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A대표팀에 처음 부름 받은 '슈틸리케 황태자' 이정협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우리 플레이 스타일에 충분히 적응할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이란과의 6월 A매치 2연전에서 관심을 모았던 부분 중 하나는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의 귀환이다.

이정협은 2017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던 이정협은 부상과 이적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올해 부산 아이파크로 돌아와 K리그2(2부리그)에서 비상을 알렸다.

최근 흐름은 정말 좋다. 6라운드 아산 무궁화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7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전에서 골맛을 봤다. 10라운드 대전 시티즌, 12라운드 부천FC 1995전에서도 멀티골을 터뜨렸다.

페널티킥은 한 골도 없다. 특히 3월에는 침묵했지만. 지난달 13일 아산전을 시작으로 지난 20일 부천전까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7골을 몰아쳤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페널티킥으로 넣은 골이 없다는 점에서 순도도 높다.

흐름만 본다면 파울루 벤투 감독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벤투 감독은 이정협의 선발에 대해 "이정협의 특징과 능력을 유심히 관찰했다"며 "모든 선수를 분석할 때 과거 대표팀 경기력을 확인 했다. 이정협도 마찬가지다. 그와 더불어 소속팀에서 보여준 것을 두루두루 점검했다. 우리 플레이스타일에 충분히 적응할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면 빌드업에 기반을 둔 공격 지향의 축구에 최전방 공격수인 이정협이 적격이라고 전했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 시절 전방에서 왕성하게 뛰며 희생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만족감을 줬다. 팀플레이에 문제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슈팅 정확도가 조금 아쉽지만, 186cm의 신장을 앞세운 높이 활용에도 적격임을 보여줬다.

그런데 한 가지 물음표가 붙는다. 이정협과 똑같은 골을 기록하며 K리그1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신욱(전북 현대)이 외면받았다는 점이다.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7골을 넣으며 전북의 2위 순항에 기여하고 있다.

이정협과 다른 점은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ACL에서도 3골을 넣으며 전북의 1위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18경기 10골로 고감도 득점력을 자랑 중이다. 김신욱도 페널티킥 골 제로다.

▲ '시누크' 김신욱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신욱은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없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오히려 벤투 감독과 같은 포르투갈 출신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황태자로 자리 잡고 있다.

김신욱은 A대표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즌 내내 전북과 A대표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모라이스 감독은 저에게 맞춰 전술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팀은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며 차이가 있음을 전했다.

같은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지만, 대표팀은 전북과 다르다. 전방에 좀 더 개성 넘치고 빠른 공격 자원들이 많다. 높이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김신욱 대신 2선에서 볼을 받으며 공간을 만드는 이정협의 스타일이 좀 더 어울리는 이유다.

벤투 감독이 준 힌트는 또 있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K리그. 일본, 중국, 카타르, 잉글랜드 등 뛰는 리그는 중요하지 않다. 특징과 능력,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 스타일에 선수들이 얼마나 맞게 활약하는지가 중요하다. 득점이나 도움 등 기록, 단순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득점, 도움을 했다고 선발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게는) 설득되지 않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즉 K리그1 득점, 도움 상위권이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어긋나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라는 주득점원이 있고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손흥민도 있다. 이정협의 합류로 김신욱이 낄 자리가 없는 셈이다.

향후 아시아 예선에서는 밀집 수비를 깰 비책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높이가 아닌 발밑으로의 해결 의지를 이정협 선발로 알렸다고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25명으로 선발하면서 예비 명단이 없었다는 것도 이채롭다. 물론 공개 여부는 벤투 감독 마음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5명으로 2명 정도를 추가로 더 뽑았기 때문에 예비명단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최종예선이나 월드컵 본선 명단이 아니라 더 그렇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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