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부터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이며 올해 괴물 시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엘리 데라크루스
▲ 시범경기부터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이며 올해 괴물 시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엘리 데라크루스
▲ 데라크루스는 힘에 비해 정확도가 약점이었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시작부터 고감도 타격을 발휘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데라크루스는 힘에 비해 정확도가 약점이었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시작부터 고감도 타격을 발휘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팔꿈치 수술 재활 여파로 투·타 겸업을 잠시 접고 타자로만 뛴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타격에만 전념하는 오타니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줬다. 투·타 겸업을 하지 않고 타자로만 뛰어도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실제 경력 세 번째 MVP를 차지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59경기에 나가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5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36이라는 역사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역대 첫 50-50 클럽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도루 하나만 더 기록했다면 아마도 앞으로 없을 50-60 클럽 가입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오타니는 올해 50-50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타니의 능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올해 5월부터는 다시 투·타 겸업을 하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날 타자로도 나서는 오타니지만, 아무래도 타격에 온전히 전념하기는 어렵다. 홈런 개수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나 도루는 의식적으로 자제할 수밖에 없다. 몸을 날려야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도루 하나보다 오타니의 몸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50-50 클럽의 뒤를 이을 다른 후보가 있을까. 이미 2023년 40-70(41홈런-73도루)을 기록한 적이 있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 추후 이 기록의 후보자로 뽑히는 가운데, 올해는 오히려 엘리 데라크루스(23·신시내티)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역시 멀리 칠 수 있고, 잘 달리는 선수다. 지난해 오타니의 홈런-도루왕 석권을 도루에서 막아선 선수이기도 하다.

196㎝의 큰 키를 자랑하는 유격수인 데라크루스는 운동 능력 하나는 타고 났다는 칭찬을 받는다. 큰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파워와 탄력이 일품이다. 20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98경기에 나가 13홈런과 35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60경기에 건강하게 뛰면서 타율 0.259, 25홈런, 67도루, OPS 0.809를 기록했다. 올스타에 선정됐고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도 8위에 올랐다.

도루는 확실하다. 이미 지난해 내셔널리그 도루왕이었다. 남들보다 1~2걸음을 덜 밟으면서 더 빠르게 베이스에 들어가는 능력을 갖췄다. 한 번 나가면 2루와 3루를 한꺼번에 훔치는 일도 흔하다. 보폭이 넓은데다 치고 나가는 폭발력이 일품이고 여기에 스타트도 늦지 않다. 상대 포수로서는 악몽이다. 수비 비중이 커 체력 부담이 심한 유격수 자리에서도 지난해 67도루를 했다. 오타니와는 다른 의미로 타고 났다.

▲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이지만 부상만 없다면 50도루 이상은 확실시된다는 평가를 받는 데라크루스는 타격 약점을 보완해 역대 두 번째 50-50에 도전한다
▲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이지만 부상만 없다면 50도루 이상은 확실시된다는 평가를 받는 데라크루스는 타격 약점을 보완해 역대 두 번째 50-50에 도전한다

문제는 타격이다. 지난해 218개의 삼진을 당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타율도 2할 중반대다. 힘 하나는 장사인데 25홈런에 그친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시범경기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시작부터 홈런을 펑펑 치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케 하고 있다.

첫 세 차례의 시범경기에서만 홈런 세 방을 때렸다. 8타수 5안타로 타율은 0.625에 이른다. 힘은 이미 증명이 됐다. 스위치 타자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미 시범경기에서 양 타석 모두 홈런을 기록했다. 맞히는 빈도만 높아진다면 그에 비례해 홈런 개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 또한 “아직 23세로 젊고, 이번 시즌 이도류로 복귀하는 오타니에게 야수 성적으로는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만약 데라크루스가 40-40을 기록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MVP 경쟁자가 된다. 50-50을 달성한다면 오타니도 MVP를 장담할 수 없다. 아직 23세에 불과한 선수라 장기적으로는 홈런-도루 동시 달성 분야에서 오타니만큼의 화제를 모을 수도 있다.

이에 맞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오타니 또한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도루를 하다 어깨 부상을 당해 수술을 당한 오타니는 동료들에 비해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시범경기에 한창 뛰고 있을 때, 오타니는 불펜 피칭과 라이브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을 조율 중이다.

지역 매체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의 빌 플렁켓 기자는 27일( 한국시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오는 주말 LA 에인절스와의 캐멀백랜치 홈경기에 오타니가 지명타자로 출전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리 시간으로 3월 1일이다. 오타니의 첫 시범경기 출전에 될 전망이다. 그 자체로도 메이저리그 전체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범경기 출전을 위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는 팀의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인 캐멀백랜치에서 마이너리그 투수를 상대로 이번 캠프 들어 두 번째 라이브 배팅을 했다. 이날 오타니는 총 37개의 공을 봤고, 이중 14번 스윙을 했다. 홈런 하나를 쳤는데 일본 언론들은 "비거리가 130m에 이르렀다"고 흥분했다.

오타니는 지난 24일에도 우완 니콜라스 크루스를 상대로 32개의 공을 보면서 컨디션을 조율했다. 당시에는 18차례 스윙을 해 몇몇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 다만 홈런은 치지 못했었는데 27일에는 홈런이 나온 것이다. 오타니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실전에 들어간다. 

오타니는 올해 투타 겸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불펜에서 정상적인 투구를 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저스는 이미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한 만큼 오타니의 복귀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왼 어깨 수술을 했기에 더 그렇다. 다만 도쿄에서 열릴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스포티비 중계)에 타자로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고, 투수로도 5월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범경기 첫 출전 상대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LA 에인절스다. 오타니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해 수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종합적으로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6시즌 동안 타자로 701경기에서 타율 0.274, 171홈런, 86도루, OPS 0.922를 기록했고 투수로는 86경기에 선발 등판해 38승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하는 등 양쪽에서 맹활약하며 두 차례 MVP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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