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이남훈 기자] 바르셀로나의 2연승으로 끝난 1년 전의 재현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막힌 반전 스토리가 쓰여질까.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가 19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4시 45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구장에서 20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갖는다. 홈팀 바르셀로나는 맨체스터 시티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0-1로 패해도 원정경기 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원정경기에서 2-0 이상의 점수로 완승을 거둬야 한다. 하지만 최근 팀 성적과 경기력은 바르셀로나전에서 뒤집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만큼 좋은 수준이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의 입지도 이 경기 결과에 따라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이 경기를 접근해야할까. 

◆약점을 강점으로, 엔리케 감독의 번뜩이는 지략

바르셀로나는 2015년 이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해 첫 날 이후 공식 경기에서 16승 2패를 기록한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16강, 리그 1위, 국왕컵 결승전에 올라있다. '트레블'(리그,챔피언스리그, FA컵) 사정권에 들어있는 만큼 선수들의 사기도 최고점을 찍고있다. 최근 공식경기 5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는 작은 부분부터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했다. 팀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의 오른쪽 측면에 배치시키고 더 많은 수비 가담을 주문했다. 엔리케 감독은 메시와의 의견 충돌을 감수하고도 팀을 위한 전술 지시를 우선했다. 메시의 측면 배치 이후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가 살아나면서 'MSN 트리오'의 골폭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바르셀로나는 올시즌 연속 무승 기록이 단 한번도 없다. 슬럼프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페이스를 이어갔다. 어려울 때도 잇몸으로 고비를 넘었다. 엔리케 감독은 세트플레이 공격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다. 본디 바르셀로나는 세트 플레이가 강점인 팀은 아니다.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는 공중전보다 짧게 이어가는 패스로 활로를 찾았다. 더군다나 세트 플레이시 수비는 다른 팀의 공략 1순위가 될만큼 약점이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올시즌 이러한 문제를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지난시즌 바르셀로나는 리그에서 100골이나 넣었지만 세트 플레이 골은 8골에 불과했다. 세트플레이 골 순위만 따지면 리그 20개팀 중 1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현재 바르셀로나는 78골 중에서 세트플레이로 11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2골), 아틀레틱 빌바오(12골) 다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직 리그 경기가 11경기나 남아있는 만큼 바르셀로나의 세트 플레이 골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세트플레이 수비에서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중전 능력을 자랑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해졌다.

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마르카>는 엔리케 감독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트플레이를 보강했다고 진단했다. 엔리케 감독의 친우이자 전직 프로농구 선수인 토닌 요렌테는 <마르카> 인터뷰에서 "농구에서의 블록은 축구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묶어놓으면 제3의 선수가 세트플레이에서 득점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술로 바르셀로나는 세트플레이에서 여러 차례 득점에 성공했다. 3월 14일 에이바르전에서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팀 내에서 가장 키가 큰 피케와 바르트라가 에이바르 수비수를 골문으로 밀어내며 페널티 지역에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틈을 메시가 무인지경인 공간에 빠르게 파고든 뒤 다이빙 헤딩으로 2-0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마르카>는 엔리케 감독이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후안 카를로수 운수에 수석 코치의 도움을 받아 세트플레이 수비, 공격 전술 수립에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엔리케 감독의 범상치 않은 행보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주목된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4-4-2 뚝심은 이어질까

어떤 팀이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어려운 싸움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스스로 그 싸움에서 불리함을 자초했다. 바르셀로나의 막강한 중원 장악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1차전을 내줬다.

맨체스터 시티는 1차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세르히오 아구에로-에딘 제코 투톱을 세우고 중원은 사미르 나스리-제임스 밀너-페르난두-다비드 실바가 책임졌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공격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제압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그라운드에서 실천했다.

하지만 페예그리니 감독의 의도는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반 라키티치-세르히오 부스케츠-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중원라인에 메시까지 부지런히 공 탈취에 주력하면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전반 30분 루이스 수아레스의 두번째골이 들어갔을 때 이날 경기의 승패는 정해져 버렸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후반 17분 페르난지뉴를 투입하면서 미드필더를 늘려 전술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다. 페르난지뉴 투입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경기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24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만회골을 넣을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기존의 4-2-3-1 포메이션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변경한 이유는 핵심 미드필더 야야 투레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인한 궁여지책이었다. 허나 투레의 복귀 이후에도 페예그리니 감독은 중원에 4명의 선수를 배치하는 것을 선호했다. 대신 겨울 이적시장에서 2500만 파운드(약 413억원)의 거액을 들여 스완지 시티에서 공격수 윌프레드 보니를 영입했다.

2015년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리그에서는 10경기 4승 3무 3패로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15일 번리 원정경기에서는 0-1로 패하면서 2014년 2월 이후 13개월 만에 원정경기 무득점을 기록했다. 번리전 패배는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마저 심각했다. 이날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21개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이 5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평소보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주요 공격 전술 중 하나인 측면 수비의 공격 가담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구에로-제코 투톱에서 기대한 시너지 효과도 전무했다. 이적생 보니는 꾸준히 교체로 출전하고 있지만 팀 기여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야야 투레가 리그 20골이라는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미드필드 파트너 페르난지뉴가 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러나 올시즌의 투레는 과중한 경기 소화로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예그리니 감독은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늘리면서 투레에게 더 많은 짐을 씌웠다. 현재의 투레는 공격과 수비 모두 한 사람의 몫을 해내지 못하는 어중간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투레가 잘하면 팀이 강해진다는 명제는 지난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으로 확인됐다. 원정경기에서 반드시 2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페예그리니 감독이 자신의 '4-4-2 뚝심'을 이어갈지 아니면 다른 변화를 줄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비교, 그래픽 김종래
[영상]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영상, 캐스터=김명정, 영상 편집 강성복PD, 박인애 인턴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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