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중일 감독은 지난 10일 청백전에서 이형종-김현수-채은성을 1~3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형종의 1번 기용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나머지 두 선수의 타순은 평소와 달랐다. '2번타자' 김현수가 먼저 눈에 띈다. 김현수는 앞서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서도 2번 타순에 들어갔다.
의미 없는 기용이 아니라는 신호다. 류중일 감독은 18일까지 모든 청백전을 마친 뒤 "로베르토 라모스가 4번을 맡아주면 김현수가 2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라모스가 6번이 된다면 김현수가 중심에 들어간다. 볼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지만 라모스가 4번타자다운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김현수가 2번을 칠 때 3번타자는 이형종이나 채은성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에도 2번 타순에 무게를 싣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카를로스 페게로가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2번 타자로 뛰었던 점에 착안한 구상인데, 페게로의 선구안 문제로 결국 계획에만 머물렀다. 페게로는 일본에서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7년 2번 타순에서 OPS 0.923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시즌 막판 슬럼프를 겪고도 LG에서 가장 높은 OPS 0.807을 기록했다. 올해는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조정해 장타력 회복을 노린다. 라모스가 KBO리그에 안착한다면 LG는 가장 뛰어난 타자를 2번 타순에 배치하는 '메이저리그식' 라인업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