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으로 맞선 8회초, LG는 선두 타자 박용택이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귀중한 기회를 잡았다. 6회 무사 2루를 놓친 만큼 이번 기회는 반드시 살려야했다. 대주자 김용의가 박용택 대신 1루에 들어갔다.
양종민의 번트가 나와 1사 2루. 타석에는 6회 2루타의 주인공 유강남이 등장했다. 유강남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를 상대로 파울만 6개를 치는 등 9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마지막 9구째에 삼진을 당한 순간 김용의가 3루 도루를 감행했다.
첫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비디오 판독을 거쳐 세이프로 정정됐다. 김용의가 자신있게 벤치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이유가 있었다. 김용의는 온몸으로 태그를 피하려 노력했다. 행여나 머리가 먼저 태그될까 그라운드에 헤딩하듯 고개를 숙였다. 흙이 튀었다.
이어진 정주현 타석에서는 대타 이천웅이 나왔다. 풀카운트에서 서폴드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전 적시타로 만들었다. 타구가 빨라 김용의가 3루에 있지 않았다면 득점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천웅은 타구가 1루수 노시환의 미트를 지나치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선수 모두 주전은 아니다. 이천웅은 지난해에도 왼손 대타로 시즌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대타 임무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적응이 된 듯하다. 6번 대타 기회에서 두 번 안타를 쳤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보다 폭넓게 이천웅을 기용할 계획이다. 가장 믿고 맡기는 대타감이기도 하다.
김용의는 2016년 반짝 활약 외에 눈에 띄는 성적을 낸 적은 없다. 그러나 빠른 발과 멀티 포지션 능력으로 살아남았다. 별다를 것 없는 성적 탓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휴일도 반납하고 훈련하는 노력파다. 그 절실한 마음이 '그라운드 헤딩'에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