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수빈은 갈비뼈 골절과 폐 좌상, 혈흉으로 적어도 6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28일 감독 벤치 클리어링 사태의 유일한 부상자인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29)은 관심 밖이었다. 욕설과 막말 논란 속에 정수빈의 부상 정도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정수빈은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섰다가 몸 맞는 공에 오른쪽 9번 갈비뼈가 골절됐다. 8회 타석에 들어갔다가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 시속 148km짜리 직구를 옆구리와 등 사이에 정통으로 맞았다. 정수빈은 공에 맞자마자 '악' 비명을 외치며 타석에 쓰러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수빈의 부상 정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 이례적으로 정수빈이 쓰러진 곳까지 걸어 나왔다. 두 눈으로 정수빈을 확인한 뒤 김 감독은 이성을 잃었다. 27일 7회 오재일(상대 투수 고효준), 28일 7회 정병곤(상대 투수 정성종)까지 석연치 않은 사구를 계속 지켜본 뒤였다.

가장 먼저 김 감독의 눈에 들어온 건 공필성 롯데 수석 코치였다. 흥분한 상태에서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친구가 보이니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나왔다. 욕설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옆에 있던 주형광 롯데 투수 코치에게도 험한 말을 했다. 구승민을 향해서는 "너 뭐 하자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상문 롯데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상대 팀 코치와 선수에게 욕을 하고 야단을 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양 감독과 김 감독이 대치하면서 3분 정도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양쪽 벤치가 흥분한 사이 다친 정수빈은 잊혔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 뒤 몇몇 언론에 "구승민에게 김 감독이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진다'라는 욕을 해 선수가 상처를 받아 당황스럽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발언이 보도된 뒤로 정수빈의 몸 상태는 완전히 관심 밖의 문제가 됐다.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정수빈은 오른쪽 9번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29일 재검진 때는 폐 좌상(멍)과 혈흉(폐에 혈액이 고임)이 추가로 발견됐다. 1주 정도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고, 못해도 6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를 다쳤기 때문에 복귀 시기를 정확히 가늠하긴 힘든 상황이다. 

정수빈은 2020년 FA를 앞두고 의욕이 대단했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타율 0.320(103타수 33안타) 출루율 0.418 10타점 19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리드오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 부상으로 재활 기간이 길어져 FA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억울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정수빈은 어른스럽게 대처했다. 구승민이 28일 경기 뒤 모바일 메신저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사과 글을 남겼다. 정수빈은 '괜찮다. 경기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답장했다. 정수빈은 사구를 맞은 뒤 구단에 "공이 들어오는 각도가 맞히는 각도였다"고 설명했지만, 구승민의 사과에 앙금을 풀었다. 

한편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공 코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공 코치와 주 코치에게 한 행동은 정말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양 감독에게도 사과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김 감독은 30일 열리는 KBO 상벌위원회에서 징계가 나오면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롯데 관계자가 언론에 알린 문제 발언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것. 김 감독은 바로 옆에 있던 공 코치와 권명철 두산 수석 코치에게도 해당 발언을 들었는지 확인했지만 다들 못 들었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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