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KBO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 출신이자, 현역 은퇴 이후에는 거의 공백 없이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여러 팀의 코치를 거쳐 2019년 kt의 지휘봉을 잡고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굳이 2021년 역사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 감독 체제에서 kt는 항상 5할 이상의 승률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제아무리 명문이라도 매년 우승을 차지할 수는 없는 만큼, kt가 명문으로 가는 기틀을 만든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독이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kt는 459승386패19무(.543)를 기록했고, 이 기간 kt보다 승률이 높은 팀은 LG(.571) 딱 한 팀이다.
그런 이 감독은 나이 때문에 ‘올드보이’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물론 지도 방식에 약간의 ‘낭만파’ 기질이나 고집도 있는 건 사실이다. 이 감독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세이버매트릭스 등 현대 야구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감독 중 하나다. 이 감독이 이 방면에 해박하다기보다는, 이 방면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 감독은 “이기기 위해서는 들어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감독이 과감성이 돋보인 하나의 사례는 지난해 팀의 중심 타자인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번으로 전진 배치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로하스 주니어는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지만, 그간 리드오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발이 빠르거나 작전에 능한 주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사 로하스가 리드오프에 어울린다는 주장을 하는 이가 있다 해도 이를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로하스가 빠진 중심타선의 자리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팀의 리드오프 자리가 문제가 되자 로하스 주니어를 1번으로 배치해 대성공을 거뒀다. 로하스 주니어는 지난해 김도영(KIA), 구자욱(삼성)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고, 그 성적의 상당 부분을 1번에서 냈다. 꼭 안타를 치지 않아도 볼넷으로 출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물론 로하스 주니어가 1번으로 가면서 3~5번 타순이 헐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kt 내부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더 많았다고 본다.
이 감독은 그간 생각했던 ‘강한 2번론’ 또한 올 시즌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감독은 “결국 경기에서 많은 타석이 만들어질수록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팀에서 가장 좋은 타자들을 최대한 앞으로 붙여 팀이 최대한 많은 타석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 틀을 짰다. 이 감독은 아직 실험은 거쳐야 한다면서도 “강백호를 테이블세터에 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백호가 테이블세터에 어울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이 감독도, kt도, 혹은 선수 자신도 잘 모른다. 연습경기에서 실험은 해봐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로하스-강백호, 혹은 강백호-로하스는 경기 시작부터 상대 투수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kt가 가진 최고의 카드다. 두 선수 모두 언제든지 일발장타를 칠 수 있다. 상대 투수도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전력 분석팀과 어느 순번이 더 나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시즌 중 한 번은 반드시 실험할 조합이다.

이 감독은 허경민이 영입됐기에 이 구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감독은 “로하스와 강백호가 앞에서 많이 출루를 하면, 인플레이타구 비율이 높은 허경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주자들이 빠르지 않은 만큼 병살타의 확률도 있지만, 허경민은 KBO리그 통산 타율이 0.293에 이르는 정교한 교타자다. 지난해도 115경기에서 타율 0.309를 기록했다. 로하스 강백호가 깔리면, 쳐서 이를 불러 들일 선수가 필요하다. 타율이 높은 허경민이 적임자라는 생각이다.
그 다음으로 한 방이 있는 장성우와 1루수 자원이 뒤를 받친다. 문상철이든 오재일이든 5번에 들어갈 수 있다. 남은 주자를 한 방에 정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강타자들을 앞에 배치한 만큼 6번부터 9번까지는 아무래도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반대로 6~9번 타순의 후보들을 보면 장타는 떨어져도 출루율은 나쁘지 않다. 이 감독은 “모두 출루율 0.350 이상을 기록할 수 있고, 기동력이 있다”면서 “이들이 출루하면 다시 테이블세터에 걸린다.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스-강백호, 혹은 강백호-로하스의 조합은 다른 감독들은 쉽게 시도하지 못하거나 혹은 별로 내키지 않는 카드들이다. 이 감독의 실험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시즌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만약 성공한다면 시즌 내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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