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리는 바로 중견수다. 최소 세 명의 선수가 ‘최후의 승자’를 노린다. 이창진(29), 김호령(28), 그리고 최원준(23)이 일단 시즌 초·중반 이 자리를 놓고 다툴 선수들이다. 당초 이창진이 한발 앞서 나가는 듯 보였던 이 포지션은 부상 변수, 시즌 개막 연기 변수 등이 겹치면서 누구도 우세를 장담하지 못하는 격전지로 부각됐다.
김호령이 부상으로 캠프에 참가하지 못함에 따라, 캠프까지는 최원준이 가장 앞서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캠프 초반까지만 해도 코너 내야에서 수비 훈련을 했던 최원준은 갈수록 외야 비중이 높아지더니 중견수 후보로 자리 잡았다.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개막이 연기된 사이, 부상에서 회복한 김호령이 곧바로 치고 올라왔다.
김호령은 원래부터 정평이 나 있었던 수비력은 물론 연습경기에서 타격도 호조를 보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선수는 최근 팀 연습경기에서 나란히 중견수 자리에 자리 잡으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 15일 연습경기에서도 선발로 나간 최원준이 멀티히트를 기록하자, 최원준을 대신해 들어간 김호령은 2루타를 터뜨리며 서로 좋은 결과를 냈다.
두 선수 모두 활용성이 있는 만큼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창진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세 선수 모두가 외야수로서 1군에 있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 포함된다 하더라도 중견수 자리는 하나다.
이창진은 지난해 실적이 확실한 선수다. 133경기에 나가 타율 0.270, 6홈런, 48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수비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양상이었다.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지난해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다.
세 선수 모두 서로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윌리엄스 감독의 판단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감독은 강타자 출신이지만 수비와 주루에서의 세밀함 또한 크게 강조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일각에서는 어느 이 경쟁 구도가 시즌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자신의 자리를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윌리엄스 감독의 임기는 3년이고, 올해 먼저 치고 나가는 선수는 내년에도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강해질 만한 여건이다. 올해 개막 중견수보다는, 시즌 마지막 경기의 주전 중견수가 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경쟁 속에 KIA 중견수 포지션이 살을 찌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