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종현 기자] 같은 1-1 결과라도, 시나리오 구성에 따라 '노잼 축구' 혹은 '드라마'가 써진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열린 슈퍼매치는 '노잼 축구'가 아닌 드라마에 가까웠다. FC 서울 팬엔 더 극적이었을 테고.
수원은 5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홈경기 '슈퍼매치'에서 1-1로 비겼다. 데얀이 후반 선제골을 기록했는데, 후반 추가 시간 박주영에게 PK 버저비터 실점을 내줬다. 1844일 만에 슈퍼매치 맞대결 승리를 노렸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경기 내내 두드린 건 서울이다. 전반 7분 윤종규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슈팅한 고요한, 전반 16분 강력한 중거리 슛, 전반 33분 고요한의 중거리 슛이 골대를 강타한 장면까지. FC 서울 선수단이 아쉬워할 장면은 더 많았으리라.
전반 39분 수원 삼성의 이임생 감독이 데얀 카드를 꺼냈어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호신'의 전투력만 더 커졌다. 데얀이 볼을 잡으면 서울 팬들이 야유했다. 데얀은 자신의 야유에 응수하듯 전반 추가 시간 코너킥에 이은 크로스를 예리한 헤더로 돌렸다.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서울 팬들이 한숨을 내쉴 만한 장면이었다.
후반전 6분에도 박주영의 크로스를 이웅희가 위협적인 헤더로 연결했고, 7분엔 고광민의 벼락 슈팅까지. 최용수 서울 감독이 아쉬움에 펄쩍 뛰었다.
서울의 공세를 한순간에 잠재운 건 '푸른 데얀'이었다. 데얀은 후반 11분 사리치의 패스를 잡지 않고 발목을 꺾어 왼쪽 하단부로 찼다. 그의 원천 기술이 발현됐다. 골대를 맞고 서울의 골망이 흔들렸다. 수원이 분위기를 탔다. 2015년 4월 18일 이후 리그 13경기에서 이기지 못한 징크스(6무 7패)를 깰 수 있는 기회였다. 후반 45분 박주영이 VAR로 얻은 극적인 페널티킥을 노동건이 막았을 때 더 그런 분위기가 흘렀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박주영의 독이 바짝 올랐다. 후반 추가 시간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이대로 경기를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면서 내준 패스를 고요한이 잡았다. 고요한의 드리블을 노동건은 막지 못했다. 페널티킥이었다. 페널티킥 키커가 윤주태인지, 박주영일지 잠시 혼선도 있었지만, 박주영은 "내가 차겠다"고 자처했다. '승부사' 박주영이 찼다. 왼쪽 하단부 같은 방향이었다. 골망이 흔들렸다.
박주영 동점 골 직후 휘슬이 울렸다. 수원이 선제골을 넣고, PK까지 막았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수원 선수단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서울 선수단이 환호했다. 수호신의 함성이 빅버드를 크게 울렸다.
수원은 '푸른 데얀'이 득점까지 했는데, 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라는 심정이 들만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