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올 시즌 감독 퇴장은 두 차례 발생했다. 롯데 양상문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1·2호 퇴장을 당했다. 모두 홈충돌 상황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놓고 수긍하지 못하고 항의를 하다 퇴장 조치를 받은 것이었다. 한 주간의 사건사고와 핫이슈를 정리하는 [스포츠타임 와글와글]에서는 지난 2일 잠실에서 kt 이강철 감독이 퇴장당한 상황을 살펴봤다.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애매한 홈충돌 방지법. 야구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앞으로 KBO리그는 어떻게 가야하는 것일까. 스포티비뉴스는 10개 구단 감독에게 긴급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들의 생각은 어떨까.

▲ kt 이강철 감독이 2일 잠실 LG전에서 홈충돌과 관련한 판정과 비디오판독에 항의를 하고 있다. 역대 감독 중 가장 이른 시점인 5월 2일에 퇴장 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했다.
◆홈충돌 상황

2일 잠실 kt-LG전 2회초 2사 1·3루. kt 김민혁의 3루 땅볼 때 LG 3루수 김민성이 달려 들어와 글러브로 포수 정상호에게 토스했다. 3루 주자 황재균이 포수 정상호와 충돌하면서 홈을 밟지 못했다. 심판은 아웃 선언. kt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 결과도 원심 그대로 아웃. 그러자 이강철 감독은 정상호가 주로를 막고 있었다면서 재차 어필을 하다 퇴장 당했다. 비디오판독 결과는 최종의 결정으로, 비디오판독 결과를 놓고 항의하면 무조건 퇴장 당한다는 규정을 이 감독도 모를 리 없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에도 좀처럼 강하게 어필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야구인생에서 처음 퇴장을 당했다. 보통 감독들은 첫해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잘 퇴장 당하지는 않지만, 이 감독은 역대 감독 중 가장 빠른 시점의 퇴장이라는 기록을 썼다. 그동안 감독 첫해에 퇴장당한 것은 그동안 4차례 있었는데, 1983년 해태 김응용 감독이 5월 12일에 퇴장당한 것이 가장 이른 시점이었다.

▲ 2일 잠실에서 kt 황재균(왼쪽)과 LG 포수 정상호가 충돌하고 있다.
<역대 감독 1년차 퇴장 사례>

해태 김응용=1983512(인천 삼미전)=심판에 모욕적인 언행(벌금 10만원)

쌍방울 한동화=1994512(대전 한화전)=판정불복 머리로 심판 눈 들이받아(6경기 출장정지)

LG 박종훈=2010522(잠실 두산전)=판정불복 손가락으로 주심 허리 찔러(벌금 50만원)

한화 한대화=201069(잠실 LG)=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후 심판에게 욕설(엄중경고)

kt 이강철=201952(잠실 LG)=비디오판독 항의(단순퇴장)

▲ 김응용 감독은 감독은 KBO리그 역대 가장 많은 6차례 퇴장을 기록했다. 감독 첫해인 1983년 5월 12일에 처음 퇴장을 당한 바 있다. ⓒKBO
◆논란의 경계선과 애매한 판정

결국 논란이 되는 것은 포수가 득점을 시도하려는 주자의 주로를 막지 않고 홈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과 경기 진행 도중 송구 방향이나 불가피한 이유로 포수 몸의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주로를 막는 것의 애매한 경계선 때문이다.

여기서 야구규칙 7.13 (2)항에 규정돼 있는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에 대해 살펴보자.

'포수는 자신이 공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득점을 시도하는 주자의 주로를 막을 수 없다. 만약 심판의 판단으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포수가 주로를 막는 경우 심판은 주자에게 세이프를 선언한다. 포수가 송구를 받으려는 정당한 시도과정(예를 들어 홈 방면 송구의 방향, 궤도, 바운드에 대한 반응으로, 또는 투수나 내야 안쪽으로 들어온 내야수가 던진 송구에 대한 반응으로)에서 주자의 주로를 막게 되는 경우는 위반으로 간주되지 아니한다.'

이어 [주]에는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다.

◆10개구단 감독 설문…4-3 포수방해 의견 우세…

워낙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보니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리고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현장을 지휘하는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감독들도 대부분 "애매한 경계선에 있다"면서도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포수의 주루방해라는 의견이 4대3으로 약간 우세했다. 2명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유보의 뜻을 나타냈고, 1명은 "솔직히 당시 상황에 대해 기사는 봤지만 자세히 리플레이 상황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주루방해다>

●A감독=부상방지를 위해 홈 충돌 방지법을 도입했다. 취지에 맞게 포수가 주로를 열어줘야 한다. 원래 아웃 타이밍이라면 더더욱 주로를 열어주면서 태그하면 되지 않나.

●B감독=포수 무릎이 들어갔다. 정상호도 다치지 않았나. 포수가 막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C감독=포수 정상호가 공을 받기 전에 어디에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 홈플레이트 꼭짓점을 기준으로 확실하게 절반 이상을 열어주지 않은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세이프를 주는 게 맞지 않나.

●D감독=홈충돌 방지법은 부상 방지를 위해 도입한 것 아니냐. 정상호의 무릎이 들어가는 장면은 옛날에 포수에게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그 동작을 안 하기 위해 만든 규정 아닌가. 작년엔 완전히 주자 아웃타이밍에도 그런 상황이면 포수의 방해로 보고 세이프를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루방해 아니다>

●E감독=송구가 오는 방향에 따라 몸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공을 잡는 정당한 과정이었다. 이것이 용인되지 않으면 포수에게 아예 팔만 뻗어서 공을 잡으라는 얘기인데 주자와 충돌하면 포수 팔이 더 다칠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공을 놓치라는 얘기인데, 그렇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F감독=부상 방지도 중요하지만 득점과 직결되는 홈 승부에서 그 정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G감독=포수 무릎이 다소 들어간 느낌도 있지만, 포수가 낮게 들어오는 송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애매하다>

●H감독=어떤 판정이 나오더라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I감독=포수 무릎이 조금 깊게 들어간 느낌도 있지만 포구 과정이어서 애매하다

<미응답>

●J감독=솔직히 당시 상황에 대해 기사는 봤지만 자세히 리플레이 상황을 보지는 못해 대답하기 어렵다.

▲ 4월 18일 사직에서 롯데 손아섭(왼쪽)과 KIA 포수 김민식이 홈에서 충돌하고 있다. 당시 롯데 양상문 감독이 홈충돌 비디오판독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논란 최소화 위한 논의의 장으로

과거에는 홈충돌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선수끼리 몸이 부딪칠 일이 거의 없는 정적인 스포츠 야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면이 바로 홈충돌이다. 양보할 수 없는 백병전. 그것이 야구의 참맛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야구도 달라지고 있다. 홈충돌 방지법은 선수의 부상 방지를 위해 2014년 메이저리그가 처음 도입했고, KBO리그도 이를 참고해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로 홈충돌 방지법 도입 4년째다.

홈충돌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리 규정을 정교하게 만들더라고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다.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플레이는 언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 하나하나, 논쟁 하나하나가 KBO리그의 발전을 위한 과정일 수 있다.

몇몇 감독들은 설문 조사에서 "프로야구 감독자 회의에서 한번 얘기를 해볼 주제인 것 같다. KBO, 심판들과 함께 이번 사례를 통해 '이 정도는 허용한다', '이 정도는 안 된다'는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져야할 것 같다.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허용되지 않아야하는 것일까. 홈충돌 방지법 규정과 적용이 또 한번 논의의 장으로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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