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그라운드에서 감정싸움으로 대치한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양상문 롯데 감독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태가 벌어졌다. 몸에 맞는 공에 양팀 감독이 신경전을 벌어지고, 감독에 대한 직접적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는 하루가 지난 시점에도 초미의 관심사로 남아있다. 8회 2사 1,2루에서 구승민의 몸 쪽 공에 정수빈이 옆구리 부위를 맞은 게 시작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발언에 양상문 롯데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감정싸움까지 일어났다. 

아직까지 앙금이 모두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KBO는 징계 절차까지 신중히 논의하는 등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남을 태세다. 양팀의 의견을 종합해 세 가지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분석해봤다.

▲ 빈볼에 발끈? 두산 “빈볼 의심”, 롯데 “아니다” 일축

전개에 가렸지만, 무시해서는 안 될 사태의 발단이다. 두산 측은 구승민의 공에 대해 “빈볼성 정황이 강했다”고 의심한다. 두산의 다소 격한 반응도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의 말로는 공이 나오는 각도부터가 맞히는 각도였다고 하더라”고 의심했다. 

빈볼을 인정하는 투수나 벤치는 예나 지금이나 없다. 때문에 현장 관계자들은 “타자의 반응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이야기한다. KBO리그 역대 최다 사구의 주인공인 최정(SK)은 “고의가 아니면 아파도 그냥 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고의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화가 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는 고의성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A팀 베테랑 코치는 “빈볼을 던질 때 투수가 투구 동작부터 타자를 응시하는 경우가 있다. 포수 미트를 보면서 타자 쪽으로 공을 던지기 어려워서다. 타자·포수, 그리고 심판만 알 수 있는 사안이다. 밖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분위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코치는 “타자들은 ‘내가 공에 맞겠구나’라는 직감과 함께 타석에 들어설 때가 있다”고 했다.

▲ 갈비뼈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두산 정수빈. 두산은 빈볼 정황을 강하게 의심한다 ⓒ곽혜미 기자
반면 롯데는 빈볼을 일축한다. “던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경기가 넘어간 상황이었고, 3연전 중 서로 감정이 상할 만한 일은 없었다. “롯데가 전패를 당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그렇다면 이보다 더 크게 지거나 연패에 빠졌을 때는 무조건 빈볼을 던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롯데 선수단의 반응을 보며 “빈볼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소수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빈볼을 감독이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감독의 뜻을 읽은 코치, 혹은 베테랑 선수의 지시에서 나온다”면서 “빈볼을 지시했다고 보기에는 롯데의 그 다음 태도가 이상했다. 빈볼 상황에서 코치와 선수가 홈플레이트까지 가서 사과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오히려 내부 징계감”이라고 했다. 당시 심판진도 확신하지 못했는지 퇴장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 김태형 감독 일부 시인… “선수에게는 하지 않았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사태의 전개다. 주축 선수의 부상에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직접적으로 상대 팀 구성원에게 욕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김 감독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의 비난 화살은 롯데와 구승민에게 향할 수 있었다. 또한 양상문 감독도 굳이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사태는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욕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피해자였던 두산이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김 감독은 친한 사이이자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에게 짜증 섞인 욕설을 했음은 인정했다. 정수빈의 부상에 순간 감정이 격해져 욕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구승민에게는 ‘뭐 하자는 거냐’ 정도의 말만 했다고 했다. 선수에게는 절대 욕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진다’라는 코멘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감독이 그런 말을 했는지는 증거가 명확치 않다. 롯데 측도 말을 아끼는 단계다.

그러나 꼭 그 코멘트가 아니었다고 해도, 롯데 측은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도 욕설을 했다고 의심한다. 실제 중계방송에는 김 감독이 구승민을 바라보며 뭐라 하는 모습이 잡혔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불분명하다. KBO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이다. 다만 두산은 최초 발표에서 공필성 코치에게도 욕설이 없었다고 했다. 단지 “야구 좀 잘하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취재진에 전달했다. 말을 뒤집었다는 자체로 불리한 국면을 자초했다. 

▲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공필성 코치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ㅇ려졌다. 다만 구승민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태형 감독 징계? 쌓인 앙금 풀어내나

사태의 깨끗한 결말이 되어야 한다. KBO는 징계 대상이 되는지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야구규칙 6조4항 ‘경기 중 금지사항’에는 ‘감독·선수·후보 선수·코치·트레이너 및 배트보이는 어느 때이거나 벤치, 코치석, 그밖에 경기장 안의 어떤 장소에서도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도 그 해당 사항 중 하나다.

김태형 감독이 구승민에게는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 코치에게는 욕설을 한 것을 인정한 만큼 이 조항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KBO가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댄다면 징계는 불가피하다.

다만 KBO 징계보다 당사자들끼리의 앙금을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것이 빈볼이든 아니든, 구승민은 자신의 공에 한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어떤 식으로든 미안함의 표시는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구승민은 정수빈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 또한 징계와 별개로 공필성 코치에게 연락을 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정작 피해자는 갈비뼈가 골절된 정수빈인데 다른 이슈가 길어져봐야 두산에도 좋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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