(가칭)로 재탄생하는 상황이다. 박병호는 "선수라든지 코칭스태프라든지 다들 작년에 뛰었던 분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이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주축이 됐던 어린 선수들이 경험들을 잘 살려내서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는 "전경기 출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목표 얘기할 때 정말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경기 출장이 나한테는 값어치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전경기 출장을 하려면 나 스스로 정말 많이 냉철해지고 지켜야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작년 부상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전경기 출장을 올해는 부상 없이 꼭 이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상없이 144경기에 출장했더라면 정규시즌 55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그에게 "전경기 출장을 제외하고,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어떤 것이 탐나느냐"며 양자택일의 문제를 냈다. 하나는 한 시즌 57홈런(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56홈런을 넘는 KBO리그 역대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 하나는 KBO리그 통산 500홈런(현재 1위는 이승엽의 467홈런). 박병호는 "둘 중 하나라면 57홈런을 선택하고 싶다"며 웃었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500개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253홈런을 기록했는데, 사실 현재의 홈런 생산 능력이라면 통산 500홈런도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500홈런까지 247개가 남았다. 올해 만 33세로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38세까지 6년간 평균 40홈런 정도를 치면 가능하다. 30대 후반부터 홈런 생산력이 떨어지더라도 40대 초반까지 선수생활을 한다면 500홈런 고지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 성적보다 그는 "우승하고 싶다"며 "프로에서도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성남고 시절 청룡기에서 우승을 해봤지만, 프로에서는 아직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당장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까. 박병호는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2019년 히어로즈의 목표가 과연 우승이 될지, 조금 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바라볼지 모른다"며 팀의 지향점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 [스포티비뉴스=서울,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장타율상과 출루율상을 수상한 넥센 박병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또 사는 남자? 재미로 보는 신년운세

새해가 시작되면 보통 신년 운세를 많이 본다. 그래서 재미 삼아 신년운세를 미리 알아본 뒤 전달해주자 박병호는 재치 있게 반응했다. 우선 박병호의 기해년(己亥年) <총운>은 '매우 아끼고 절약하는 시기다. 지출에 민감하여 주위에서 눈치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돼 있다. 박병호는 “절약할 건 절약하는데, 난 후배들한테 잘 사 주는데?”라며 웃었다.

이어 '이번 연도는 평안과 안정을 누리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좋은 운이다. 이전까지 만끽하지 못했던 즐거움과 휴식의 시간들을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는 운세에 대해 "내가 볼 땐 휴식이라는 것은 팀이 우승해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석을 내렸다.

<재물운>을 보니 '재물에 대한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하는 해다. 불로소득에 대한 욕심은 자제하는 게 좋다. 로또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박병호는 "로또 가끔씩 사는데 참겠다"고 웃었다. 지난해 연봉 15억원을 받았던 선수가 로또를 산다? 그는 "매주 사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직장운>은 '당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난다.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왔다면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 것이다'고 했다. 박병호는 "운세가 많이 좋은데 그 생각 가지고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며 새해 시작부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팬들에게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우리 선수들이 피땀 흘려 준비하고 있다. 2019년에도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고 지금처럼 많은 응원 보내주시면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신년인사를 마무리했다.

▲ 히어로즈 박병호(오른쪽)가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