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양상문 롯데 감독의 1차 고민은 톱타자였다.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으로 꾸려진 국가 대표 외야수 세 명을 비롯해 타격 정확성과 주루 능력을 갖춘 새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까지 후보가 여러 명이었다.
최적의 타순 조합을 구상하던 양 감독은 민병헌을 톱타자로 낙점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민병헌은 올 시즌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11경기에서 타율 0.444(45타수 20안타), 4타점, 11득점을 쌓았다. OPS는 무려 1.058로 리그 1번 타자 중 독보적인 수치였다.
그런데 불의의 부상에 순항하던 양 감독의 구상이 틀어졌다. 4일 경기 중 민병헌은 박민호가 던진 공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졌고 치료에 최소 6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 감독의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현재로선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더라도 2번 타자 손아섭 또는 3번 타자 전준우가 1번으로 올라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손아섭은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롯데 1번을 맡았고 매 시즌 3할을 넘겼다. 전준우는 지난해 1번 타자였다. 1번 타순에서 홈런 26개 OPS 1.028를 기록했다.
현재 7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아수아헤도 대안이다. 아수아헤는 걱정과 달리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볼넷 8개를 얻어 내는 등 빼어난 선구안을 자랑하면서 출루율이 0.429에 이른다.
그러나 양 감독은 아수아헤를 하위 타선의 1번 타자로 활용하고 있다. 아수아헤가 출루하면 공격이 약한 포수 타선에서 번트를 대고 9번 타자 신본기와 1번 타자 민병헌이 해결해 점수를 얻어 내는 전략이다. 아수아헤가 1번으로 올라간다면 하위 타선이 '쉬어가는 타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양 감독은 파격적인 전략과 선택으로 겨우내 약점으로 지적됐던 4·5선발과 포수 고민을 단번에 해결했다. 양 감독의 세 번째 묘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