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김민혁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9회초 사상 최초 '끝내기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선고당한 뒤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4일 잠실구장에서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끝내기 3피트 수비방해 아웃'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두산이 5-1로 앞선 9회초. kt는 패색이 짙었지만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두 두산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1사 2·3루에서 박경수의 적시타로 2-5로 따라붙고, 장성우의 땅볼 때 유격수 류지혁의 실책으로 스코어는 3-5까지 좁혀졌다. 계속된 1사 만루서 황재균의 3루수 쪽 내야안타로 스코어는 4-5, 1점차가 됐다.

여기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계속된 1사 만루서 김민혁이 전진수비를 한 두산 2루수 오재원 정면으로 땅볼을 때렸다. 오재원은 우선 홈으로 공을 던져 3루주자 송민섭을 잡아내 2사를 만들었다. 여기서 공을 받은 포수 박세혁은 더블플레이를 노리며 곧바로 1루수 오재일에게 송구했다. 그러나 김민혁이 먼저 1루를 밟았다. 2사 만루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심판진은 수비방해를 선언하며 그대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두산의 5-4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느린 그림으로 다시 보면 박세혁이 1루수에게 송구하며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타자주자 김민혁이 1루 파울라인의 3피트가 시작되는 지점을 지나 계속 파울라인 안쪽(페어지역)으로 달리는 장면이 포착된다. 그러면서 결국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 선고된 것이었다.

▲ kt 김민혁이 4일 두산전 9회초 1사만루서 2루땅볼을 때린 뒤 두산의 2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 시도 때 포수 송구방해를 위해 파울라인 안쪽 잔디 위로 달리고 있다. KBO는 올해부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파울라인 후반부에서는 포수 송구 시점에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면 규칙 대로 엄격하게 아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SPOTV 중계 화면 캡처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란?

야구규칙에는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를 아웃으로 규정하고 있다.

홈에서 1루까지 거리는 90피트(27.43m)다. 그 절반은 45피트(13.72m)인데, 1루 주루선 후반부 45피트(13.72m)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파울라인 밖으로 3피트 라인이 그려져 있다. 규칙상 여기서부터는 포수가 송구하는 시점에 타자주자는 선상이나 파울라인 밖(파울지역)에 있어야 한다. 파울라인 안쪽(페어지역)으로 달리면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 적용되는 것이다. 새롭게 만든 규칙이 아니라 원래 있던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1피트는 30.48cm다. 따라서 3피트는 91.44cm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3피트 수비방해 아웃’에서 3피트란 파울라인으로부터 안쪽으로 3피트를 벗어난 지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루 주루선 후반부, 즉 홈에서 1루까지 연결되는 파울라인의 절반이 지난 지점(13.72m)부터 1루까지 파울라인 밖에 흰색으로 별도의 선이 그어져 있는 있는 구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파울라인 후반부 45피트(13.73m)에 오른쪽으로 3피트 라인이 그려져 있을까. 타자 주자가 타격 후 무게 중심이 페어지역으로 쏠리더라도 45피트(13.72m) 정도 지나면 의식만 있다면 충분히 파울라인 밖으로 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안쪽으로 달리는 것은 포수가 1루수에게 송구할 때 각이 나오지 않도록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야구규칙에 3피트 라인의 시작점을 정해 놓고 밖으로 달리도록 하는 것이다.

▲ 잠실구장에는 4일 1루 파울라인 후반부 3피트 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에 아예 가로선까지 그어서 타자주자에게 바깥쪽으로 달리도록 유도했지만, kt 김민혁이 9회초 뼈아픈 끝내기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잠실, 이재국 기자
◆왜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됐나?

지난해까지는 타자주자가 수비 방해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심판원의 재량에 맡겼다. 그런데 지난해 9월 8일 NC 이우성이 마산 롯데전에서 4회말  공격 1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뒤 투수 앞 땅볼을 치고 포수~1루수로 연결되는 더블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1루 파울라인 후반부에서 페어지역 안으로 달리며 교묘히 수비 방해를 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 심판들은 포수 송구를 받는 1루수 이대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는 이유로 오히려 세이프를 줘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자 회의에서 심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없애기 위해 올해부터 엄격하게 룰대로 적용해 수비방해 아웃을 주기로 합의했다.

KBO 김제원 기록위원장은 "KBO 공식 기록지에는 종전까지 수비방해만 표시할 수 있게 돼 있었는데 올해부터 이 같은 상황에서는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라고 기록지에 별도로 적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3월 27일 인천 LG-SK전 9회초. SK 포수 이재원이 송구하기 직전 LG 타자주자 이형종이 3피트 라인 시작점을 지나친 동시에 파울 라인 안쪽을 달리고 있어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 선언됐다. 이 때는 3피트 라인에 가로로 그어진 흰선이 없다. ⓒSPOTV 중계 화면 캡처
올해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한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은 개막 후 3월 31일 인천에서 처음 발생했다. 9회초 무사 1,2루에서 LG 이형종이 희생번트를 대고 1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다 수비방해 판정으로 아웃된 것. 당시엔 수비 방해 페널티로 2루와 3루로 진출했던 주자들이 모두 원위치했다.

경기 중반이 아니라 아예 '끝내기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 나온 것은 이날 kt 김민혁이 KBO리그 사상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그동안 야구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주자는 수비수가 수비를 하기 어렵도록 다소의 방해와 거친 슬라이딩을 하도록 배웠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수비수를 보호하기 위해 거친 태클을 할 수 없다.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야구선수들의 무의식적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형종과 김민혁처럼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각 팀마다 재교육이 필요하다. 유소년 야구부터 지도자들이 규칙대로 제대로 가르쳐야 할 듯하다.

▲ 위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모두 3피트 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에 가로로 선을 그었다. ⓒ 인천, 김태우 기자 / 대전, 신원철 기자 / 대구,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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