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최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오재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오)재일 선배님이 말 잘 들어야 첫 세이브 공을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최원준(25)은 지난달 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데뷔 첫 세이브 공의 행방을 묻자 이내 시무룩해졌다. 최원준은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 마지막 투수로 나서 1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9-1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 투수가 됐다.  

최원준의 데뷔 첫 세이브 공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처리한 1루수 오재일의 손에 들어왔다. 경기 뒤 이영하가 오재일을 찾아가 "(최)원준이 형 세이브 공을 챙겨줘야 한다"고 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오재일은 "말 잘 들으면 주겠다"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다. 

세이브 공을 받지 못했을 때 만난 최원준은 "나는 아무래도 공 받는 것과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첫 승 공은 홈런이 돼서 못 찾았다. 만약에 찾게 되더라도 감독님께서 400승을 한 날이라 감독님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아직 프로에 와서 보관한 공이 없다. 첫 승 공은 구단 사인공에 정재훈 코치님께서 날짜 같은 걸 적어서 써주셔서 잠실 라커룸에 뒀다. 세이브 공은 받아서 집에 하나라도 보관하고 싶다. 이따가 재일 선배님을 만나면 공을 달라고 해야겠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오재일은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최원준이 찾아가자 곧바로 세이브 공을 챙겨줬다. 오재일은 "바로 주기가 뭐한 것 같아서 장난을 좀 쳤다"며 후배의 첫 세이브를 축하했다. 

세이브를 챙긴 투구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실점으로 버텼다는 데 만족했다. 최원준은 "기록이 생길 때마다 내용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첫 승을 할 때도 깔끔하게 막진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때 쉬고 오랜만에 나와서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 같다. 힘이 너무 들어가니까 공이 뜨고 날려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제구도 잘 안 됐는데, 중요할 때 경기를 내보내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원준이 힘이 들어가서 제구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졌다고 칭찬했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 역시 "이기는 경기에 필승조 개념으로 투입을 한 건데, 이런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길 것이다. 아직 이길 때 던진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것 같은데, 생각지도 않은 세이브를 챙겼으니까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17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원준은 올해부터 불펜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7경기에 등판해 1승2패, 1세이브, 2홀드, 34⅔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올해 1군 생존이 목표였던 최원준은 "예전에는 마운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무작정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이제는 (박)세혁이 형이 리드로 해주시고,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불펜에서는 정재훈 코치님께서 조언해주신다. 예전에는 2군에 가면 어떻게 하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졌다"고 밝혔다. 

코치진은 최원준에게 좌타자 약점을 줄이려면 떨어지는 변화구를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원준도 충분히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김 코치는 "시즌 끝나고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시즌을 보면 구종의 다양성보다는 확실한 결정구가 필요하다. 지금은 직구 위주로 단조로운 패턴으로 가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타자들이 대비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쓸 수 있는 결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준은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높은 편이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조금 더 연습해야 좋은 성적으로 (1군에) 오래 있을 것 같다"고 공감하며 이번 세이브를 계기로 팀에 더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