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희재 기자, 송경택 영상 기자] 대구FC는 2019년 가장 뜨거운 팀이다. 2018년까지 '강등 1순위'로 꼽혔지만 이젠 새 경기장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확고한 색을 나타내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나선다.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세징야와 에드가 두 외국인 선수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김대원, 정승원처럼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빛을 내기 시작한 선수들도 있다. 이제 대구에서 없어서는 안될 보석 같은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이 두 선수는 대구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김학범호에도 승선하기도 했다.

정승원은 지난해를 돌아보면 "로또를 맞은 것 같다"고 말한다. 불과 1년 전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그가 혼다 게이스케(멜버른 빅토리)와 파울리뉴(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모두 괴롭히는 미드필더가 됐기 때문이다. 돌아보는 2018년과 2019년 시작을 지난 3월 정승원에게 물었다.

다음은 정승원과 일문일답.


광저우전 소감은.
떨리는 경기였다. 광저우란 팀이 연봉으로 봤을 때 (대구가) 크게 밀리는 팀이다. 브라질 대표팀선수도 있고 엄청난 선수들이 있다. ACL이기도 하고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이겼다고 해서 분석도 많이 했다. 저한테 파울리뉴를 마크하라고 임무가 내려졌다. 그게 잘 먹힌 것 같다.

2018년 갑자기 성장한 배경은.
개막전부터 계속 경기를 못 뛰었다. 2군 생활을 오래 했다. 경기를 따라가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까 힘들었다. 개인 운동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 웨이트트레이닝부터 많이 했다. 몸이 조금씩 올라오더라. 월드컵 휴식기에 떠난 전지훈련부터 몸이 좋아졌다. 그때부터 자신감도 붙고 반전이 시작된 것 같다. K리그 선수들, 형들은 정말 다들 잘한다. '될까?' 싶은 적도 있었는데 요즘 같아선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1대1 돌파도 해보고, 공격적으로도 나가고, 수비적으로도 공을 많이 빼앗게 됐다.

2018년은 큰 해인 것 같다.
맞다. 2018년은 큰 해다. 로또 맞은 해다. (대구가 로또 맞은 건 아닌가?) 대구도 로또 맞았지만, 저희도 대구 덕분에 로또를 맞았다고 생각한다.(웃음)

파울리뉴와 직접 해본 소감은.
볼 관리 능력은 좋다. 침투력도 좋다. 제가 멘털적으로 건드렸다. 욕은 안 했지만 계속 찌르고 바짝 달라붙었다. 볼을 받기 두려운 느낌이 들 수도 있지 않나. 계속 압박했다. 그래서 파울리뉴가 뒤로 가서 볼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 15분까지 긴장하는 것 같았다.
전반전에는 패스미스도 나고 많이 밀렸다. 15분이 지나고 나선 리듬을 찾은 것 같다. 팬들의 응원이 진짜 도움이 많이 된다. 그 덕분에 잘된 것 같다.

새로운 경기장에서 좋은 점은.
전용구장으로 오니까 사진으로 많이 찍어주신다. 메시지로 '잘 나왔다'면서 자주 보내주신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효과가 좋다. 골을 넣는다면 (관중석이) 높아서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 스마트폰을 들고서 관중석이 보이도록 크게 사진 하나 찍겠다.

혼다도, 파울리뉴도 상대해봤다. 두 선수 가운데 누가 더 나은 것 같나.
확실히 볼 유지, 패스는 혼다가 확실히 낫다. 파울리뉴는 치고 들어가면서 돌파가 무서웠다. (둘 다 별거는 아니다?) 두 분 다 잘하신다.(웃음) 혼다는 반대쪽에서 있아서 많이 못 봤다. 파울리뉴는 수비를 좀 안 하더라. 그런 선수들이 (우리) 팀에 있었다면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는 조직적인 팀이다. 세징야, 에드가가 잘 도와주고 있다. 엄청 착하다. 먼저 하려고 한다.

대구가 급작스레 강해진 것 같은데.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ACL에 나가게 되면서 자신감도 얻고 있다. 처음엔 ACL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멜버른전을 뛰면서 1골 먹히면 힘들겠다 싶기도 했다. 후반전이 우리 경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후반에는 공을 좀 쉽게 찼고 좋은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광저우도 좋은 팀이지만 우리는 조직적인 팀이니까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구는 많이 뛰는 축구다. 주장 한희훈이 "정승원이 공은 잘 차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뛰는 선수"라고 말하더라.
공격을 봤는데 미드필더로 내려왔다. (대구에) 오른쪽 공격이 없었다. 대구의 무기라고 볼 수 있는 게, 파울리뉴를 막다가도 역습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면 (파울리뉴가) 따라오지 않는다. 수비 가담을 하지 않으니까. 그럴 땐 공을 편하게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찬스가 나온다고 말도 많이 해주신다. 그런 점 때문에라도 공격 가담을 오른쪽으로 많이 나간다. 공격할 때도 한 명, 수비할 때도 한 명 늘려주는 것이다.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수비적으로 가담하고 있으니까 은골로 캉테가 롤모델이다. 수비에서 많이 잘라주고 (공격적으로) 나가주면 좋을 것 같다.

조금씩이란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역시 조금씩 발전한 것인가.
쥐가 한 번 나면 보통 계속 힘들어한다. 근데 나는 쥐가 한 번 나면 다음부터 잘 안 난다. 다음 경기 때 몸이 더 잘 나오고 체력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하체가 튼튼해보인다. 따로 운동도 했나.
원래도 좀 두꺼웠다. 운동을 많이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원래. (대구에서 몇 번째쯤 될까.) 두꺼운 형들 많다. (박)병현이 형 진짜 두껍다.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세징야도 튼튼하다.

김학범호에도 합류했다.
연령별 대표팀에 가기 전엔 늘 다쳐서 운이 없었다. (김학범호는) 운동 시간이 길다기보다 강도가 엄청 강하더라. 그래서 힘들었다. 그래도 체력이 좋다고, 많이 뛴다고 피지컬 코치님이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 2주 지나서 허리를 삐끗해서 다치는 바람에 훈련을 못 했다.

대표팀에서 운동이 혹독해서 체력 준비가 잘 됐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랬다. 몸도 빨리 올라오는 것 같고, 체력적으로도 준비가 잘된 것 같다. K리그 12개 팀을 다 생각해도, 김학범 감독님이 확실히 혹독하다.

김학범 감독님도 많이 뛰는 선수를 좋아하신다.
개막전 전북전 경기를 보러 오셨을 것이다. 그때 몸이 좋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몸이 완전하진 않았다고 들었다.
전북 (한)승규랑 친구인데 경기 전부터 '몸 안 좋지?'라고 묻더라. '그럭저럭'이라고 말했는데 계속 제 쪽으로 오더라. 자꾸 신경쓰이게 굴었다. 전화 한 번 해야될 것 같다.(웃음) 승규와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같이 오르면서 친해졌다. 지난해 (FA컵) 결승전 때문에 못 갔는데 후보만 간 것도 영광이다. 그리고 우승했으니까 괜찮다.

김학범 감독님께 한 마디 한다면.
감독님, 팀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꼭 예선 이기고 올라오십쇼. 그러면 또 합류하겠습니다. 도쿄는 가고 싶다.(한국은 2승 1무 조 1위로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본선행에 성공했다.)

정승원의 이번 시즌 목표는.
지난해 공격 포인트 7개 했다. 이번 시즌엔 10개 이상 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 수비에 가담을 많이 하니까, 한 번씩 나가서 골도 넣고 도움도 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많이 와주셔서 그게 힘이 된다.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약속드릴테니 매진을 또 시켜주시면 좋겠다. 쿵쿵 울리면 회복이 된다. 팬들이 피로회복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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