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리타:배틀 엔젤'. 사진|포스터, 스틸컷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알리타:배틀 엔젤'(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은 매력적인 볼거리다. 

온전한 사람보다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가 많은 26세기. 대추락(The Fall) 이후 세상은 모두가 갈망하는 공중도시 자렘과 그 아래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고철도시로 나뉘어 있다. 자렘에서 떨어진 고철더미 속에서 발견된 사이보그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는 기억을 잃은 채 의사 이도(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알리타의 숨겨진 과거와 능력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 기억을 되찾으려 애쓰던 알리타는 새로운 친구 휴고(키언 존슨)를 만나 가까워진다. 그 사이 알리타의 놀라운 능력을 탐낸 어둠의 세력과 무자비한 사업가 벡터(마허샬라 알리)가 손을 뻗쳐 오고, 알리타는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휴고와 함께 자렘로 갈 탈출구를 찾아 모터볼 경기에 나선다. 

'알리타:배틀 엔젤'은 키시로 유키토가 1990년부터 연재한 일본 SF 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비밀을 간직한 최종병기 그녀를 앞세워 사이버펑크 감성 짙은 세기말의 디스토피아를 세밀하고도 방대하게 그려낸 원작은 마니아팬의 깊은 사랑을 받았다. 그 중 한 명이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었다. 

'알리타:배틀 앤젤'이란 제목으로 영미권에 소개된 원작에 푹 빠진 그가 시나리오를 직접 써 가며 연출을 소망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아바타' 속편을 네 편이나 만들게 된 그가 제작자에 머물면서 '씬 시티'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알리타:배틀 엔젤'의 메가폰을 잡았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까지 맡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과 궁금증이 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탄생 30년이 다 되어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스크린에 구현된 '알리타:배틀엔젤'을 보는 건 그 자체가 감흥으로 다가온다. '덕후' 제작자가 직접 각본을 썼을 만큼 원작의 세계관을 가능한 살려 충실하게 구현했다. 다소 투박했던 그림체는 흠결 하나 안 보이는 매끈한 비주얼로 재탄생했다. 최신의 퍼포먼스 캡처 기술과 액션 연출이 어우러져 볼거리만으로도 풍성하다. 인간적이지만 생김새부터가 인간이 아닌 알리타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CG의 디테일한 완성도는 역대급. 스포츠인지 격투기인지 모를 '모터볼' 장면에선 액션 영화의 쾌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소녀 알리타가 기괴한 반인(半人) 사이보그들과 벌이는, 트랙 위 전투나 다름없는 대결이 강렬한 속도감과 타격감으로 구현됐다. 

탄생 약 30년 만의 영화화는 명과 암이 분명하다. 세월 덕에 발전한 테크놀로지가 막강한 비주얼을 완성했다면, 현재의 감성으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순간도 있다. 알리타는 가늠하기 어려운 전투 능력자이지만 감성이나 판단력은 순백이나 다름없다. 탄탄한 세계관에 비해 캐릭터며 사연이 단순한 편인데, 알리타가 휴고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도 그렇다. 그 때문일까, 세상이 변했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심장마저 내어줄 수 있는 알리타의 사랑이 '순수'보다 '순진'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미덕은 분명하다. 굳이 원작을 살피지 않더라도 새로운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영화로서의 완결성이 돋보인다. 새로이 눈을 뜬 알리타가 세상을 알아가고 성장하며 사랑에 빠지고 또한 각성하는 과정은 원작을 모르고 즐겨도 무리없다. 압도적인 비주얼이야 두말 할 나위가 있으랴. 제임스 카메론이 손을 댄 작품답게 3D, 아이맥스 효과를 제대로 살렸다. 

타이틀롤 알리타는 '메이즈 러너' 시리즈 속 걸크러쉬 브렌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로사 살라자르가 맡았다. 수많은 센서를 붙이고 연기를 펼친 그녀는 기괴해 보였던 커다란 눈이 곧 사랑스럽게 느껴질 만큼 퍼포먼스 캡처 너머로 다부진 생기를 불어넣는다.
 
'알리타:배틀 엔젤'은 알리타의 진정한 활약이 펼쳐질 2편을 대놓고 예고한다. 기꺼이 기다려볼 마음이 생긴다.  

2월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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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알리타:배틀 엔젤'. 사진|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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