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성남, 이종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은 선수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때 힘듦을 알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으려고 뛰는 선수나 제주도에서 남아서 훈련하는 선수나. 하나 되려고 힘쓰고 있고. 팀 안에 응집하려는 분위기는 계속 만들고 있어요. 고비 한 번만 넘으면 승리할 거 같은데. 그게 관건인 거 같아요."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권순형)
제주 유나이티드가 끝내 첫승을 거두지 못했다. 전반전 아길라르의 환상 돌파에 이은 찌아구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 제주는 '시즌 첫승'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앞선 리그 4경기에서 제주는 2무 2패에 그쳤었다. 무승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2018시즌 15경기 무승(8무 7패)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
조성환 제주 감독은 경기 전 초췌한 얼굴로 기자단을 맞았다. 평소 기자의 전화에도 선수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 그다. 오히려 '내가 뭐라고 하면 선수단이 스트레스받고 악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라며 말을 아끼는 게 조성환 감독의 스타일이다. 이어지는 무승에 결국 조성환 감독은 선수단에 아픔을 꺼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성남전을 앞두고) 지난해 15경기를 이기지 못했을 때 전지훈련에서 권순형-김호남 선수가 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같이 봤어요. 경기를 월등히 제압당한 것도 아니에요. 승리하면 더 나아질 분위기인데. 끊어야 하는데, 선수들을 믿고 있어요." (조성환 제주 감독)

제주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9월 26일까지 15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다. 이때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수단이 삭발하고 합숙 훈련을 하며 정신을 다잡았다. 결국 전남 드래곤즈(1-0승)를 잡고 '고비'를 넘긴 제주는 시즌 막판 5승 1무 1패로 반등했다(경남 FC 1-0 승, FC 서울 1-0, 포항 스틸러스 2-1 승, 경남 FC 0-1패, 전북 현대 0-0 무, 울산 현대 1-0 승, 수원 삼성 2-0 승… 상위 스플릿 5위로 2018시즌 마무리). 아프지만 고비를 넘기고 반등한 기억이 제주엔 있다.
앞선 4경기에서 2득점밖에 기록하지 못한 게 무승의 원인이다. 미드필더 이창민만 개막전 인천 유나이티드, 4라운드 울산 현대전 득점했을 뿐이다. 하지만 공격수 찌아구를 비롯해 아직 득점이 없었다.
그런데 이창민 이외에 득점이 나왔다. 전반 30분 아길라르가 환상적인 돌파를 선보였다. 성남 수비 넷을 '녹였다.' 그리고 찌아구가 득점했다. 권순형은 "본인도 굉장히 밝은 선수지만, 스트레스 많이 받아하는 거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동료로서 마음이 굉장히 아팠는데, 득점해줘서 제가 다 기뻤어요. 잘해주고 있었으니까 오늘 득점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경기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찌아구를 응원했다. 제주에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아직 시즌 첫승을 거두진 못해 팀 분위기가 떨어져 있는 것은 맞지만, 제주의 내부 분위기는 최악은 아니다.

"팀 내에서도 경기력이 괜찮은데 골이 안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요. 경기력도 안 좋으면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경기 치르면서 찬스도 계속 만들면서 낙심하지 않고 있어요. 5경기 못 이기고 있지만, 한 번 흐름 타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 아직 초반이고, 낙심할 필요도 없어요. 후배 잘 다독여서 분위기를 탈 수 있게 해야 할 거 같아요"(권순형)
"먼저 작년에 힘든 시간들 있었는데, 올시즌 준비하면서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으려고 준비했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제주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계속해서 승점 3점 1승을 위해서 잘 준비할 것이고요. 빠른 시간 안에 1승을 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조성환 제주 감독)
프로니깐 이야기 못한 악조건도 여럿 있다. 제주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의 보수 공사로 초반 6경기를 원정 경기를 치른다. 7라운드부터 홈으로 돌아와도 잔디 발육 상태를 위해 5월 12일 수원 삼성전 11라운드까지 치러지는 홈경기는 모두 제주 종합운동장에서 한다. 선수단의 이동 거리나 낯선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홈경기장의 이점을 얻지 못한다. 초반 5경기 상대 역시 홈에서 강한 인천 유나이티드와 개막전을 비롯해 대구 FC, 선두권의 서울, 울산과 연전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는 점에서 최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