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몬테네그로 공격수 데얀(38, 수원 삼성)을 빼놓고는 슈퍼매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데얀은 슈퍼매치의 살아있는 역사다. 2만 4천여 관중이 운집한 5일 수원과 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에 데얀은 슈퍼매치 통산 9번째 골을 넣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7골, 수원 유니폼을 입고 2골째다. 지난 8월 15일 대결에 이어 수원 이적 후 슈퍼매치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기록을 떠나, 서울의 레전드로 인정받던 선수가 2018년 수원의 10번 유니폼을 입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역사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3년 만에 서울 지휘봉을 다시 잡은 최용수 감독은 "데얀은 많은 추억을 함께 한 친구"라고 했다. 실제로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팀 버스에 오르지 않고 믹스트존을 빠져나오는 데얀을 기다렸다 해후했다. 데얀은 경기 전에 서울로 돌아온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 오스마르와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90분동안은 내 팀을 위해 뛰었다. 적이지었만, 우리는 언제나 친구다. 오스마르는 내 형제다. 같은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다. 수 많은 시간을 서울에서 같이 보냈다. 변할 것은 없다. 이제 최용수 감독도 만나러 갈 것이다. 저기서 날 기다리고 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데얀은 경기는 경기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옮긴 뒤 서울 팬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서울에서 일했던 이들 모두와 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 2017년의 데자뷔, 데얀은 서울이 아닌 수원과 문제가 있다
지금 데얀이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은 전 직장 서울이 아니라 현 직장 수원이다. 데얀의 두 경기 연속골에도 수원은 서울을 상대로 2015년 4월 이후 14경기째 이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데얀은 5일 경기에 자신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경기 전 데얀을 선발 명단에서 뺀 것에 대해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만 18세' 오현규를 선발 출전시켰다가 전반 40분에 데얀을 투입했다. 22세 이하 의무 출전 선수로 먼저 들어간 오현규가 부지런히 뛰며 서울 수비를 괴롭혔고, 데얀은 후반 12분에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18세 공격수와 38세 공격수를 전략적으로 기용한 결과다.
수긍하지 못할 선택은 아니었다. 실제로 전반 40분 교체 아웃되기까지 오현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전반전은 다 뛰게 해줬다면 어땠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 감독은 "데얀의 투입 시점은 머리 안에 있었다"며 선발에서는 뺐지만 전반전이 끝나기 전 투입한 것이 계획대로였다고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주지 않고 승리했다면, 멋진 승리 전략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축구는 결국 결과론이다. 교체 출전해 올 시즌 두 번째 골을 넣은 데얀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좋았다. 하지만 우리가 또 이기지 못했다. 좋은 경기를 할 때도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 10라운드에 10점 밖에 얻지 못한 것은 좋지 않다"며 현재 팀의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기색을 내비췄다.
"내가 골을 넣어서 좋고 행복하다.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꿨다. 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상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이겨야 했는데 불운했다. 아직 경기가 더 남았다."
이날 슈퍼매치는 양 팀의 베테랑 공격수들이 골을 주고 받았다. 38세 데얀이 선제골을 넣고, 34세 박주영에 동점골을 넣었다. 데얀은 서울 소속으로 슈퍼매치 7골, 수원 소속으로 2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 7호골을 넣었다. 데얀은 슈퍼매치 역대 득점 1위, 박주영은 2위다.
데얀은 "사람들이 왜 늘 나이를 말하는 지 모르겠다.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이라고 했다. "몇몇 어린 선수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보지 않는다. 또, 나보다 어리고 잘하는 선수도 있다"고 말을 이어간 데얀은 선수에 대한 평가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슈퍼매치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 베테랑이 중요한 이유가 드러났다고 했다.
데얀은 이날 선발 출전한 '20살 어린' 오현규에 대해 "나도 좋아하는 선수다. 밝은 미래를 갖고 있고, 스타일, 마인드, 개성 다 좋아한다"고 덕담했다. 그러나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감독의 몇몇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감독이다. 결정권있고, 책임이 있다. 그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말로 불만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 더 뛰고 싶은 데얀,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이임생
데얀은 2019시즌 10라운드를 치르기 까지 5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5경기는 교체로 들어갔다. 시즌 초에는 적응기를 겪던 호주 공격수 타가트가 교체로 나서다 3월 말부터 데얀이 주로 교체 선수로 투입되는 상황이다. 데얀은 서울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을 이야기했다. "데자뷔를 느낀다. 2017년에도 이런 일을 겪었고 2019년에도 같은 일을 겪고 있다. 괜찮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이 일을 겪고 데얀은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왔다.
감독이 바뀌면 경기 방식이 바뀌고, 선수들은 새로운 경쟁에 놓인다. 이때 데얀과 같은 거물급 선수, 팀내 연봉이 높은 선수를 다루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유럽 축구 무대에는 더더욱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이 최용수 감독 체제에서 황선홍 감독 체제로 바뀌었을 때, 데얀은 2017시즌 리그 19골을 넣었지만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수원으로 갔다. 서정원 감독이 떠나고 이임생 감독 체제가 된 수원도 전술이 바뀌었다. 데얀을 비롯한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많이 뛰고, 빨리 뛰어야 하는 스타일 안에서 고전하고 있다.
날카로운 타가트, 패기넘치는 오현규의 등장 속에 노련한 데얀이라는 카드를 두고 이임생 감독은 상대에 맞춰 다른 패를 낼 수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적의 조합을 맞추는 것보다 더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다.

선수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하는만큼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가 전 경기를, 모두가 90분 풀타임을 뛸 수는 없다. 데얀은 조금 더 소유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더 지치고 하고 체력을 소진하지 않는 축구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이 가진 단점이 드러나기보다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 자신도 잘 알듯이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고, 책임도 감독이 진다. 공을 소유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퀄리티는 물론이고, 감독이 추구하는 경기 모델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감독 역시 팀 내 최고 스타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로테이션과 조커 투입은 이 감독이 찾은 절충안이다.
불협화음의 문제는 결국 결과다. 과정이나 의도 모두 결과를 통해 평가 받는다. 서울전 결과가 승리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다. 10라운드까지 승점 10점을 얻는 데 그친 초반 부진이 부동의 주전 자리를 잃은 선수들의 볼멘소리로 이어진다. 이 역시 축구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수원은 데얀의 팀도 아니고 감독의 팀도 아닌 우리의 팀이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함께 가자고 데얀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수원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승리하는 것이다. 선수는 경기력으로 말하고,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