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세비야(스페인), 배정호 영상기자 강경훈 통신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최대의 관광도시 세비야에 오기 위해 에어비앤비 숙박을 예약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에어비앤비 주인은 아무 상의 없이 숙박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 숙박비는 무려 50배의 가격으로 올랐다.

금요일 저녁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 주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었다. 흰색 유니폼 그리고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음식점 곳곳에 모여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세비야는 시끌벅적했다. 분위기는 토요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술이 덜깬 사람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 카페로 모여들였다.


발렌시아와 팬과 바르셀로나가 팬이 갑자기 대동단결했다. 과격하게 스페인어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최영은 씨는 "레알마드리드를 욕하고 있는 것이다. 세비야에서 오늘 국왕컵 결승전이 열린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세비야로 집결했다. 아마 내일까지 동네가 시끄러울 것 같다"라며 웃었다.

발렌시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주제는 '이강인'이었다. 발렌시아 팬들은 이강인을 '강인리'로 불렀다. 카메라를 향해 이들은 이강인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바르셀로나 팬들이 기자를 향해 "어디서 왔냐"라고 물었다. 스페인어로 "꼬레아"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김정은의 나라, 북한에서 온 것 아니냐"라며 놀려댄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세비야 곳곳에는 경찰들도 배치됐다. 하지만 두 팀의 열정을 가로막을 순 없다. 다소 과격한 팬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관광객들을 놀랬켰다. 세비야에 관광을 하러 온 한 관광객은 "오늘 여기서 있다가는 무슨 사달이 날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세비야를 떠나야 할 것 같다"라며 근교 도시로 도망갔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경기가 열리는 레알베티스 홈구장 '베니토 비야마린'까지는 5km다. 근처 택시 및 우버 심지어 버스 모두 잡을 수 없었다. 경기 시작까지 3시간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조바심이 났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버스기사가 갑자기 우회 도로로 들어가더니 문을 열었다. 경기장 근처까지 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표를 사지 않은 팬들까지 합류했기에 이미 발을 디딛을 틈이 없었다. 경기장 보안은 최고 수준이었다. 

발렌시아에 거주하며 스포티비 뉴스에 라리가 소식을 전해준 강경훈 통신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경기장에 가서 취재를 하지 못하고 오는 불상사가 생길뻔했다. 많은 인파속 AD카드 수령 센터를 찾는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강경훈 통신원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AD 카드를 수령했다. 강 통신원은 "라리가에서 보통은 보안 절차가 1단계만 된다. 하지만 국왕컵은 역시 다르다. 이미 4번이나 검사를 했다는 건 그만큼 빅 매치라는 증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발렌시아에서 1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온 강경훈 통신원에게 티켓 가격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표값은 무려 1500에서 2000유로까지 치솟았다. 더불어 일주일 전 이미 발렌시아에서 세비야에 오는 대중교통 편은 이미 매진이었다.

기자석도 만석이었다. 계단에 걸 터 앉아 경기를 관람해야만 했다. 바르셀로나 팬들이 있는 곳에서 주심의 휘슬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양 팀의 응원전은 가히 장관이었다.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축구공 하나에 자신들의 모든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 바르셀로나 팬들은 틈만 나면 "메시"를 외쳤다. 마치 주문과 같았다. 

7분 동안 아웃 오브 플레이는 없었다.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빅경기였다. 예상과 달리 발렌시아가 선취골을 넣었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한다. 전반 33분 발렌시아가 추가골을 넣었다. 바르셀로나 한 팬이 거친 욕을 뿜어댔다. 

전반이 종료되고 바르셀로나 팬들은 너나할것 없이 감독 그리고 쿠티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메시의 만회골이 나오자 웃통을 벗어 동점골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해보았지만 심판의 종료휘슬소리로 경기는 2-1 발렌시아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우승팀 발렌시아 팬들은 시상식까지 함께했고 바르셀로나 팬들은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갔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경기장엔 'We are the champions'가 울려펴졌다. 

기자회견장에서 바르셀로나 감독은 고개를 숙였고 발렌시아 감독은 울먹였다.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메시가 보이지 않았다. 런던에서 온 알베르토 기자가 준 정보에 따르면 메시는 시상식과 믹스트존 모두 인터뷰 없이 나갔다. 평소 튀는 행동을 싫어하는 메시의 성격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경기종료 후 메시는 고개를 한참동안 들지 않았다. 리버풀에게 충격적으로 0-3의 스코어를 뒤집히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 실패, 더불어 국왕컵에서 더블 실패까지. 라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메시에겐 기억하기 싫은 끝이 좋지 못한 2019 시즌이었다. 

새벽 2시가 되서야 모든 업무가 종료됐다. 스페인 언론 기자들도 기사 마감을 마치고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미디어 아레나 공간을 빠져나와 어둠이 짙게깔리고 몇개의 조명만 켜져있는 텅빈 경기장을 바라봤다. 세비야의 밤은 계속 시끄러웠고 국왕컵 결과의 여운은 다음날 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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