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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제일 중요” 염경엽도 작심 비판… ‘잠실 팬 대연합’ 뿔났다, 서울시 다시 고민하나

작성일: 2023.09.21 06:1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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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현재 잠실야구장은 2025년까지만 사용하고 철거된다 ⓒ곽혜미 기자
▲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현재 잠실야구장은 2025년까지만 사용하고 철거된다 ⓒ곽혜미 기자
▲ 서울시가 2031년 말 준공을 예정으로 준비 중인 잠실돔구장 조감도 ⓒ서울시
▲ 서울시가 2031년 말 준공을 예정으로 준비 중인 잠실돔구장 조감도 ⓒ서울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18일 KBO와 한국 야구계에는 파급력이 꽤 큰 뉴스 하나가 터졌다. 바로 서울시가 잠실돔구장 신축을 포함해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 마이스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현재 북미 출장 중으로 최근 토론토의 개폐식 돔구장인 로저스 센터를 둘러보고 시구까지 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잠실 일대에 돔구장을 포함한 스포츠‧컨벤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계획만 있었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발표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종합운동장 부지를 삼성역 일대와 묶어 전면적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었다. 경제 상황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돔구장 신축을 공식화한 것이다. 잠실 신야구장은 그간 개방형과 돔구장, 그리고 야구장 위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돔구장은 기후에 관계없이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 날씨가 예전보다 훨씬 더 변덕스럽다는 것을 고려하면 돔구장은 항상 목마름의 대상이었다. 동시에 돔구장은 여러 부대시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서울시의 구상에서도 그런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돔구장은 공사비용과 유지비용이 비싸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다만 서울은 자체 인구만 1000만 명에 가깝고, 수도권 인구를 합치면 2000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야구계에서는 꾸준히 잠실 신구장을 돔으로 지어야 한다는 요구를 했고, 모양새만 보면 서울시가 이런 팬들의 요구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돔구장은 2026년부터 건설에 들어가 2031년 말 준공 예정이다. 아무래도 일반 개방형 야구장보다는 건설 기간이 길다. 여기에 주위 개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그때, 야구는 어디서 하느냐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잠실야구장 ⓒ곽혜미 기자
▲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잠실야구장 ⓒ곽혜미 기자
▲ 야구계에서는 현재 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주경기장의 한시적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스포티비뉴스DB
▲ 야구계에서는 현재 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주경기장의 한시적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스포티비뉴스DB
▲ 로저스 센터에서 시구 행사를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 로저스 센터에서 시구 행사를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현재 서울시의 구상이라면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은 2025년 시즌 이후 방을 비어줘야 한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무려 6시즌 동안 다른 곳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 이에 LG와 두산, 그리고 KBO는 잠실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을 주목했다. 1만7000석 규모의 야구장으로 일시적 리모델링해 홈구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안전 문제로 이에 난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요새 화두로 떠오른 ‘안전’이라는 단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되면 LG와 두산은 잠실을 떠나 다른 곳에서 무려 6시즌 동안을 보내야 한다. 현재 서울 내에 프로야구를 개최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고척스카이돔은 키움이 홈으로 쓰고 있다. 한 팀이 더 들어가려면 3루 쪽에도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데 공간이 마땅치 않다. 고척돔 이전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던 목동구장은 시설이 잠실보다도 열악하다. 또한 주변에 주거지가 밀집해 소음 및 빛 공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목동구장은 현재 전국 단위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자니 이것도 애매하다. 수도권에 프로야구단이 쓸 만한 야구장이 별로 없는데다, 설사 남는 공간을 쓴다고 해도 구단의 연고 정체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LG와 두산은 가뜩이나 6시즌 동안 수입 구조에 큰 손해를 볼 판이다. 연간 입장료 수익이 크게 줄고, 그에 따라 광고 단가도 덩달아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야구장마저 떠돌이 생활을 하면 손해가 더 막심해진다. 

당장 LG와 두산, 그리고 KBO가 TF를 결성해 대응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야구계는 서울시의 일방통행을 규탄하고 있다. 두산과 LG 구단 관계자 모두 “발표 전 특별하게 들은 사안이 없다”,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반응이다. 어차피 돔구장을 지으면 1년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쓰는 주체가 LG와 두산이다. 사용료를 가장 많이 내는 주체도 LG와 두산이다. 그런데도 다소간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당장 LG와 두산의 연간 홈 관중 수만 합쳐도 200만 명에 이른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팬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에둘러 표현한 가운데, 염경엽 LG 감독은 수위가 높은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염 감독은 1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두산 팬들과 LG 팬들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 팬들과 두산 팬들의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목동구장은 시설이 열악하고 규모가 작아 LG와 두산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곽혜미 기자
▲ 목동구장은 시설이 열악하고 규모가 작아 LG와 두산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곽혜미 기자
▲ 도쿄시는 요미우리의 옛 홈구장 옆에 도쿄돔을 지었고, 요미우리 팬들은 다른 곳을 떠돌 필요가 없었다
▲ 도쿄시는 요미우리의 옛 홈구장 옆에 도쿄돔을 지었고, 요미우리 팬들은 다른 곳을 떠돌 필요가 없었다

넥센 감독 시절 목동구장을 홈으로 썼던 염 감독은 “종합운동장에 안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종합운동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팬분들도 바로 옆으로 찾아오시는 게 가장 편하다. 시가 이야기한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안전 문제는 당연히 시와 구단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6년이 너무 긴 시간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홈구장이)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면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얼마나 불편한가. 팬들이 결국 서울 시민이다. 서울 시민이 불편함을 안 겪게 해야 한다”면서 주경기장 리모델링이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 역설했다.

외국 사례들도 그렇다. 미국 뉴욕은 구 양키 스타디움 바로 옆에 새로운 양키 스타디움을 지었다. 새 경기장이 지어지자 예전 구장은 철거됐다. 일본 도쿄 또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었던 고라쿠엔 스타디움 바로 옆에 새 구장은 도쿄돔을 지었다. 요미우리가 도쿄돔으로 옮기자 옛 구장은 철거했다. 양키스와 요미우리의 팬들이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두 명문 구단의 추억과 역사가 이어졌다. 

한 지붕 라이벌로 만날 때마다 으르렁하는 두 팀 팬들이지만, 이번 서울시의 결정에는 한 뜻으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고양이나 인천이나 수원,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잠실 팬 대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잠실은 원정팀 비율도 높은 만큼 접근성이 좋은 현재 위치는 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외딴 곳으로 갈 경우 관중 수 자체가 줄고 프로야구 인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돔구장이 야구 발전에 필요한 건 맞지만, 돔구장이 완성되기 전에 야구 인기가 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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