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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손흥민(토트넘)이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참담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리버풀에 0-4로 대패했다.

홈 1차전에서는 1-0으로 이겼으나 이날 패배로 결국 토트넘은 1, 2차전 합계 1-4로 밀려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전 대회를 통틀어 '무관'에 그치고 있는 토트넘은 17년 만의 우승 꿈을 키워왔으나 난적 리버풀의 벽 앞에 주저앉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정말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정말 힘들다. 이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다. 더 말할 게 없다"고 덧붙이며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동안 리버풀의 공격을 잘 막았다. 하지만 첫 실점 이후 수비에서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술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했어야 했다. 상대에게 너무 편안하게 플레이하도록 놔뒀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반전처럼 버티는 상황에서 역습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리버풀 같은 팀은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다. 후반전에도 버티다가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더 어려워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토트넘은 그야말로 완패였다. 상대 흐름에 그대로 밀리면서 힘도 쓰지 못하고 원정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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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을 뛴 손흥민의 후반 33분 왼발 슛이 골대를 강타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토트넘은 이날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리버풀은 10개의 유효 슈팅으로 4골을 터트렸다. 슈팅 수 자체에서도 5개-26개로 크게 밀렸을 만큼 토트넘의 완패였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히샤를리송,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승리가 절실한 리버풀이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리버풀은 마침내 전반 34분 균형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뒤 이어간 공격에서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띄워준 공을 코디 학포가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로 차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학포는 이번 대회 5호 골로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은 전반 42분 쿨루세브스키의 왼발 중거리 슛이 나왔으나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토트넘의 전반전 유일한 슈팅이었다.

토트넘은 히샤를리송이 다쳐 전반 추가시간 마티스 텔과 교체하는 약재까지 겹쳤다. 오른쪽 종아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히샤를리송은 다리를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이적한 프랑스 출신의 2005년생 스트라이커 텔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뛰었다.

전반을 0-1로 끌려간 채 마친 토트넘은 후반 6분 살라에게 페널티킥으로 추가 골을 내줘 1, 2차전 합계 점수에서도 역전을 당했다.

리버풀은 후반 17분 학포, 후반 29분 라이언 흐라벤베르흐의 슈팅이 골대를 맞았지만, 후반 30분 코너 브래들의 도움으로 도미니크 소보슬라이가 추가 골을 넣어 리드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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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후반 33분 골 지역 왼쪽에서 회심의 왼발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강타해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리버풀은 후반 40분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의 코너킥에 이은 버질 판데이크의 헤딩 골로 결승 진출의 쐐기를 박았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골대 위로 날아가며 결국 무득점 참패를 당했다.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밤이었다"면서 "리버풀이 오늘 우리를 상대로 너무 잘 싸웠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을 가지고 있든 있지 않든 우리는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리버풀이 꽤 이른 시간 주도권을 잡도록 내버려뒀고, 그로 인해 우리가 경기하기 어려웠다"고 이날의 90분을 돌아봤다.

이어 "첫 두 골을 내준 상황에서는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결국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과 강점에 맞게 플레이하지 않고 도전을 좀 피했다는 것"이라고 패인을 꼽았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우리는 잘 시작하지 못했고 너무 수동적이어서 리버풀이 경기 흐름을 잡도록 내버려뒀다"고 지적했다.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결승 진출로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곧바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토트넘은 오는 10일 오전 2시 35분 애스턴 빌라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을 벌인다. 포스테코클루 감독은 "치러야 할 경기가 아직 있다.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으니 경기에서 이길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우리 방식으로 상황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이미 거센 경질 압박에 직면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리그컵에서 우승 기회를 날려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4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토트넘(8승 3무 13패)은 20개 팀 중 14위에 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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