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동, 박대현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북적거렸다. 축구장 크기 경기장이 꽉 들어찼다.

마흔두 살 젊은이(?)부터 아흔한 살 어르신까지 게이트볼 매력에 푹 빠졌다.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게이트볼 대회가 지난달 25일 충북 영동군민운동장에서 열렸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97개 팀 약 600명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최연소가 1978년생, 최고령은 1929년생이었다.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가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게이트볼 대회에서 장수상을 수상한 김철규 선수(왼쪽)와 맹수일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영동, 한희재 기자
최고령 참가자 김철규(90) 씨를 만났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부산시 금정구에서 왔다는 김 씨는 어두운 귀만 빼면 생생했다. 몸과 마음 두루 싱싱한 기운을 뿜었다. 

아흔 연세를 넘긴 어르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입문 계기를 여쭸다. 게이트볼에 발 들인 계기가 궁금했다. 김 씨는 "지인 권유로 시작했다. (당시) 부산광역시 게이트볼협회장이던 고 정세동 씨 권유로 시작했다. 그때가 1999년이다. 벌써 20년째"라고 밝혔다.

예상보다 규모가 컸다. 축구장 크기 경기장이 꽉 찼다. 부스 스물두어 개가 따닥따닥 줄지었다. 장날 같았다. 

영동뿐 아니라 서산, 가평, 철원 등 여러 지방 도시에서 게이트볼 대회가 열린다. 문전성시다. 저마다 500명은 거뜬하다. 시장성이 엿보인다. 

게이트볼 매력이 궁금했다.

"한두 개가 아니다. (매력이) 정말 많다. 혹자는 '그게 무슨 운동이냐' 핀잔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딱 하나 꼽자면 치매에 안 걸린다. (수싸움이 치열한) 게이트볼에 집중하면 치매에 절대 안 걸린다. 장담한다. 지금 내 나이가 아흔 하나다. (게이트볼을 통해) 백세까지 건강하게, 정신 또렷하게 살고 싶다. 자신 있다."

6·25전쟁 때 포병으로 참전했다. 3년간 포화 속에 살았다. 지축이 흔들리는 함성과 포 소리에 둘러싸여 지냈다. 청력을 많이 잃었다. 귀가 어둡다.

질의응답에도 기자 입을 봤다. 입모양으로 질문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군 시절을 자랑스러워 했다. 게이트볼을 연마하는 데도 도움이 적잖았다며 웃었다.

"젊었을 땐 나도 힘 있게 (공을) 잘쳤다. 이젠 기력이 달린다(웃음). 게이트볼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군대 시절 특등 사수를 도맡았다. 집에 메달이 다 있다(웃음). 게이트볼은 총질이랑 비슷한 듯싶다. 조준을 잘하고 타격 때 (T자형 스틱이) 흔들리면 안 된다. 군 시절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김 씨가 속한 부산혼성B 팀에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오른팔에 주장(主將) 완장을 찬 등 번호 2번이 돋보였다. 

코트 구석구석을 바지런히 훑었다. 쉴 틈이 없었다. 12명 남짓 선수 가운데 가장 바삐 움직였다.

동료가 공을 치면 공 구른 곳으로 달려가 궤적을 살폈다. 상황을 판단한 뒤 다음 타격 방향과 세기를 타자에게 일러 줬다. 플레잉코치 같았다.

김 씨는 "잘 봤다. 게이트볼에선 주장이 정말 중요하다. 주장이 잘해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게이트볼 타격은 바둑과 같다. 주장은 바둑을 두는 사람이다. 타자는 바둑돌이고. 주장 말을 잘 따라야 한다. 한 번 치고 주장 보고 (지시를) 듣는 게 필수다. 이게 착착 맞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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