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문경 국군체육부대, 조영준 기자 / 김성철, 임창만, 박진영 영상 기자] "최종 목표는 파리 올림픽입니다. 당연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금메달이 아니어도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근대 5종 종주국(프랑스)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27, 광주광역시청)의 훈련 일정은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수영장 풀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른 뒤 체육관으로 이동해 펜싱 훈련에 들어간다. 근대 5종 복합 훈련장에서는 육상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합친 레이저건 연습에 집중한다. 경기장을 한 바퀴 돈 뒤 곧바로 레이저 건을 집은 전웅태는 백발백중 정중앙 사격에 성공한다.

▲ 근대 5종 레이저 런 훈련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근대 5종 레이저 런 훈련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그의 다음 훈련 장소는 승마장이다. 동물과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승마에서 전웅태의 집중력은 한층 올라간다. 말과 호흡을 맞추며 경쾌하게 장애물을 건너뛴 뒤 수고한 파트너를 어루만지며 격려한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프랑스, 1863~1937)이 고안한 근대 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크로스컨트리를 모두 하는 종목이다. 각 종목 점수의 총합으로 대회 우승자를 가리는 근대 5종은 '만능 운동선수'를 대표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다.

쿠베르탱 남작은 "근대 5종 선수는 경기 승패를 떠나 뛰어난 만능 운동선수다"며 이 종목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서로 특징이 다른 다섯 가지 종목을 모두 잘 해내기는 어렵다. 뛰어난 운동 신경은 물론 집중력 및 다양한 종목 훈련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근면함'도 따라야 한다.

▲ 2020 도쿄 올림픽 근대 5종 남자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
▲ 2020 도쿄 올림픽 근대 5종 남자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

전웅태는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 5종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근대 5종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도 승전보를 전했다. 지난 14일 불가리아 알베나에서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3차 대회에 출전한 전웅태는 1537점으로 우승했다. 

특히 펜싱(284점)과 종합점수(1537점)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세웠다. 한국은 물론 세계 근대 5종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전웅태의 시선은 '현재'와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생각보다 정말 좋은 경기 결과에 (감독 코치) 선생님들도 모두 놀라셨고 저도 그랬습니다. 선생님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 한층 성장했다고 말씀해주셨죠. 근대 5종은 변수가 많아 일등한 선수가 다음 대회에서 일등하기는 어려운데 앞으로 열릴 (터키 앙카라) 월드컵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2022 도쿄 올림픽 근대 5종 수영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전웅태
▲ 2022 도쿄 올림픽 근대 5종 수영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전웅태

수영으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종목을 할 수 있는 근대 5종으로 전향, 인생을 바꾸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전웅태는 수영으로 스포츠의 세계에 입문했다. 다양한 종목을 하면서 느꼈던 재미에 푹 빠졌고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로 성장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UIPM 세계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도쿄 올림픽 최종 3위에 오르며 시상대에 섰다. 전웅태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이자 한국 근대 5종의 새로운 역사가 열린 순간이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전에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이슈가 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올림픽으로 인해 근대 5종과 제가 알려지면서 큰 대회라는 것을 실감했죠. 제가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영향력이 생기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대 5종의 매력에 대해 전웅태는 "한 종목에서 다른 종목으로 전환할 때 지루할 틈이 없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종목을 하는 것은 때로는 힘들다. 그러나 이 종목을 매우 좋아하고 체육인으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 승마 훈련을 하고 있는 전웅태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승마 훈련을 하고 있는 전웅태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개인적으로 승마를 많이 좋아해요. 어렵지만 스릴이 있고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했죠. 순간적인 판단력과 기술을 요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다른 종목도 다 자신 있고 잘하니까 메달을 따지 않았을까요?(웃음) 그전까지는 기술 종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레이저 런도 최근에는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보완하려고 합니다."

최근 근대 5종에 승마가 제외되고 장애물 경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여자부에 출전한 아니카 슐로이(독일)는 승마 경기 도중 장애물 넘기를 거부한 말 때문에 이 종목에서 0점에 그쳤다. 이 사건이 터진 뒤 슐로이는 선두에서 3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했고 규정 변경에 대한 여론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근대 5종 선수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상당수 선수는 '승마 퇴출'에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전웅태는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승마를 해왔는데 막상 이 종목이 없어지면 선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같은 국가대표 동료는 물론 다른 나라 선수도 저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 전웅태가 승마 훈련을 마친 뒤 말을 다독여주고 있다.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전웅태가 승마 훈련을 마친 뒤 말을 다독여주고 있다.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실제로 도쿄 올림픽 남자부 금메달리스트인 조지프 충(영국)도 "선수들의 의견은 이러한 결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UIPM은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는 새로운 종목을 추가해도 승마를 포함한 기존 종목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림픽에서는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새 종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근대 5종 국가대표 선배 정진화(왼쪽)와 함께한 전웅태 ⓒ전웅태 인스타그램 캡처
▲ 근대 5종 국가대표 선배 정진화(왼쪽)와 함께한 전웅태 ⓒ전웅태 인스타그램 캡처

정진화라는 멘토가 이끌어 준 길, 근대 5종 종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시상대 꿈꾼다.

근대 5종 국가대표 가운데 일찍부터 이 종목을 대표한 이가 있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우승한 정진화(33,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한동안 한국 근대 5종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선구자' 격인 정진화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후배 전웅태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정)진화 형은 저한테는 정말 큰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롤 모델이었고 운동선수로는 물론 인성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선배죠. 선구자로 근대 5종을 알리기 위해 먼저 활동하셨는데 도쿄 올림픽 때도 함께 시상대에 올라가자고 말했었죠. 그렇지 못해 매우 아쉬웠습니다."

정진화는 도쿄 올림픽 때 부상을 입었지만 '진통제' 투혼을 펼치며 마지막까지 경기에 임했다. 최종 4위로 아쉽게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러한 투혼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펜싱 훈련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펜싱 훈련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다른 종목 선수 가운데서도 롤 모델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전웅태는 이종격투기의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를 꼽았다. 그는 "롤 모델이라기보다 이 사람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는데 코너 맥그리거다"고 말했다. 이어 "맥그리거의 성공 스토리가 담긴 영상을 봤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이기겠다'고 말하면 꼭 그렇게 다 이기더라, 선수가 말하고 그것을 이뤄내기가 어려운데 저도 자신이 말하는 것을 지켜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전웅태는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상영(27)과 육상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26, 국군체육부대)과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박상영 선수는 올림픽 전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우상혁 선수도 친분이 있는데 서로 '끝까지 해보자'며 격려했죠. 근데 그 친구는 요즘 매우 잘 나가고 있어서 제 마음의 불씨를 지펴줬습니다.(웃음) 우상혁 선수가 (카타르 도하 육상 다이아몬드리그) 금메달을 딴 뒤 '형, 할 수 있어요'라고 격려해줬고 저도 금메달을 땄죠. 그 다음 날에는 박상영 선수도 (독일 월드컵) 단체전에서 우승했습니다. 친한 선수들이 다 우승해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얻었죠" 

전웅태의 올해 최고 목표였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지난겨울부터 쉼 없이 이 대회를 준비해왔기에 아쉬운 마음은 크다. 그러나 전웅태는 "큰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순간이 바뀐 거지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큰 차질은 없고 다시 준비하겠다"며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 스포츠타임 '어바웃 타임' 촬영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 스포츠타임 '어바웃 타임' 촬영 중인 전웅태 ⓒ문경 국군체육부대, 스포티비뉴스

아직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없는 전웅태는 올해 이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2년 뒤 근대 5종의 종주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시계 초점을 맞췄다.

"올 시즌은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꾸준하게 대회에 나가 메달을 땄으면 좋겠고 저 말고 다른 선수들도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합니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금메달이 아니어도 메달은 꼭 획득하고 싶어요. 근대 5종의 종주국에서 경기하는 것으로 영광이죠.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터키 앙카라 4차 월드컵 출전을 위해 3일 출국한 전웅태는 오는 7일부터 열리는 이 대회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기자명 조영준 기자, 김성철 기자, 임창만 기자, 박진영 기자 floyd18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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