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잠실 롯데-두산전에서는 이례적으로 감독들이 감정적 충돌을 하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중 정수빈이 몸에 맞는 볼로 부상하자 그라운드로 나와 롯데 선수단에 어필을 했다. 이 과정에서 동갑이자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롯데 측은 구승민에게도 김 감독이 막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감독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의 비난 화살은 롯데와 구승민에게 향할 수 있었다. 또한 양상문 감독도 굳이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사태는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 감독은 친한 사이이자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에게 짜증 섞인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수빈의 부상에 순간 감정이 격해져 욕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구승민에게는 ‘뭐 하자는 거냐’ 정도의 말만 했다고 했다. 선수에게는 절대 욕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진다’라는 코멘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감독이 그런 말을 했는지는 증거가 명확치 않다.
그러나 꼭 그 코멘트가 아니었다고 해도, 롯데 측은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도 욕설을 했다고 의심한다. 실제 중계방송에는 김 감독이 구승민을 바라보며 뭐라고 하는 장면이 잡혔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불분명하다. KBO의 판단에 맡겨야 할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라운드의 판관인 심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가 바로 심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심판들에게서도 진실을 들을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고 이런저런 소리들이 얽히며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고 보고를 올렸다. 이날의 주심은 김성철 심판원이었다.
KBO에 올린 심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감독들 사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확한 말을 듣지는 못했다. 특정 선수를 상대로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감정이 격해지며 충돌이 일어났지만 정확한 코멘트까지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돼 있다.
심판들도 이날의 진실에선 한 걸음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KBO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KBO가 진실을 밝히며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