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 넣었어요' 대구FC 에드가(오른쪽)가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선제골을 넣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이런 팀이 더 힘들어요."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는 8일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2019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5차전을 앞두고 작은 걱정이 있었다.

멜버른은 대구와 만나기 전까지 1무3패, 승점 1점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오히려 12일 시드니FC와 호주 A리그 플레이오프에 신경 써야 했다. 다음 시즌 ACL 출전권 주인을 가릴 중요한 경기라 상대적으로 대구전 비중은 크지 않았다.

교체 선수까지 총 15명으로 대구에 온 멜버른이다. 혼다 게이스케 등 주전들은 대거 빠졌다. 호주 국가대표인 수비수 토마스 뎅이 경기를 지휘하며 대구를 상대했다.

조 대표는 1.5군급 구성이고 멜버른 원정에서도 1군을 상대해 3-1로 이겨 수월한 경기가 될 것 같다는 말에 "그렇지 않다. 이런 팀이 더 힘들다.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멜버른은 잃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케빈 무스카트 감독의 눈에 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뛰어도 됐다. 반면. 대구는 달랐다. 11일 FC서울과 K리그1 11라운드 원정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세징야가 부상으로 빠지는 등 전력 누수가 있는 상황에서 버텨내고 있지만, 16강 진출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경기 중 선수가 쓰러지면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다반사였다.

경기는 생각보다 잘 풀렸다. 9분 김대원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에드가가 나서 넣으며 1-0으로 앞서갔다. 이후 에드가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멜버른을 압박했다.

▲ 대구FC 정태욱의 세리머니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추가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슈팅 수가 10-1로 대구의 일방공세가 이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족했다. 향후 순위 다툼에서 골득실, 다득점 등도 계산된다는 점에서 추가골이 더 필요했다. 전반 종료 직전 잭 팔라졸로에게 역습에서 슈팅을 허용한 것이 그랬다. 멜버른은 결과가 필요 없어 대구보다 부담이 적었다.

물론 대구도 상대팀 구성은 상관이 없었다. 올해 첫 ACL 도전이고 모든 결과 자체가 새로운 역사다. 16강에 가고 싶은 욕망도 당연하다. 41분 홍정운이 허벅지를 부여잡고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오자 걱정하는 관중도 보였다. 곧바로 털고 들어가며 박수를 받았다.

고민은 후반 8분에 풀렸다. 정태욱이 머리로 골망을 흔들며 점수를 벌렸다. 중앙석에서 지켜보던 조광래 대표이사는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광역시 시장을 얼싸안고 환호했다. 긴장하던 얼굴도 풀렸다.

34분, A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열린 김대원이 왼발로 골망을 흔들자 포레스트 아레나는 용광로가 됐다. 37분 정선호의 마무리 골은 시원했다. 결국, 4-0으로 이기고 승점 3점을 가져오자 조 대표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없는 살림에서 3개 대회를 병행하는 구단 대표의 현실적인 고민이자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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