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가 kt 위즈에 5-4 진땀승을 챙긴 4일 잠실야구장. 혼돈의 9회를 겪은 두산 더그아웃은 평소 승리했을 때와 다른 분위기였다. 6연승을 달리고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오던 주장 오재원은 작심한 듯 큰 목소리로 "허경민 고맙다"를 외쳤다. 역전패를 막은 호수비를 펼친 허경민에게 동료들을 대표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두산은 5-1로 크게 앞선 가운데 9회를 맞이했다. 8회 2사 후 3번째 투수로 나선 장원준이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3루수 오른쪽 내야안타, 로하스에게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내줘 무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장원준은 마무리 투수 함덕주와 교체됐다.
함덕주는 첫 타자 윤석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박경수에게 우익수 앞 적시타를 맞아 5-2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진 1사 1, 3루 장성우를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유격수 류지혁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3루 주자 로하스가 득점해 5-3이 되면서 1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다. 두산은 곧바로 류지혁을 빼고 김재호를 투입했다.
함덕주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타자 오태곤에게 볼넷을 내줬고, 1사 만루 위기에서 황재균의 타구가 좌익선상으로 빠르게 뻗어갔다. 못해도 2타점 이상은 나올 코스였다.
이때 3루수 허경민이 좌익선상으로 미끄러지며 타구를 낚아챘다. 빠르게 1루 송구를 했으나 결과는 3루수 왼쪽 내야안타. 3루 주자 심우준이 득점해 5-4까지 좁혀지면서 다시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허경민이 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못해도 동점이었다.
함덕주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김민혁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홈에서 3루 주자를 잡은 포수 박세혁이 1루로 송구해 더블플레이를 시도할 때 타자주자 김민혁이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려 3피트 수비방해 아웃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경기. 몇몇 두산 선수들은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재원도 그중 하나였다. 오재원은 7회 수비 실책을 저질렀고, 8회에는 3루 도루에 실패해 추가 득점 흐름을 끊었다. 오재원은 팀을 살린 호수비를 펼친 허경민에게 "고맙다"고 외치며 동료들에게 미안했던 마음까지 같이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