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선. 제공| 지선
▲ 지선. 제공| 지선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인생의 큰 이벤트는 때론 삶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지고 온다. 가수 지선에게는 결혼, 출산, 육아와 일이 그랬다. 화려한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가수의 삶에서 대학 교수와 엄마의 삶에 집중하면서 지선은 삶의 유의미한 변화를 겪었다. 

지선이 최근 발표한 '레인보우'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생한 곡이다. 지선이 지난 11일 발표한 '레인보우'는 지선이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하는 곡이다. 그간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 OST, 프로젝트 음원을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지선이 고민하고 내놓는 온전한 자신만의 음악은 약 11년 만이다.

'레인보우'는 어른이 돼버린 우리에게 당연하게 잃어버린 삶에 대한 기대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꿈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는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힐링송'이다. 지선과 함께 딸 비솔이 보컬로 참여해 모녀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들려준다. 

'레인보우'에 대해 지선은 "위로의 노래"라고 소개하며 "달라진 나로서 한 사람의 인생으로 가진 행복을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특히 지선의 딸 비솔은 엄마와 함께 꾀꼬리 같은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뽐낸다. 다듬어지지 않은 청아한 비솔의 보컬은 잘 가공한 목소리보다 더 큰 감동을 전달한다. 

지선은 "아이가 9살이다. 좀 있으면 청소년이고, 내년이면 10대다. 이 아이가 나에게 정말 많은 행복을 줬기 때문에, 나와 아이의 기념비적인 뭔가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다"라며 "처음에는 저 혼자 부르는 노래였는데, 가사도 그렇고 같이 불러보면 어떨까, 그럼 더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지선과 딸 비솔의 모녀 보컬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충남 홍성 출신인 지선은 2018년 홍주천년기념음악회에서 지명 홍주를 노래한 '홍주예찬'을 딸과 함께 불렀다.

지선은 "그때 같이 무대에 섰었는데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같이 부르자고 했을 때 즐거워하더라"라며 "그런데 녹음에서 계속 노래를 시키니까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전체를 부르고 싶다', '내 분량은 이거밖에 안 되냐'고 하더라"라고 귀여운 에피소드를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레인보우'는 작사, 작곡을 지선이 했고, 편곡은 조정치가 맡았다. 사비를 쏟아부어 음원의 1부터 10까지 모든 걸 혼자 힘으로 제작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게다가 지선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자동 재생되는 음악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 한다. 몽환적이고 어둡거나, 혹은 슬픈 발라드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였던 지선은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듯한 밝은 어쿠스틱 음악과 만나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지선은 "음악을 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부담이었던 것 같다. 제가 음악을 좀 내려놓고 다른 삶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갭이 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제 이미지와 제 변화한 모습에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을 만하다"라고 했다. 

▲ 지선(왼쪽)과 딸 비솔. 제공| 지선
▲ 지선(왼쪽)과 딸 비솔. 제공| 지선

결혼과 출산, 육아의 경험은 지선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그렇게 체득한 경험들은 '레인보우'에 그대로 녹아있다. '레인보우'가 과거 지선의 음악과 달라진 것은 가수 지선도, 인간 지선도 그만큼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선은 "예전에 음악했을 때는 저는 어둡고 낯도 가리고 우울해서 그런지 슬픈 발라드를 많이 부르고, 그렇게 이미지가 각인됐다. 물론 제 브랜드가 있는 거니까 그 이미지에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그만두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는 과정에서 육아를 통해 많이 달라졌다. 아이라는 존재가 주는 기쁨, 새로운 세상 이런 것들이 변화를 가져와서 밝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슬픈 발라드도 물론 잘 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다른 얘기도 들려드리고 싶었다"라고 했다. 

또 지선은 "노래를 하면서 어두움이 더 깊어졌다. 노래를 할 때 저는 빙의되는 스타일이다. 연기 하시는 분들이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노래에 빠져들어서 부르는 편인데, 활동을 슬픈 발라드로 하고 나면 실제로 몇개월 동안 몸이 아프고 그랬다. 나름대로 사랑받았던 것에 비해서는 내면적으로 불행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건 슬픈 곡으로 각인돼 있고,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음악에서 벗어난 지선은 진정한 행복을 찾았고, 이 행복을 동력 삼아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전과 지금의 지선도, 그가 부르는 음악도 다르다. 음악을 대하는 방법, 음악을 바라보는 마음을 들여다 보는 법도 배웠다.

지선은 "음악으로 돌아오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레인보우'를 시작으로 예전 같은 그런 과잉 없이도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용기가 생겼다. 이 시대에 그렇게 주류의 음악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하게 정했던 것 같다.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 이 다음에는 어떤 노래를 발매할지 모르겠지만, 슬픈 발라드도 있고, 일렉트로닉도 있다"라고 이후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레인보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만연한 시기, 세상과 단절되고 사람에서 멀어진 이들에게 딱 맞는 위로와 희망을 선사한다. '어둡고 아픈 어제는 지나갈거야, 눈물은 뒤돌아보지 말아,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아질 거야'라는 '레인보우' 속 가사는 코로나19 이전에 쓰였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상황과 딱 들어맞는 따뜻한 공감을 전한다.

지선은 최근 가수뿐만 아니라 엄마, 대학교수로서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특히 교수로서 만나는 아이들은 지선과 함께 성장하고, 또 지선을 성장시킨다. 

그는 "새로운 직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지만 너무 재밌었다. 배운 것도 너무 많다. 가수로서 살 때는 외부 사람에 대한 방어막이 컸다. 쉽게 말한 것들이 기사가 되거나, 그런 것들이 트라우마가 컸고, 제 민낯을 내려놓는 걸 두려워서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학생들을 만나고 받게 되는 교감 같은 게 굉장히 절 감동시켰다. 마음으로 줬을 때 어떤 씨앗이 나무가 된다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라고 교육자로 일구는 새로운 삶에 대해 설명했다.

지선은 '레인보우'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로하고 싶다고도 했다.

지선은 "모든 엄마들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힘드신 것 같다. 엄마들은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특히 요즘은 아이를 한명만 키우는 경우도 많으니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있다. 작은 거에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엄마들에게, 또 엄마가 되느라 경력이 단절된 여성분들에게 가사처럼 '두근두근 마음 속에 너의 꿈은 끝나지 않았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신없이 내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는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도 있어서 아이랑 부른 것도 있다"라고 웃었다. 

▲ 지선. 제공| 지선
▲ 지선. 제공| 지선

지선은 2020년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하고, 딸과 함께한 '레인보우'도 발표하는 등 가수로서 주목할만한 변화의 지점을 맞이했다. 유튜브 '지선홀릭'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는 지선은 더욱 활발한 활동과 다채로운 음악으로 아직 오지 않은 정점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전 국민이 모두 알고 부르는 '국민가요'에 대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지선은 "언제부턴가 내 전성기가 언제였지 생각하게 됐다. 내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거다. 언젠가 또 모르지 않나. 나이가 많아졌어도 제가 좋은 노래를 써서 국민가요가 될 수도 있다. 예전엔 꾸지 못했던 꿈을 이제 꾸는 것 같다. 가수로서 국민가요 하나쯤은 남기고 죽고 싶다. 목소리가 똑같다고 해주셔서 그런 것에 감사하고 있다. 제 예전 음색을 기대하시는 분들, 새로운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트렌드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그저 진심을 기본으로 제 음악을 묵묵히 하고 싶다"라고 했다.

팬들 역시 지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는 "난 비주류다, 열성팬이 너무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콘서트를 반복할수록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듯이 처음 콘서트에 오셨다는 분, 예전에 어느 공연에 오시고 오랜만에 오셨다는 분, 여러 분들이 모여 들더라. 내게도 이런 기반이 있었구나, 내가 이 사람들의 인생에 이런 영향을 줬구나, 내 음악을 가벼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보컬이 음악을 휘둘러야 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다양화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 같고, 나만의 방식으로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고,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공백을 지나서 공연장에서 팬분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하게 된 생각이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험한 비바람이 불어닥친 후 하늘에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지선 역시 험한 인생의 고난을 지나 무지개 같은 음악을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이 무지개의 힘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지선은 "무지개는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타나는 위로지 않나.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듣는 위로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라며 "듣고 참 위로가 됐다, 잠깐 날 다독이게 됐다, 그런 말을 들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힘드셨던 자영업자 분들께도 힘을 드리고 싶다. 사실 저희 할아버지 역시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장수는 하셨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이렇게 누군가를 잃으신 분들, 물론 코로나19 시대를 작정하고 쓴 노래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적으로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위로의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지선은 26일 '레인보우'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지선홀릭을 통해서 공개한다. 

▲ 지선과 딸 비솔. 제공| 지선
▲ 지선과 딸 비솔. 제공|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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